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역량 차이에 따라 나라별 치사율 천차만별
에볼라 당시에도 서아프리카 치사율 훨씬 높아
미 매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전술용 마스크와 방어복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지난 3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치사율이 ‘3.4%’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염 시 100명 중 3명은 사망에 이른다는 이야기다. 이는 평균 감염자의 0.1%가 사망하는 계절성 독감보다, 그리고 평균 2%로 알려진 스페인 독감보다 높은 수준이다.
‘3.4%’의 숫자는 코로나19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이 숫자를 받아든 이들은 여전히 코로나19가 치명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빨라지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3.4%의 숫자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개인적으로 나는 그 숫자(코로나19의 치사율)가 1%에 훨씬 미치지 못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히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 이상으로 현재 치사율 집계 실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7일 현재까지 6767명의 확진자와 4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치사율은 1%를 밑돈다. 즉, ‘3.4%’의 치사율은 발병지인 중국을 포함해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 사망자 수에서 확진자 수를 나눈 단순 계산에 의한 결과 일뿐, 각 나라의 의료 상황과 검사 현황 등이 반영되지 않은 부정확한 수치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치사율’은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으며, WHO의 발표 역시 변동이 발생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별로 검사진행률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전세계를 아우르는 평균치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로렌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세계보건법 교수는 “진정한 치사율을 얻기 위해서는 사망과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집계 결과가 필요하다”면서 “WHO가 3.4%라는 숫자를 들고 나온 것 자체는 무책임한 것이 아니지만,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거나, 적어도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나라별 의료 시스템의 격차는 치사율을 모든 나라에 적용할 수 없는 핵심 배경 중 하나다. 먼저 검사자가 많고 이로인한 확진자의 수가 많다면 분모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치사율이 감소할 수 있다.
아이작 보고흐 토론토대 교수는 “정말 아픈 사람만이 아니라 감염이 의심되거나 경미한 증상이 있는 이들도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 하에서는 치사율이 더 정확하고, 수치 자체도 상당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다음은 의료 역량의 차이다.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역량만큼이나 나라마다 다른 치료 역량 역시 치사율의 지역별 편차를 넓힌다. 미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지난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한 에볼라바이러스를 예로 들었다. 복스는 “에볼라는 서아프리카에서 훨씬 더 치사율이 높았는데, 이른 서아프리카에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라면서 “반면 미국에서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최첨단 의료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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