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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여성의날] 국내선 아직도 불법…미프진 이제는 세상밖으로
헤럴드경제 밀레니얼 청년 212명 설문
응답자 91.4% “미프진 들어 본적 없다”
美·中·伊 등 합법…도입 공론화 해야
‘임신중절약’ 미프진의 현주소

“청바지 브랜드 이름인가?”

미프진에 대해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의 약자)에게 물었을 때 나왔던 첫 답변이야. 처음엔 웃겼지만 이내 씁쓸해졌지. 다른 사람들은 이 약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헤럴드경제 밀레니얼 기자들은 궁금해졌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밀레니얼 청년 212명에게 물어봤어. “너,‘미프진’ 들어봤어?”

절반이 넘는 밀레니얼 청년들은 미프진을 ‘한 번도 못 들어봤다’고 답변했어. 약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변한 사람은 8.6%에 불과했는데, 이 중 남자는 단 1명이었지.

미프진은 바로 임신중절약이야. “엥, 그런걸 어떻게 알아?, 주위에 낙태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라고 생각할 수 있어.

사실 많은 20대들이 설문에 그렇게 대답했어. ‘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이 10명 중 한 명’밖에 없을 거라고 답한 남성은 절반에 가까운 45%나 됐어. 반면 같은 답을 한 여성은 20%에 불과했지. ‘더 많은데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을 거다’ ‘주변을 보면 늘 몇 명 있었다’ 등의 답변들이 눈에 띄었어.

하지만 2017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임신경험이 있는 만16~44세 이하 여성 중 1054명 중 41.9%는 임신중절 경험이 있다고 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전체 응답자 2006명 중 임신중절을 경험한 사람은 다섯 명 중 한 명꼴(21%)이야.

많은 여성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미프진’을 찾고 있어. 모두가 쉬쉬하는 ‘낙태약’ 일단 뭔지 알아야하지 않을까?

그럼 미프진에 대해 알아보자

#미프진?

간단히 말해 임신중절약이야. 호르몬을 억제하는 ‘미페프리스톤’과 자궁을 수축하는 ‘미소프로스톨’로 구성돼 있어. 임신주차에 따라 미소프로스톨 복용량은 달라질 수 있어. 사실 미프진은 프랑스 제약회사에서 만든 임신중절 약물의 제품명이고, 미국 의약회사에서 만든 제품명은 ‘미페프렉스’야.

#어떤 원리야?

임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필요해. 미프진 중 미페프리스톤 알약이 이 프로게스테론을 차단해줘. 미페프리스톤을 복용하고 미소프로스톨을 복용하면 자궁을 수축시켜 임신산물이 배출되는 원리야.

#복용 방법은?

미페프리스톤 한 알을 먼저 복용 한 다음 24~48시간이 지난 뒤 미소프로스톨을 복용하면 돼. 약을 복용하고 난 다음 1~4시간 이내 복통이 시작된다고 해. 평균 5시간, 길게는 24시간까지 복통과 하혈이 일어날 수 있고 생리량과 생리통이 심한 상황과 유사하다고 해. 미프진이 체내에 작용해서 임신산물이 모두 배출된 후에는 하혈이 멈추고, 1~2일가량 복통이 조금 더 지속될 수 있어. 그 외에도 설사·어지러움·메스꺼움·발열 증상이 일어날 수 있대.

#성공률은 얼마나 될까?

미프진의 성공률은 임신 8주차 이내의 경우 98%이상, 8~9주 사이에는 96%이상, 9~10주 사이에는 93% 이상이라고 해. 생각보다 높지? 단, 자궁 외 임신이나 천식·만성 항응고제나 스테로이드제제 복용자인 경우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하니 조심해야해.

미프진, 합법과 불법 사이

#안전한 거 맞아?

세계보건기구(WHO)가 2005년부터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해 6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어. 마취가 필요 없다는 장점 때문에 개도국 등 낙후된 의료 환경에서도 널리 사용 중이야. WHO는 〈안전한 인공유산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전 기간 동안 약물유산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어. 핀란드는 2009년 기준 여성의 84%가 미프진을 복용해 임신중절을 했다고 하니 안정성은 입증된 셈이겠지?

#미프진, 그럼 합법이야?

국내에서는 아직 불법이야. 지난해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됐지만 아직 법 개정이 이뤄진 건 아니거든. 미프진이 합법적으로 통용 되려면 관련 법 개정이 우선이야. 뿐만 아니라 의약분업에 따라 의사나 약사의 처방전이 없는 전문의약품 판매도 불법이야. 때문에 인터넷으로 의약품을 거래하는 것 역시 불법이지.

#그동안 어떻게 샀을까?

과거엔 네덜란드 시민운동단체 ‘파도 위의 여성들’이 운영하는 ‘Women on Web’(위민온웹)에서 국내 여성들이 임신중절 약물을 처방 받을 수 있었어. 인터넷으로 문진표를 작성해 제출하면 네덜란드 등지의 산부인과 의사가 약을 처방해줬지. 하지만 지난해 3월 13일부터 국내에서 ‘위민온웹’에 접속할 수 없게 됐어. 아직은 국내법 상 엄연한 불법의약품이기 때문이야.

#그럼 국내 여성들은 어떻게 약을 구할까?

다수 여성들은 불분명한 구매대행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어. 트위터에 ‘미프진’만 검색해도 #미프진구입할수있는곳, #미프진가격, #정품미프진판매, #미프진파는곳 등 해시태그가 쏟아져나와. 1시간에 미프진 관련해서만 100여개의 트윗들이 업로드 되는데 이 모든 유통약품들이 ‘불법’이라는 사실.

이제는 우리도 바뀌어야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미국은 2000년 9월 식품의약국(FDA)이 임신중절 유도약물을 허용했어. 약의 효과와 안전성은 물론 인공임신 중절수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여성단체들의 환영을 받았지. 미국에선 2015년부터 아이오와 주를 시작으로 원격의료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있어. 원격 의료로 임신 여성을 문진하고 복약지도를 한 후에 지역약국이나 우편을 통해 약을 전달하는 거지. 의료시설 낙후지역에 사는 여성들을 위해 유산유도약물 자판기를 설치하는 것까지 고안하고 있다고 해. 단, 주에 따라 법이 달라. 일부 주에선 숙려기간 의무화, 7주 이내까지 제한, 상담의무화 등 까다로운 규제들이 임신중절 유도약물 허용을 가로막고 있어.

이탈리아는 카톨릭교의 영향으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도입이 늦어졌어. 타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2010년부터 임신중절 유도약물 사용이 승인됐지. 사용승인 조건도 까다로웠어. 임신 50일 이내, 임신중절 약물을 복용하는 동안 3일간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지. 그래서일까? 2017년까지 이탈리아의 약물유산 비율은 지역별로 5~15%에 그치고 있어.

중국은 임신중절약을 국가가 주도해 적극적으로 도입했어. 왜 그럴까? 중국 중앙당국은 1982년부터 엄격한 한자녀 정책을 시행했어. 이 법의 실질적인 시행을 위해선 유산유도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했지. 중앙당국은 임신중절약물을 처음 제조한 프랑스 제약회사 ‘루쎌 위클라프’로부터 약을 구매하고싶어했지만, ‘루쎌 위클라프’가 이를 거부했어. 그러자 1992년 중국 국내에서 자체적인 임신중절약물을 제조를 시작했어. 중국은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미소프로스톨을 복용 후 4~6시간 병원에서 대기하게 하고 별 이상 없으면 다음 약인 미페프로스톨을 복용토록 안내해. 중국 내에선 약물 유산이 수술 유산의 대체 방법으로 잘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야.

WHO에 의해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된 미페프리스톤. 여러 선진국가는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방법으로 이 약품을 인정하는 추세야.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북한,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많은 국가들이 미프진을 허용하고 있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1년이 되가고 있는 지금, 미프진 도입 여부를 공론화해야하는데 아무도 이 약을 모르고 있어. 여성의 날을 맞아 생각해볼 지점이 아닐까?

[정리=뉴스24팀/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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