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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이집트 탐방기⑭] 별밤 사막 고대유적, 후루가다 레저 까지 [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유라프리카 대륙 동서남북의 십자로 이집트는 문명의 발상지라는 가치가 커서 문화인류 여행에 특화돼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자연생태, 휴양, 레포츠, 문화 체험, 맛기행 등 다양한 여행의 요소를 만족시켜주는 나라이다.

지중해와 홍해의 휴양, 카이로-룩소르의 역사기행은 어느정도 알려졌는데,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서쪽 사막-오아시스 지역의 매력은 어느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독보적 감흥을 준다.

이집트 백색사막 [지식재산권 있음, 123RF]

▶오아시스, 사막 한복판 거대호수= 사막엔 모래만 있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하라의 동쪽입구는 나일강이 멀지 않기에, 모래언덕, 바위계곡, 백색사막, 모래에 묻힌 고대유적 등 매우 다양한 지질과 생태, 문화유산을 보여준다. 최초의 피라미드(계단식)가 있던 사카라에서 멀지 않은 파이윰 오아시스엔 제법 그럴 듯 하게 쏟아지는 폭포도 있다.

오아시스는 어느 마을 저수지 만한 것이 어쩌다 한번씩 있을 것 같지만, 희한하게도 오아시스 하나를 둘러싸고 수천~수만명이 모여살 정도로, 크다. “사막 한복판에 우째 이던 거대호수가..”라는 감탄이 나올수도 있겠다.

특히 쏟아지는 별무리를 바라보며 걷는 야간 사막 산책은 황홀감을 선사한다. 걷다가 숙소인 사막스테이 앞에 쉴 땐 모닥불을 피우고 밤 별들을 느리게 다시 음미할 수도 있겠다.

이집트인들은 5000~6000년 서쪽을 죽은 영혼의 땅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막여행에서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들의 생존 열정이 얼마나 강한 지 알수 있다. 웨단이라 불리는 사막 양(羊), 아이맥스 사슴, 부드러운 발바닥을 가진도마뱀붙이, 사막과 오아시스를 무대로 살아가는 베르베르족과 베두인족의 삶은 한마디로 ‘투쟁’이다. 투쟁은 이방인의 시선이지, 그들에겐 길들여져 있기에 즐길 줄 알고, 나름의 음악과 예술, 문화가 꽃핀다.

이집트 파이윰 오아시스 남쪽, 희귀한 생물 서식 1989년 생태보호구역 지정된 폭포 와디 알 라얀(Wadi Al-Rayan) [지식재산권 있음, 123RF]

“얼마나 발버둥을 쳤을까”, “사막 위의 고대도시 건설, 얼마나 뿌듯했을까” 모랫바람에 뭍힌 고대유적, 마른 고목, 사막 양의 뼈 등도 여행자의 발걸음이 닿으면서 과거의, 생전의 그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지중해, 홍해, 시나이의 아름다운 휴양과 레저의 기쁨은 사막 탐험을 마친 뒤에 즐길 경우, 반전매력 처럼 배가 된다.

이집트관광청은 파란만장, 변화무쌍, 신기방통한 사하라 동쪽 사막의 매력을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시와= 시와 오아시스는 사막여행자들에게 최고로 꼽힌다. 이곳에 오기 위해서는 바하리야에서부터 사막길을 거치거나 마르사 마트루흐에서 북쪽 해안을 따라 와야 한다. 국내선 항공노선도 있다. 2006년 영국의 찰스 황세자가 와서 묵었던 최고 수준의 호텔도 있다. 어업을 하기에는 염분이 너무 많은 호수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시와는 고대부터 올리브 과수원과 야자수 농장으로 유명했다. 오늘날 시와 산 올리브와 시와의 생수는 이집트에서 가장 품질이 좋고 깨끗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것 중에 오염된 것은 없다.

시와에는 베르베르인을 계승한 시와인, 활동적이고 화려한 옷을 즐기며 오아시스 가장자리에 사는 여성들이 있는 베두인족이 있다.

시와에서 남쪽으로 12km 떨어진 비르와헤드는 작은 오아시스와 온천지대이다. 작은 호수들에 둘러싸인 모래언덕에선 샌드보딩을 즐긴다.

시와는 세계 최고의 절경을 꼽히는 터키의 카파도키아를 얼핏 닮았다. [지식재산권 있음, 123RF]

1980년대 심각한 홍수로 파괴되고 버려진 진흙마을 올드살리의 폐허는 시와에서 매우 특이하게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얼핏 보면 진흙 덩어리로 만든 무너진 성처럼 생겼다.

시와는 기원전 331년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신탁을 받기 위해 방문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는 아몬신전에서 “제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창칼 든 왕의 호위무사에 질린 신전의 사제는 “그렇다”는 신탁 밖엔 전할 수가 없다. 왕이 신탁받은 장소, 클레오파트라 욕조, 무너진 마을의 폐허 등을 볼 수 있다.

시와의 공예는 뛰어난데, 가마가 아닌 빵굽는 오븐에서 구워지는 특이한 도자기 타진과 사하라의 냄비 등을 보고 구입할 수 있다.

매년 4차례 축제에서 음악이 연주된다. ‘시아야 축제’ 때는 1만여명의 사람들이 인근 제벨 타쿠르에 사흘간 모여 연회를 열고 춤과 노래를 즐긴다.

시아타 호수에 가라낮은 배가 있기는 하지만, 시와에는 고대 이후로 배가 없었다. 1924년 여행자 바이런 드프로락이 급조한 소형 배로 이 염분 많은 호수 안에 있는 작은 섬에 건너가봤지만, 어떤 보물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백사막, 바하라야, 파라프라= 백사막은 이집트 사막생태에서 가장 잘 알려진 명소이다. 태국의 수천개 사원 중 독보적인 백색사원 같은 곳이라고나 할까.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아름다움 바람에 풍화된 새하얀 바위들의 모습은 세계 어느 사막과도 다른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도로와도 멀지 않으며, 야영지는 포장도로에서 몇 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바하라야의 길을 따라오다 보면 거인의 솟아난 어깨나 로켓처럼 보이는 암석 기둥들과 거대한 도상잔구가 나타난다. 백사막은 도로와 평행해서 길게 뻗어 있고, 게다가 절벽들 사이에 있어, 구경하기에 참 좋다.

파라프라는 백사막에서 가장 가까운 오사이스이다. 사람들은 보통 바하리야에서 출발해서 백사막으로 오기 때문에 파라프라를 구경할 기회를 놓치곤 한다. 최근 우물을 만들어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인구 1만5000명을 헤아린다.

파라프라에는 많은 온천이 있다. 힘든 사막여행 후에 모래 먼지들을 씻어내며 목욕할 때 큰 힐링을 얻는다. ‘파라플라,프러라(팔 아플라, 풀어라)’ 한국어 놀이가 도진다. 특히 비르 시타(여섯번째 우물)는 낙타를 처음 타는 바람에 이런 저런 상처를 가진 여행자들에게 큰 만족을 줄 것이다.

이 곳의 배두인족은 손재주도 좋았다. 배두인 식 털양말과 의상 컨셉과 제조법을 벤치마킹했던 ‘미스터 삭스’라는 브랜드는 유럽 등지에서 대히트를 쳤다. 이 곳에 여행가서 오리지널 배두인 삭스를 구입하지 않는다면 떠나는 길에 뭔가 허전할 것이다.

사막의 밤. 청정하늘의 별무리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식재산권 있음, 123RF]

▶1만3000년전 가옥들 다클라(무트)= 다클라 오아시스는 네모 난 이집트 지도의 딱 한가운데에서 약간 남서쪽에 치우쳐 있다. 위도상 룩소르와 비슷하다. 파라프라를 거쳐 이집트 중서부의 가장 긴 종단도로를 지나가야 한다. 황량한 사막지대가 계속 이어지는데, 멈춰서 귀 기울이면 과거에서 현재까지 오랜 세월 불던 그 바람 소리만 들린다. 다클라는 여러 작은 마을을 감싸안은 커다란 오아시스이다. 밀짚모자를 쓴 농부들을 볼수 있다.

아마도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거주지역일 것이다. 가장 큰 마을인 무트는 고대 이집트어로 어머니를 뜻한다. 이곳에서 발견된 고대의 집들은 탄소측정법으로 확인했더니 1만3000년전 것이었다.

다클라에는 여러 고대 유적들과 온천들, 북쪽 지평선 위에 우뚝 솟아있는 절벽들로 유명하다. 오아시스 마을인 까스르에서는 한 네덜란드인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이곳의 검은 진흙벽돌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다클라 [지식재산권 있음, 123RF]

까스르에서 몇 ㎞ 떨어진 곳에는 로마유적지 데이르 엘 하가르가 있다. 이곳은 한때 모래에 덮혀 있어 잘 보존됐다. 요즘의 작품인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이곳의 그림들은 실제 2000년 전 것이어서 놀랍다. 기둥에는 탐험가 롤프스의 서명이 있다. 모래를 치우니 그의 서명은 지상에서 3m높은 곳에 있었다고 한다.

건너편에는 무덤들로 가득찬 원뿔 모양의 언덕들이 있다. 몇몇은 발굴됐고, 몇몇은 도굴되기도 했는데 다클라 전역에 이런 언덕들이 많다.

다클라의 모든 고대 산물들을 보려면 픽업 트럭 뒤에 타거나 택시 또는 히치리프트를 탈수 있다. 자건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오아시스 전역에서 자전거 대여가 가능하다.

차드에서 유래한 사막 도적들은 19세기까지도 철부메랑을 사용하여 다클라를 공격했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작은 새들을 잡던 도구였다.

▶카르가= 무트(다클라)에서 동편 룩소르쪽으로 200㎞쯤 가면 도착하는 카르가는 뉴밸리 행정지구의 행정중심지이자 가장 큰 오아시스이다. 카르가에서 룩소르까지는 차로 2시간 남짓 더 간다. 카르가는 다클라와 룩소르 가운데쯤 있다. 7만여명의 인구, 현대식 건물도 많다.

줄지어선 대추야자 나무 거리에서 달콤한 향이 진동한다. 번잡한 현대도시의 느낌을 갖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사막의 낭만이 넘치는 곳이다.

도기제조는 특산 공예이다. 가게, 공장도 있다. 미단 쇼울라에 있는 시장과 상점들에서는 도자기를 싸게 산다. 기원전 500년 즈음 낙타가 처음 소개된 이후 카르가는 수단 왕국으로부터 이어지는 동아프리카인들의 무역로 ‘40일길’의 종점이었다. 낙타는 카이로에 물건을 옮긴 이후 식용이 되는 운명이다. 인간에겐 여러 가지로 고마운 존재이다.

바가와트에는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기독교식 공동묘지의 돔 지붕이 있다. 263개의 화려한 무덤과 많은 예배당이 있다. 천정 벽화도 그려져 있다. 관리인에게 마리아와 요셉의 그림을 둘러싼 황도 12궁도(별자리) 그림을 보여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기독교가 전해지기 전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에 이것과 아주 똑같은 디자인으로 그려진 그림이 단다라 사원에 있지만, 원본은 안타깝게도 프랑스가 1820년 가져가 루브르박물관에 두었다.

카르가 오아시스 [지식재산권 있음, 123RF]

▶사막의 파리(Paris), 로마(Rome) 요새도= 카르가의 중심지에서 40㎞쯤 떨어진 곳에 있는 아인 움 다바팁은 로마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요새이다. 이 신기한 유적은 절벽 밑에 위치하고 있지만, 사막 바닥으로부터는 220m 정도 위에 있어, 훌륭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주변에는 이슬람 시대부터 기독교, 로마 시대로 거슬로 올라가는 도자기 파편들이 흩어져 있다.

이집트의 파리, 카르가의 또다른 소도시 바리스는 프랑스의 파리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집트인의 유머감각이 발동한 결과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핫산 파디는 옛 바리스를 대신하기 위해서 환경 친화적인 마을을 지었고, 이곳을 그렇게 불렀다. 안타깝게도 건축 전문가가 지은 이 마을엔 이주민이 없어, 건축가의 실수로 회자된다. 집은 살 사람이 지어야 한다.

카르가는 고대 이집트와 로마시대에 가장 유명했던 유배지였다. 유명한 죄수 중에는 시인이자 풍자가였던 주베날(30~130)이 있는데, 그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재판을 무례하게 비웃었다는 이유로 유배됐다. 나중에 사면돼 로마로 돌아갔다.

▶사막에서 홍해로 반전매력= 사막 탐험을 하고난 다음, 시나이반도의 샤름 엘 에이크, 홍해의 후루가다, 지중해의 알렉산드리아 등 바다로 가서 휴양과 레포츠를 즐긴다면 반전매력은 배가될 듯 싶다.

샤름 엘 에이크 [지식재산권 있음, 123RF]

시나이반도 최남단에 있는 ‘지혜로운 노인’이라는 뜻의 샤름 엘 에이크는 샤름 엘 마야의 다운타운, 나아마 베이-샤크스 베이가 육지-해변의 양대축을 형성하는 가운데, 홍해의 라스 움 시드와 터틀베이, 티란 해협에서 다이빙과 스노클링, 물놀이를 즐길수 있고, 배두인 마을과 나브끄 오아시스, 맹글로브 숲, 낙타여행을 체험할 수 있다. 바닷가 기암괴석도 아름답다.

특히 샤름 엘 에이크에서 출발하는 후루가다행 해상 페리를 타면 나일강 크루즈와는 색다른 물 위의 여행을 만끽 할수 있다.

한편, 2020년 3월 10일 오후 현재, 이집트는 한국 체류-경유 외국인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 있지만, 9일 룩소르의 나일강 크루주와 호텔에서 한국인 10여명이 몇시간 동안 코로나검사 받은뒤 탐방을 재개했고, 이를 계기로 카이로 주재 한국대사관은 지금 이집트 여행오는 것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단 버킷리스트에 저장만 해두자. [도움말:이집트 관광청}

○‘新이집트 탐방기 글 싣는 순서’ ▶2월11일자 ①아이다 공주의 누비아가 없었다면… ②스핑크스 틀렸다, 수호신 호루스가 맞다 ③소년왕 투탕카멘 무덤방은 장난감房 ④에드푸의 반전매력, 에스나 물살 제어기술 ⑤나일강물 맛 보면, 나일로 꼭 온다 ▶2월18일자 ⑥제정일치 룩소르, 신전은 王와 神의 토크라운지 ⑦3500년전 모습 왕가의 계곡…멤논 울음 미스터리 ⑧권력 탐한 모정, 너무 나간 아들 ‘핫-투’ 갈등 ▶2월25일자 ⑨석공의 눈물 밴 미완성 오벨리스크 ⑩호텔이 된 왕궁, 시장이 된 옛호텔 ▶3월3일자 ⑪아스완-아부심벨, 곳간에서 문명 난다 ⑫필래와 콤옴보 문명 덧쓰기, 없애기 ▶3월10일자 ⑬찬란한 박물관, 개발중인 도시, 두 풍경 ⑭신비의 사막 탐험, 홍해 레저 반전매력 ⑮미사포야? 히잡이야? 문명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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