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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인센티브도 왜 역효과를 낼까?
보상과 처벌, 인센티브 효과는 반짝
도덕정서, 자발성 무시로 ‘몰아냄 효과'
보울스, 인간의 선택 작동원리 분석
자본주의 시장원리 통하는 사회일수록
시민의 덕성 더 관찰…정책도 잘 먹혀
법·좋은 관습은 대체제 아닌 보완재
보상 도덕적 가치 결합해야 입법효과
그렇다면 왜 인센티브가 파이를 줄이는데도 현실에서는 인센티브가 사용될까? 인센티브를 사용하는 사람은 파이 전체의 크기가 아니라 자기 조각의 크기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인센티브가 돈을 빌려주거나 고용을 하는 등의 경제적 교류와 관계된 전체 잉여의 크기를 줄인다고 하더라도,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사람의 조각은 더 커질 수 있다.”(‘도덕경제학’에서)

#이스라엘의 북부도시 하이파에 있는 어린이집 여섯 곳이 일과 후 늦게 자녀를 데리러 오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오히려 지각한 부모의 수는 예전보다 두 배로 늘어났다. 12주 뒤에 벌금제도를 없앴지만 이미 늘어난 지각 부모 수는 줄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또 다른 연구를 보자. 2세 미만 유아들 앞에서 어른이 손에 닿지 않는 물건을 집으려고 하자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했다. 그런데 도와줬다고 장난감으로 보상을 주자 이후 돕는 행위의 비율이 40퍼센트 가량 하락했다.

전자의 경우, 교사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부모의 윤리적 의무감이 훼손되고, 그 결과 지각을 자신들이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인식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새뮤얼 보울스는 보상과 벌금 등의 인센티브가 인간의 선한 의도를 해쳐 결과적으로 나쁜 결과를 낳는다고 말한다. 이른바 ‘몰아냄 효과’다.

이는 정책과 시장, 기업에서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성과급제(인센티브)를 도입하는 것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보울스에 따르면, 인센티브는 종종 역효과를 낳는다. 우선 상대방을 감시나 벌금 없이는 올바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을 담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손상시키고 자발성을 제한하게 만든다.마이클 샌델 역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삶 속의 좋은 것들을 돈으로 가치를 매김으로써 윤리적 행동을 몰아낼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보울스는 30년 공을 들인 역작 ‘도덕적 경제’(흐름출판)에서 자유주의 시장 원칙들이 불평등을 심화시킨 배경을 면밀히 살피면서, 시장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이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에 주목한다. 이와함께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다양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방향을 제시한다.

우선 저자는 시장이 무한한 자유를 얻게 된 과정을 살피는데,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마키아벨리, 맨더빌, 애덤 스미스, 흄 등으로 이어지며 인간의 이기심을 전제로 법과 제도, 인센티브가 발전한 과정과 주장들을 살핀다. 여기에서 저자가 새롭게 소환한 인물은 마키아벨리다.

“법이나 명령만으로는 부패가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억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좋은 관습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한 것처럼, 법이 준수되기 위해서는 좋은 관습이 필요하기 때문”“좋은 거버넌스는 사회가 좋은 시민들로 이뤄지느냐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제도가 시민들 간 상호작용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의 문제”라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에서 좋은 저자는 공공정책의 모델을 읽어낸다.

저자는 여기서 ‘창발적 특성으로서의 좋은 거버넌스‘라는 접근법을 제시하는데, 특히 공공정책을 수립할 때는 인간의 이기심을 자극하는 경제적 인센티브와 윤리적이며 타인을 고려하는 동기를 함께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를 고전적인 게임 ‘죄수의 딜레마’를 통해 설명해 나간다.

전통적인 ‘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상대 경기자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와 상관없이 상대 경기자를 배반할 때 항상 더 높은 보수를 얻게 된다. 여기서 규칙을 바꾸면 협력할 때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게 가능하다. 즉 이기적인 참가자와 호혜적 참가자 둘 중 이기적인 참가자가 먼저 선택권을 갖도록 규칙을 바꾸는 것이다. 이기적인 참가자는 호혜적인 참가자가 자신의 선택을 보고 결정하기 때문에 두 가지 선택지, 모두 협력 혹은 둘다 배반 밖에 없다는 걸 안다. 이기적인 참가자는 협력을 선택함으로써 둘 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재 게임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상당한 기여를 할 의향이 있는 이들도 동료들 사이에서 처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 결국 이기적인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무임승차자를 처벌할 기회가 주어지면 사람들이 많은 기여를 하는 쪽으로 수렴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게임 후반부에 이르면 악질 무임승차자가 사라지는데, 이 경우 처벌을 피하려는 인센티브와 처벌에 따른 수치심이 결합하면서 이기적인 사람들도 ‘좋은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저자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든 공공재 게임이든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윤리적이고 타인을 배려하는 시민이 일정 정도 이상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이 있기에 적절한 규칙 아래서 사악한 이들이 사악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인센티브가 좋은 시민을 대체할 수 없는 이유다.

따라서 입법자는 이기적인 이들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시민적 덕성을 가진 이들이 결과를 결정할 수 있도록 규칙을 디자인해야 한다.

흔히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사회일수록 도덕성의 쇠퇴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하기 쉽지만 저자는 자본주의 역사가 길고 시장이 지배적인 사회일수록 시민적 덕성이 더 잘 관찰된다고 말한다.

이는 개방성과 자유주의 사회의 여러 측면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즉 평등과 자유, 관용을 유지한 건전한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강화가 자본주의 모순을 해결하는 길이라는 얘기다. 저자가 말하는 새로운 경제적 모델, 도덕적 경제다.

책은 인간의 이기와 이타의 양면적 속성을 고려한 국가의 스마트한 시장개입을 집중적으로 다루는데,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수많은 공공정책들이 왜 효과를 보지 못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도덕경제학/새뮤얼 보울스 지음, 박용진 외 옮김/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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