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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사회는 2년전 ‘질병명 X’ 창궐을 경고했다
WHO ‘2018 연구개발 청사진’서 첫 등장
사망률 높고 독감처럼 쉽게 번질것 경고
무분별 개발에 ‘동물원성 감염’ 주원인
코로나19에 21세기 ‘최악 질병명 X’ 수식
세계 미지의 바이러스 167만개 가량 추정
보편적 백신·개도국 의료 인프라 숙제로

지난 2018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 모인 세계보건기구(WHO) 전문위원회 위원들은 ‘질병명 X(Disease X)’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아직 발현돼 존재가 확인되거나 현존하지는 않지만, 수 많은 인구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질병. 즉,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존재(known unknown)’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WHO는 ‘2018 연구개발 청사진’에 에볼라 바이러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지카 바이러스 등 8가지 전염병과 함께 연구 개발을 가속화해야 하는 9번째 질병으로 이 질병명 X의 이름을 올렸다. 당시 WHO는 질병명 X는 인체 질병을 초래하는 것으로 밝혀지지 않은 병원균에 의해 심각한 국제적 유행병이 창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지의 전염병에 대한 경고는 계속됐다. 불과 1년 후인 지난해 초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다포스포럼 직전에 발표된 세계 위협요인들에는 기후변화, 자연재해, 사이버 공격 등과 함께 이례적으로 ‘감염질환의 전파’가 거론됐다.

2020년 3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유행병) 양상을 보이자 다수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그간 국제사회가 경고해온 질병명 X이며, 단지 코로나19만이 아니라 이 같은 미지의 감염병에 대비할 수 있는 전방위적 예방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질병 생태학자인 피터 다작은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질병명 X가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질병명 X는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질병명 X는 무엇인가= 질병명 X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힘들다. 분명한 것은 용어 안에 ‘미지의 전염병’이 미래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있다는 사실이다. 질병명 X는 그 자체만으로도 인류가 전염병이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것임을 ‘인정’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질병명 X를 ”생물학적 돌연변이나 우연하게 발생한 전염병, 혹은 테러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전염병을 의미한다“면서 ”1918년부터 1920년까지 많게는 1억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 독감처럼 너무 늦었을 때까지 아무도 오는 것을 알지 하지 못한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질병명 X의 치사율만큼이나 그 자체의 전염성에 주목했다. 불과 한 두달 만에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면서 10만명에 육박하는 확진자를 발생시킨 코로나19에 21세기 최악의 질병명 X란 수식이 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작은 ”질병명 X는 계절성 독감보다 사망률이 더 높으면서도, 독감처럼 쉽게 확산될 것“이라면서 ”인간의 여행과 무역 네트워크를 이용해 여러나라에 도달하고 전염 억제를 방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병명 X는 어떻게 발생하나=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의 발병 원인은 크게 의도적인 것인가 아닌가로 나뉘어질 수 있다.

먼저 의도된 전염병 발생은 통상 생화학 무기 개발을 의미한다. 특히 현대 과학이 발달하면서 치명적인 생물학적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 더 쉬워짐에 따라 인류가 신종 전염병에 노출될 위험도 높아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 냉전시대 당시 미국과 구 소련은 생화학무기 개발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이라크 역시 사담 후세인 치하에 ‘지상 최강의 독’이라 불리는 도툴리눔 톡신 등을 다뤘음을 공개한 바 있다. 다수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과 시리아도 생화학전(戰) 능력을 갖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2017년 한 탈북자의 혈액에서 탄저균의 항체가 발견되면서 북한이 무기화된 탄저균 저장소를 보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테러집단도 예외는 아니다. 알카에다는 지난 2014년 탄저균 실험을 진행했고, 같은해 이슬람국가(IS) 기지에서 발견된 노트북에는 페스트균을 무기화하는 방법이 적힌 노트가 확인된 바 있다.

두 번째는 동물에게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는 ‘동물원성 감염’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전염병의 70%가 여기에 해당한다. 동물로 인한 감염은 조류 인플루엔자,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 기존 동물이 갖고 있는 질병의 돌연변이일수도,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가는 새로운 ‘병원체’가 될수도 있다. 사향고양이로부터 시작된 사스, 감염 박쥐에게 물린 한 소년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에볼라, 마찬가지로 낙타나 박쥐가 매개체로 추정되고 있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야생과 인간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동물원성 감염의 위험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례없는 도로 건설과 삼림 벌체, 토지 개간, 농업 개발, 그리고 야생동물 거래 등은 동물이 가진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갈 수 있는 기회를 급속도로 확장시켰고, 여기에 세계화로 인해 활발해진 여행과 무역 활동은 전염병의 확산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질병명 X,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갑작스러운 질병명 X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것은 바로 ‘예방’이다. 단일 신종 바이러스에 국한된 대책만이 아닌 전염병 전반에 대한 대응책을 구축하고, 이에 맞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과학자들은 현재까지 사람들에게 나타난 미지의 바이러스의 수가 약 167만개 가량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전염병 전반에 대한 대응책으로 지금까지 확인됐거나, 확인되지 않는 모든 바이러스를 식별하고 유전자 배열 순서를 밝히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다각도로 활용함으로써 다른 신종 바이러스까지 대응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같은 주장의 핵심이다.

다양한 바이러스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백신’을 개발하는 것도 숙제다. 이미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경우 알려진 모든 종류의 인플루엔자를 포괄하는 보편적 독감 백신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존스홉킨스대의 브루스 Y 리 박사는 ”단일의 적을 식별하고 대응하는 것이 더 쉬울 수는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적만을 겨냥하는 것은 제한된 조건에만 작용하는 해결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신종 바이러스 발병이 잦은 신흥국과의 협력도 요구된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발병을 빠르게 인지하는 방법의 하나로 농촌이나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잦은 지역사회에 대한 질병 검사 빈도를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전염병을 대유행으로 번지기 전에 조기 억제할 수 있도록 빈곤국 혹은 개발도상국 내에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숙제다.

포브스는 ”에볼라는 서아프리카의 의료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제 불능 수준으로 확산됐다“면서 ”만약 에볼라가 발견돼 빨리 억제됐다면 피해가 커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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