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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크 사러 나온 확진자·해외여행 떠난 자가격리자…시민의식 어디로?
방역 동력 허무는 일부시민들 일탈 도마
경북 안동서 자가격리 중 카페 운영 30대 남성 당일 확진 판정
국립발레단 소속 발레리노, 자가격리 기간 중 해외 여행 논란
마스크 구매현장서는 새치기 등도…“일탈 확산되지 않게 해야”
지난 1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 하나로마트 수원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서울 노원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29) 씨는 지난 1일 집 근처 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한 ‘새치기’를 도왔다. 먼저 줄을 선 자신의 앞에 친구 두 명을 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행동에 김 씨 뒤에 서 있던 한 중년 여성은 “새치기하시면 안 된다. 저도 같이 사려고 아까부터 줄 서 있었는데 새치기하시면 어쩌냐”며 항의했다. 실랑이가 오가고 새치기를 했던 김 씨의 친구들은 마스크 구매를 포기했다. 김 씨는 “전에 다른 곳에 사러 갔다가 못 샀다”며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들이 따가웠지만 당장 마스크가 없어서 눈치를 보면서 구매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극복을 위해 당국과 시민들이 노력 중이지만, 일부 시민의 ‘일탈’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동력을 빠지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일탈이 집단 확산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일 경북 안동시에 따르면 안동시는 이달 4일 자가 격리 중 자신이 영업하는 카페 문을 열고 손님을 받은 A(34) 씨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신천지 신도 명단에 있던 A 씨는 지난달 27일 검체를 채취하고 집에 격리됐다. 하지만 A 씨는 다음날인 28일 자가격리 통지 명령을 위반하고 가게 문을 열어 손님을 받았다. 영업 당일 A 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의 한 우체국 앞에서는 한 확진자가 마스크를 사러 왔다가 한 방송사 취재진의 경찰 신고로 보건당국에 넘겨지는 일도 있었다. 대구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달 2일 오후 2시40분께 50대 남성 B 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대구 중구 포정동 대구우체국 앞 구매 행렬에 동참했다. B 씨는 취재 중이던 방송사 취재진에게 “코로나19 확진 통보를 받았는데, 마스크를 사러 나왔다”고 했다. 이후 취재진은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고, B 씨는 구급차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대구 동구 신서동 중앙교육연수원으로 강제 이송됐다.

국립발레단은 지난달 14~15일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한 뒤 선제적 조치로 2주간 자가 격리를 결정했지만 단원들의 일탈이 논란이 됐다. 국립발레단 소속 발레리노 나대한 씨는 자가 격리 기간 중 여자친구와 일본으로 여행을 갔고 현지에서 찍은 사진 등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자가 격리 지시를 어긴 나 씨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국립발레단 측은 “나 씨의 경우 내부 절차를 거쳐 징계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마스크 대란’으로 불릴 만큼 귀해져 버린 마스크 구매 현장에선 시민들의 ‘일탈’이 더 두드려진다. 지난 3일 오후 경기 파주시의 한 하나로마트에서는 50대로 보이는 남성 2명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구매 행렬에 줄을 섰다. 이들에게서는 술 냄새도 풍겨 왔다. 옆에 있던 한 50대 여성은 “(마스크를 안 쓴)저 사람들이 감염자이면 어떻게 하냐”며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지난 2일 오후 1시 30분께 서울 종로구의 한 하나로마트에선 마스크 구매용 번호표를 나눠주는 가운데 한 60대 여성이 틈이 벌어진 구매 행렬 사이로 살짝 들어갔다. 해당 여성에게 농협 직원이 번호표를 주려 하자 줄을 선 시민들은 “누구는 (오전)11시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들을 바보로 아느냐”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결국 해당 여성은 마스크 구매 대열에서 쫓겨났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탈이라는 건 사회에서 항상 있는 부분으로 위기 상황에서 극복을 위해 모든 국민이 100% 규범적 방향으로 행동하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정책을 펼칠 때에는 항상 일탈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일탈이 일어날 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탈 케이스를 확대 해석하고 마녀사냥하듯 하기보다는 반면교사로 삼아 문제가 집단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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