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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독립운동 전후…일본 문인들은 조선에서 뭘 봤나

일제강점기 일본은 지시를 순순히 따르지 않는 한국사람을 ‘불령선인(不逞鮮人)’이라 불렀다. 불온하고 불량한 한국사람이란 말이다.

1920,30년대 일본의 좌파 문인으로 잘 알려진 작가 나카니시 이노스케(1887~1958)는 1922년 같은 제목으로 소설을 썼다.

3.1독립운동이 일어난 지 몇 년이 지난 시점, 일본의 한 청년이 지역 독립운동지사의 집을 방문하면서 겪게 되는 심리적 동요를 세밀화처럼 그린 작품이다. 황폐한 조선의 산하, 조선인들에 대한 인상, 험한 일을 당하지 않을까 경계하고 불안해하면서 한편으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주인공의 흔들리는 마음의 풍경을 촘촘하게 담아냈다.

장황한 묘사에도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는 이 소설의 정점은 주인공이 지역 유지의 이십대 딸이 독립운동하다가 일제의 칼에 목숨을 잃을 때 입있던 피묻은 저고리를 마주하는 대목이다. 화자는 주인장의 이성적인 태도에 몹시 감동을 받고 "얼굴의 근육 하나 움직이지 않는 동양 특유의 강한 의지를 지닌 사람인 것 처럼 보였다”고 평가하면서, 일본 청년은 겁쟁이라고 스스로를 비하한다.

작가 나카니시 이노스케는 한국문단과도 인연이 있는데, 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KAFF)의 준비모임 형태의 강연회에 초청받아 강연한 적이 있다.

세리카와 데쓰요 니쇼가쿠샤대 명예교수가 옮기고 엮은 ‘일본 작가들 눈에 비친 3.1독립운동’(지식산업사)은10편의 작품을 모은 것으로, 일본 작가들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표현하려 했는지 미묘한 지점을 보여준다.

이 중 유아사 가쓰에(1910~1982)의 ‘간난이’는 작가가 어린시절 직접 체험한 3.1독립운동 무렵의 생활상이 생생하게 녹아있다. 조선의 순사로 근무하게 된 아버지를 따라 1916년 수원으로 이주,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낸 작가가 그린 조선의 풍경과 풍속, 간난이와의 애틋한 우정, 소학교에서 벌어진 일 등 일본 소년의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은 또 다르다.

작품의 시선은 조선의 정겨운 풍경과 함께 가난에 찌든 모습, 일제에 의해 겪는 고통과 억울함 등이 함께 섞여있는 게 특징이다.

우리에겐 낯선 일본 작가와 작품에 대한 옮긴 이의 친절한 해설은 이해에 도움을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일본 작가들 눈에 비친 3.1독립운동/세리카와 데쓰요 옮김/지식산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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