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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복지는 돈 먹는 하마인가(2)

서대문구 동복지허브화는 동을 복지 중심으로 만들어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추진하되, 기존 인력의 재배치를 통해 추가 비용이 들지 않도록 했다. 이를 위해 우선 동의 인력과 업무 진단을 통해 불필요한 업무는 과감히 줄였고 일부 업무는 구청으로 이관해 효율화를 기했다. 특히 종 민원업무는 무인화를 확대했다. 이렇게 기존 3~6명이 담당하던 업무를 3명 이내로 축소하고 남는 인력은 복지업무를 맡았다. 결과적으로 추가 비용 없이 복지인력을 기존보다 2~3배 증원하고 동의 주 기능도 복지 중심으로 전환해 목표를 달성했다.

서대문구 동복지허브화는 불필요한 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원을 전환배치하기만 하면 되는데 뭐가 어렵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실제 추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기존의 동은 크게 두 가지 일을 했다. 하나는 민원서류를 발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 접촉업무다. 복지업무는 중요성에도 경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장과 동 직원은 “내가 왜 복지업무를 해야 하냐”는 반발도 있었다.

이런 반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청장의 일관되고 강력한 추진 의지가 필요했다. 동의 가장 중요한 업무로 복지를 규정하고 복지동장, 복지통장이라는 명칭을 부여했으며 일반행정과 복지를 결합해 행정직과 사회복지직이 협력적으로 일을 하도록 팀을 만들었다. 민원업무를 대폭 줄이기 위해 무인민원발급기를 동사무소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하고 발급비용을 과감히 면제해주는 조례도 만들어 주민이 자발적으로 이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많은 노력 끝에 성공을 거둔 서대문구의 동복지허브화 사업은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으로 받아져 각 지자체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외양은 같은 모습인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동의 기능 자체가 복지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동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데, 그 노력은 없고 오직 동을 복지 중심으로만 해야 한다는 측면만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즉 기능 조정 없이 복지인력을 늘리는 방식으로 변질되고 있 다. 서울시의 경우를 봐도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라는 좋은 브랜드를 가지고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복지인력의 대폭 증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막대한 추가적 인건비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서울시의 대중교통은 세계에서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다. 이는 서울시가 환승할인제도와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나는 복지전달 체계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독특한 조직인 주민과 가장 근접해 있는 ‘동’이라는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동의 기능과 인력을 재조정해 이를 복지 중심으로 전환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복지 전달 체계를 갖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미 서대문구의 사례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책적 의지와 법, 제도의 정비를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돈 들어가는 복지뿐만 아니라 돈 들지 않는 복지정책도 꼭 추진됐으면 한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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