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팀장시각] 주택시장 회색빛 전망이 더 현실적이다

주택시장이 안갯속이다. 예상 못했던 코로나19 사태가 훨씬 심각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성수기기 시작되는 분양시장에 직격탄이 될 게 뻔하다.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없어 문을 닫는 중개업소가 벌써 생기고 있다고 한다.

3월부터 집을 살 때 부담은 훨씬 커진다. 조정대상지역(3억원 이상)은 물론 비규제지역(6억원 이상)에서 주택을 거래할 때 제출해야 하는 주택자금조달계획서는 예상보다 훨씬 까다롭다. 예금은 물론, 증여·상속 신고서, 납세 증명서 등 내야 할 서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거래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주택 수요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요즘 만난 중개업자들의 장탄식이다.

집값 하락론자들의 목소리는 다시 커졌다. 가계부채의 심각성, 일본식 버블붕괴 우려 등 오래된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수준이 대다수인데, 반응은 뜨겁다. 개중에는 정부 규제로 인한 수요 위축의 심각성, 보유세 강화 추세로 인한 다주택자들의 급매물 등장 가능성 등 꽤 치밀한 논리도 있다. 물론 아직 서울 주택시장에 대해선 오를 것이란 관측이 반대의 경우보단 많다. 저금리 상황에 유동성이 넘치고, 공급이 부족하다는 게 이들이 공통된 시각이다.

시야를 조금 넓혀 잠시 다른 이야길 해보자. 칼 마르크스와 사이먼 쿠즈네츠는 자본주의에 대해 정반대 전망을 한 역사상 가장 뛰어난 경제학자로 꼽힌다. 마르크스는 1867년 ‘자본’을 통해 자본주의에서 임금 노동자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에 의해 지속적으로 착취 당하고, 불평등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20세기 활동한 쿠즈네츠는 반대로 자본주의가 결국 소득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봤다. 그는 1955년 ‘경제성장과 소득불평등’이라는 논문을 통해, 자본주의 초기엔 불평등이 커지지만 산업화와 경제발전이 진전되면 불평등이 급속히 줄어드는 국면이 온다고 예상했다.

누가 맞았을까.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두 사람 전망이 모두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다만 두 학자 모두 시대적 한계 속에 갇혀 있었다. 마르크스가 활동했던 19세기는 자본주의의 모순이 극에 달했던 시대다.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상황은 결국 20세기 초 유럽과 소련 전역에 걸쳐 사회주의혁명으로 이어졌다. 반면 쿠즈네츠가 활동했던 시대는 1945년부터 1975년 자본주의 최고 전성기였다. 당시엔 “성장은 모든 배를 뜨게 하는 밀물이다”란 말이 진실처럼 믿어졌다. ‘낙수효과’ 이론이 나온 것도 이때다. 모든 이론과 그에 따른 전망은 결국 시대 상황을 충실히 반영한다는 이야기다.

주택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 느닷없이 닥친 코로나19처럼 누구도 모른다. 시장이 좋을 때는 상승론자들의 목소리가 크고, 침체기엔 하락론자들의 주장이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극단적인 판단만은 조심해야 한다. 가계 부채가 늘었다고 폭락으로 연결된다거나, 몇년 주택공급이 줄었다고 폭등할 것이란 전망 같은 거다. 시장엔 나보다 돈 많은 사람들도 많고, 시장을 달리 보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다. 모 아니면 도란 극단적 사태를 예상하고 대처하는 것보단 회색지대 어딘가로 움직일 것으로 믿고 대응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