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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이집트 탐방기⑫] 침략자의 문명 왜곡 버텨낸 필래와 콤옴보 [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 필래=함영훈 기자] 나일강이 이집트에 그려놓은 푸른 곡선은 한반도 지도의 호랑이 등(back), 동해 해안선을 닮았다. 그 중간쯤에 룩소르-에스나-에드푸-콤옴보-아스완-필래가 있다.

나일강의 급류 혹은 댐이 필요했던 지역 3곳에는 모두 유명한 신전이 놓여있는데, 모두 아스완주 행정구역 내이다. 아스완시 바로 남쪽 댐과 댐 사이 필래, 아스완시 북쪽 콤옴보, 에드푸가 물길이 예사롭지 않은 곳인데, 신에 의탁해 기원할 것이 많은 곳이라 신전을 세웠던 모양이다.

이들 신전은 모두 선사-상고사-고대를 지나 이집트의 국력이 약해지고, 외세의 침략이 노골화하던 시기에 지어졌다. 그전에도 외세 침략이 있었지만 이집트 문화를 말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무렵 외세들, 범(凡)그리스 세력, 로마세력, 투르크세력 등은 세 가지 유형, ▷찬란한 문명의 옷을 자신도 입을 목적 ▷찬란한 문명을 비하할 목적 ▷찬란한 문명을 지울 목적으로 유적의 변형에 나선다.

아름다운 아스완 필래 주변 마을

▶이시스(필래) 신전= 아스완시 남쪽 이시스(필래)신전은 원래 필래섬에 있었는데, 댐 건설로 수몰위기에 놓이자 유네스코의 주도 속에 신전을 분해하고 수많은 돌에 일일이 일련번호를 붙여 인근 아질키아 섬으로 정확하게 옮겨졌다.

국왕신 호루스의 어머니 이시스는 태양신 ‘라’의 손녀뻘이지만 ‘라’가 두려워할 정도로 지혜, 추진력, 카리스마, 부부애-모성이 돋보이는 신으로 평가된다. 라의 약점을 잡은 뒤 그의 천지창조 권능까지 전수받았으며, 모성과 마법, 생산의 여신으로 불린다. 나아가 나일강의 수호신, 지혜와 의술의 여신, 사랑과 미의 여신 등 역대 이집트 신 중 별명이 가장 많다.

필래신전의 2020년 또 하나의 수호자 냥이

죽은 남편을 살려내고, 자기 부부에겐 ‘악의 축’이었던 시동생 세트를 응징하며, 호루스를 기적적으로 낳아 키워냈다. 그리스 신화로 비교하자면 헤라, 아폴론, 아프로디테, 페르세포네, 아테나, 데메테르를 합친 격이라고나 할까. 이시스 신화가 앞서 있고, 하도 역할이 많아, 희랍인들이 신화를 만들면서 ‘역할 분리’시켰을지도 모르겠다.

보트를 타고 10분간 가면 닿는 이시스(필래) 신전은 보존상태가 좋다. 선착장에 아쟁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호객꾼들의 ‘원달라’ 합창을 뒤로 한 채 계단에 오르면, 신전을 지키는 길냥이들이 관광객들을 반긴다. 카메라를 들이다면 짐짓 포즈까지 취한다.

필래신전

나일강과 가까운 신전 동쪽 회랑 창틀 너머로 푸른 강물과 돛단배 펠루카들이 보인다. 첫 관문엔 어김없이 왕이 위세를 과시하는, ‘쩍벌 허벅지 자세’의 적군 공격 모습이 새겨져 있다.

오른쪽 관문벽과 내부 기둥엔 이곳이 여신에게 봉헌된 곳이라는 점을 쉽게 알아 볼 정도로 여신들의 얼굴이 많이 새겨져 있다.

필래신전의 담은 강변이라 연인들의 단골 서식지가 되고 있다.

지어진 시점은 기원전 380년이다. 이집트 신왕조가 쇠퇴하고 마케도니아, 그리스, 동방크리스트교도 등 강대집단의 외부 문명과 종교가 유입되던 시점이다. 고대식 양각 부조는 이집트인들이 전통방식대로 완성한 듯 하고, 쉽게 하는 음각 부조는 이방인들이 서둘러 자신들도 찬란한 문명에 한 숟갈 얹으려 빨리 만든 것 같다. 크리스트 계열 이집트 정교인 콥트 십자가도 새겨져 있어, 조금식 서로다른 시대와 문명의 흔적들이 두루 나타난다.

그러나 이집트 전통 신의 스토리 부조에 앵크 십자가를 집어넣거나, 사람 모양의 이집트 신들의 그림을 깬 흔적, 생활공간으로 이용하면서 문화재에 상처를 낸 모습 등은 아스완의 이시스신전 뿐 만 아니라 곳곳에서 나타나는데, 여행자들로선 마음이 아프다.

필래신전이 지어진 이후 새겨진 앵크 십자가

문화재 광으로 알려진 로마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터키 안탈리아 등 자기 영토 곳곳에 흔적을 남긴다.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하드리아누스의 관문을 두었다. 다만 서둘러 치장을 해서인지, 상형문자가 복잡한 양각이 아닌 손쉽게 만드는 음각으로 되어 있다.

이이스 신전 동쪽 강변엔 좁은의미의 필래신전으로 불리는 ‘트라잔의 (돌)정자’가 있는데, 그리스 로마 양식이 완연하다. 강변이라 인근 돌 벤치에는 연인들이 데이트장소로 많이 이용된다. 신전과 배의 조화로운 풍경이 멋지고, 여신들이 보우하사 연인들의 애정이 더 깊어질수 있을 것 같은 곳이다.

해뜨는 콤옴보 신전

▶콤옴보 신전= 지금부터 20여년전 비디오테이프, 영화·뮤비 CD 재생, 두 개 기능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전자기기를 ‘콤보’라고 불렀다. 매와 악어, 두 신을 모시는 콤보형 신전이 아스완 북쪽 49㎞ 지점에 있는 ‘콤오보 신전’이다.

이곳 역시 기원전 395년에 완공돼 순수 정통 이집트 양식과 다른 문화가 혼재된 양식으로 지어졌다. 특히 입구부터 파르테논 신전 비슷한 그리스·로마 건축 색체가 적지 않게 가미됐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콤옴보 신전을 지키는 마을 사제

매는 이집트 역대 파라오들이 별칭으로 꼭 병용하고, 기자 피라미드들을 이끄는 사자몸 사람얼굴 국왕신 호러스를 상징한다.

악어는 나일강물의 양을 조절하는 신(神), 신들의 갈등 해결사 토트(Thoth)의 지혜를 입은 따오기 신, 말과 글의 창제 신 등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는 소베크(Sobek) 신을 의미한다.

굵은 기둥은 로마양식과는 다른 이집트 고유의 양식이다. 두 신을 모시는 신전 답게 모든 신전의 구성물들은 듀엣이다. 굵은 기둥이 메타세콰이어길처럼 도열한 1열주실 대부분은 건재하고 왕의 이름이 타원형 문양(카르투시)속에 새겨져 있다. 기둥에는 왕의 왕성한 체력을 상징하는 ‘쩍벌 공격’이 어김없이 그려져 있다.

이방인들, 신앙이 다른 자들이 기거하며 불을 피워 검게 그을린 콤옴보신전 기둥

2열주실에 들어가면 호루스와 토트(소베크 임무를 덧붙여 계승)의 뜻을 새 지배자(이방인)인 프톨레마이오스 7세가 이어받았음을 시위하는 그림도 그려져 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사후 정권을 잡은 군사참모 출신 임금이다. 주지하다시피 알렉산드로스는 이집트를 침략한뒤 북서쪽 아몬신전에 달려가 신전의 사제를 위협해 자신이 이집트와 중동지역을 다스릴 후예임을 신탁받은 바 있다. 이방인들의 이집트 찬란한 문명 입기의 시초였다.

콤옴보 신전의 맨 뒷부분에 가면, 의술 도구와 의학자의 자세에 관한 글귀와 그림이 음각으로 부조돼 있고, 그 아래 시시비비를 가리는 판결을 할 때의 기준과 선서의 글이 적혀있어 눈길을 끈다.

콤옴보 신전의 의술도구와 의학지식 관련 부조

다른 기록이나 신전에서는 볼수 없는 내용 즉, 호루스가 의학담당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 신전을 지을 때 보다 약간 앞선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영향을 받은 듯 하다.

오늘날에도 널리 쓰는 ‘정의의 여신’ 개념은 ‘깃털과 죽은자의 심장을 천칭 저울에 달아 심장이 깃털보다 무거우면 지옥에 보낸다’는 고대 이집트 신화가 날이 갈수록 복잡다단해 지는 인간 삶을 반영한 법학이 발전하면서 새로 정립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역시 여러 문명의 종합이라는 느낌이다. 콤옴보 신전에도 나일강 수위조절 측정장치가 있다.

콤옴보 악어 미이라 박물관

인근에는 소베크 신의 상징, 악어를 미이라로 만들어 전시한 악어 미이라 박물관이 있다. 사람 미이라는 소년 투탕카멘을 노인으로 만들어버렸는데, 악어 미이라는 마치 진짜 악어를 보는 듯 보존상태가 좋다.

○‘新이집트 탐방기 글 싣는 순서’ ▶2월11일자 ①아이다 공주의 누비아가 없었다면… ②스핑크스 틀렸다, 수호신 호루스가 맞다 ③소년왕 투탕카멘 무덤방은 장난감房 ④에드푸의 반전매력, 에스나 물살 제어기술 ⑤나일강물 맛 보면, 나일로 꼭 온다 ▶2월18일자 ⑥제정일치 룩소르, 신전은 王와 神의 토크라운지 ⑦3500년전 모습 왕가의 계곡…멤논 울음 미스터리 ⑧권력 탐한 모정, 너무 나간 아들 ‘핫-투’ 갈등 ▶2월25일자 ⑨석공의 눈물 밴 미완성 오벨리스크 ⑩호텔이 된 왕궁, 시장이 된 옛호텔 ▶3월3일자 ⑪아스완-아부심벨, 곳간에서 문명 난다 ⑫필래와 콤옴보 문명 덧쓰기, 없애기 ▶3월10일자 ⑬찬란한 박물관, 개발중인 도시, 두 풍경 ⑭신비의 사막 탐험, 홍해 레저 반전매력 ⑮미사포야? 히잡이야? 문명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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