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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이집트 탐방기⑪] 아스완~아부심벨, 곳간서 문명 난다 [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 아스완=함영훈 기자] 나일강 사람들은 수륙양용의 환경 속에서 어업과 농업, 레저업을 다양하게 영위하며 나름 넉넉한 생활을 유지한다. 일거리가 도시만큼 다양하지는 않아도, 수자원이 풍부한 상류지역(이집트 남쪽, 상이집트)의 물산이 풍부한 편이다.

아스완~아부심벨, 상이집트 최고의 낭만 펠루카 무리

다만 교육기관이 부족하다 보니 읍내에서 먼 곳 아이들은 홈스쿨링, 즉 집에서 공부를 하고 삶의 지혜를 얻는다. 오지에 가면, 파피루스에 뭔가 기록했던 이집트인들의 후예들, 어린이들이 글을 쓸 펜 좀 달라고 한다. 그들이 그것을 되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 기록하고 지식을 익히는 용도라면 한국에서 여러개 묶어 싸게 파는 12개들이 볼펜 한 묶음 정도 가져가도 괜찮을 듯 싶다.

상이집트는 이집트 중-남부지방으로 아시유트에서 시작해 남으로, 아비도스, 테베(룩소르), 에드푸, 콤옴보, 아스완, 아부심벨에 이르고, 하이집트는 지중해 연안의 나일강 종점인 알렉산드리아, 라시드(로세타), 부토, 헬리오폴리스, 카이로, 멤피스, 사카라, 헤라크레오폴리스(베니수에프 인근)를 포함한다.

▶이집트 나일 1500㎞= 총 6000㎞인 나일강의 이집트내 곡류 구간은 1532㎞로 ‘S라인’의 동해 해안선(두만강~오륙도) 길이 1600㎞(남북 국토 직선 길이는 1200㎞)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카이로를 기점으로, 남쪽 수단 국경과 100㎞가량 떨어진 아부심벨까지 1130㎞, 아스완까지 850㎞, 룩소르 까지 660㎞이다. 동쪽 수에즈운하가 있는 이스마일리아까지는 120㎞, 북서쪽 알렉산드리아까지는 220㎞, 북동쪽 이스라엘 접경 샤말시나(라파)까지는 380㎞, 남동쪽 시나이반도끝 휴양도시 샤름엘세이크까지는 500㎞이다.

룩소르가 정치의 도시라면 아스완-아부심벨은 경제, 문화의 도시라 좀더 편안한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로 치면 섬진강 매화마을쯤에 위치한 남쪽 아부심벨은 현재 인구 3000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아부심벨까지는 카이로발 국내선 항공편이 있는데, 인천~백령도 배가 대청도에 한번 섰다 가듯, 중간에 100만 도시 아스완에 들러 손님을 내려주고 아부심벨 가는 손님을 더 태워 280㎞를 더 날아가는 점이 특이하다. 중간 거점 역 플랫폼에서 우동이라도 한 그릇 먹고 가는 과거 통일호 열차와는 달리 손님들은 아스완에서 내리지 못한다. 비행기가 이륙해서 최고 고도에 닿아보지도 못한 채 하강하는 김포-대구 항공노선 정도 더 가게 된다.

람세스2세-네페르타리 왕비 부부의 신전을 함께 찍으려면 왕비의 신전쪽에 서야 한다. 왕비신전의 규모가 왕의 것에 비해 1/3정도 밖에 안되지만 예술적으로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존여비의 극소수 한남스럽다’는 평가가 나올지 몰라도, 당시로선 이 정도 왕비를 배려한 것은 드문 일이었다.

아부심벨 공항에서 내려 신전이 있는 섬에 연륙교를 통해 들어가면, 이곳 식당이름은 람세스, 호텔이름은 그의 부인 네페르타리일 정도로 람세스2세 부부로 치장돼 있다. 입구엔 아스완댐 공사로 물에 잠겼어야 할 이 신전이 안전한 곳으로 옮겨진 과정을 설명하는 기념관부터 만난다. 아스완댐 건설에 따라 이 지점의 수위(水位)가 60m 높아져 람세스2세-네페르타리 부부의 두 신전이 잠길 위기에 놓이자, 1960년대 유네스코의 리드 속에 57개국이 자금과 기술을 지원해 이 신전을 원형 그대로 65m를 끌어올렸다고 한다.

람세스 대신전이 보일 무렵 길가에 놓인 사람 가슴높이의 반석 위에는 아이 손바닥 만한 라임스톤 조각을 쌓은, 다분히 동양적인 작은 돌탑들이 많이 만들어져있다. 의지의 한국인, 중국인들이 미니돌탑 터를 잡아 조금 쌓고, 서양인들도 가세한 듯 하다.

람세스2세가 자신의 신전보다 부인 네페르타리의 신전을 1/3크기로 만든 것을 두고, 남존여비 심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부인에 대한 유적을 거의 남기지 않는 다른 임금에 비하면 애처가이다. 〈두 신전에 대한 묘사는 [新이집트 탐방기①] 아이다 공주의 누비아가 없었다면… 참조〉

아부심벨 호변마을은 다소 여유로워 보인다. 뭔가 마을 리뉴얼 작업이 한창이다.

▶여유로운 이부심벨 호변마을= 아부심벨과 신전 사이 길옆 호변 마을은 좀 넉넉해 보인다. 가옥도 그 어렵다는 아치형으로 짓고, 다른 나일강변에서 보았던 고단한 어부의 표정도 잘 보이지 않는다.

작은 산촌 진부가 올림픽을 열면서 세계적인 도시가 되었듯, 아부심벨에 이집트 최고 임금 부부의 신전이 들어서는 바람에 적은 인구에도 여유롭고 자부심 넘치는 삶을 영위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방치되었을지도 모를 아부심벨이 이집트 최남단 국토의 파수꾼으로 격상했다. 아스완댐이 가로막아 생긴 나세르호수의 남단, 수자원이 풍부하니 들과 강에서 얻는 자연의 선물도 풍부하다.

아스완에 이르러 황색의 사막과 화강암 바위 사위로 흘러가는 나일강은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이곳 돌이 좋아, 이집트 유적지 석재로 가장 많이 쓰였다.

빛이 든 아부심벨 람세스신전의 내부

5성급 호텔에 준하는 나일강 크루즈는 전통 돛단배 무동력 펠루카와 함께 가장 낭만적인 여행수단인데, 아스완이 허브 항구라서 바글바글하게 정박한다. 강폭이 넓어 그 두툼한 크루즈가 8열 종대로 정박해 크루즈에서 시내로 나가려면 남의 크루즈 6~7척을 통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배의 호텔리어들도 남의 배 손님을 반갑게 대한다. 이 배, 저 배 가볍게 구경해도 제지하지 않는다.

아스완시내 중심가에서 남쪽으로 5㎞에 아스완 로댐(1912년 완공), 11㎞지점에 하이 댐(1971년 완공)이 있다. 아스완 하이댐의 남쪽은 바다이고, 북쪽은 강이다. 폭 20m 가량의 댐 위 도로 횡단보도만 건너면 두 개의 분위기를 모두 즐길 수 있다.

남쪽엔 바다같이 광활한 호수 위에 수많은 쪽배와 펠루카(Felucca)의 계류장이 있지만, 북쪽은 한강 상류 넓이의 소박한 나일이 졸졸 흐른다. 상이집트엔 물이 남아돌고, 하이집트 상당 지역은 고갈돼 사막화되는 이 거대 댐을 굳이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요즘 과학기술에 비춰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아스완 하이댐 위에서 본 나일강 남쪽은 바다 같이 넓다.

지금의 수단북쪽(옛 에티오피아)에서부터 아부심벨, 나세르호, 두 개의 댐, 아스완, 필래, 콤옴보, 에드푸, 에스나(룩소르주-아스완주 접경)까지를, 이집트 광역행정구역으로 치면 아부심벨주에서 아스완주까지를 누비아 지역이라 부른다.

▶경제-문화의 중심 아스완, 아가사크리스티 명작도= 알렉산드리아~카이로~룩소르까지 정치-종교가 지배한다면, 누비아지역은 경제와 문화가 지배한다.

누비아지역은 천혜의 먹고살 것도 많은데, 아스완은 3000년전 국제무역항이기도 했다. 먹고 살만 하며,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이면 놀기도 좋아하게 되고, 문화예술적 심미안과 미식도 발달하게 돼있다.

사람들은 순진하고 밝다. 오페라의 주인공 누비아 공주 ‘아이다’가 정치 수업을 받았다면, 북쪽 하이집트에 손쉽게 포로가 되지도, 적장의 구애를 받다가 비극을 맞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좋아하는 그나라 국왕 사위 후보 하이집트 장군을 이용해 누비아의 자주독립운동을 전개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스완 민속매점의 전통 모자들

착한 사람들, 넉넉한 사람들, 심미안을 가진 누비안들의 진면목은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린 민속마을에 잘 남아있다. 이집트 관광청에 따르면, 이곳엔 아기자기한 벽화와 민속공예품들이 많다.

지리산 청학동처럼 전통을 지키던 누비안족 마을이 하이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놓이자 이들을 이주시켜 조성한 곳이다.

집에 분홍빛 벽화도 그리고, 아기자기한 공예품도 걸어두었다. 특산물인 차를 시음해주기도 하며, 향신료, 목각인형 등을 판다.

이 마을 멀지 않은 곳에 추리소설가 아가사크리스티가 대작을 완성한 카타락트 호텔이 보인다.

거리의 사람들 표정은 매우 밝다. 대도시라면 찌든 표정, 억지로 내는 웃음기 등이 있을텐데,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

음악이 있는 강변 카페에서의 차한잔은 카이로나 알렉산드리아에서 느끼지 못하는 낭만을 제공한다. 카페 선율에 소형 요트 보다 더 멋진 펠루카가 창 밖에서 춤추고, 물새들이 그 위를 난다. 세계 패스트푸드점 중에서 가장 멋진 경관을 가진 KFC아스완 나일강점에서 간단한 점심을 때울 수도 있겠다.

카이로와 룩소르에서 문화인류 수업을 즐겁게 듣는 와중에도 약간의 피로감 있었다면, 경제-문화의 도시 아스완에서 풀면 된다.

▶과학을 선도한 누비아= 누비안의 과학이기도 하다. 아스완은 나일간 거대 물줄기의 중류지점이라 나일강 수위측정장치(나이로미터)도 많다. 필래 사원의 나이로미터가 유명한데, 사람이 20계단쯤 내려간 곳 위로 물이 찼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이집트가 배출한 축구스타, EPL 무적 리버풀의 살라 유니폼은 최남단 아부심벨에서도 인기다.

지구의 둘레를 최초로 측정한 그리스 천문학자 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장이던 에라토스테네스(BC 275~194)는 어느 책에서 ‘아스완에서 1년에 한번씩 정오에 태양이 우물 속을 수직으로 비친다’는 기록을 읽고, 아스완의 태양고도가 90도 되는날 알렉산드리아에서 수직으로 세워둔 막대의 그림자 각도 7.2도를 확인한 뒤, ‘360: 7.2= 지구의 둘레(x): 아스완~알렉산드리아거리’라는 식(式)을 세워 지구 둘레를 구했다.

앞서, 아부심벨 람세스신전에도 누비안들은 과학실력을 발휘했다. 1년에 두 번씩 태양이 좁은 신전입구를 지나 맨끝방 지성소까지 직사광선으로 비추고, 그것도 지성소 안 람세스 석상이 가장 빛나도록 설계한 것이다.

카이로나 룩소르나 서안지역 민가가 없는 곳의 밤은 사막답게 썰렁하지만, 아스완 나일 서안에는 고왕국부터 중왕국시대에 걸친 지방 호족(豪族)의 고분군이 있는데, 밤에 붉은 조명을 비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스완 문화센터에서는 풍요로웠던 누비아(아스완~아부심벨)의 전통 음악과 춤을 매일 공연한다. 낭만의 아스완에 미련이 남아 발길을 돌리기 힘들지만, 우린 다시 카이로에 흥미로운 문화인류, 문명학 공부를 하러 간다.

아스완 공항. 밝은 표정의 소년 사진이 정겹다.

○‘新이집트 탐방기 글 싣는 순서’ ▶2월11일자 ①아이다 공주의 누비아가 없었다면… ②스핑크스 틀렸다, 수호신 호루스가 맞다 ③소년왕 투탕카멘 무덤방은 장난감房 ④에드푸의 반전매력, 에스나 물살 제어기술 ⑤나일강물 맛 보면, 나일로 꼭 온다 ▶2월18일자 ⑥제정일치 룩소르, 신전은 王와 神의 토크라운지 ⑦3500년전 모습 왕가의 계곡…멤논 울음 미스터리 ⑧권력 탐한 모정, 너무 나간 아들 ‘핫-투’ 갈등 ▶2월25일자 ⑨석공의 눈물 밴 미완성 오벨리스크 ⑩호텔이 된 왕궁, 시장이 된 옛호텔 ▶3월3일자 ⑪아스완-아부심벨, 곳간에서 문명 난다 ⑫필래와 콤옴보 문명 덧쓰기, 없애기 ▶3월10일자 ⑬찬란한 박물관, 개발중인 도시, 두 풍경 ⑭신비의 사막 탐험, 홍해 레저 반전매력 ⑮미사포야? 히잡이야? 문명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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