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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상통화로 집 보고, 견본주택은 VR로…
코로나19가 바꾼 주택 · 분양시장
‘안 보여주고 안 보러가고’ 신풍속
가격 맞으면 사진만 보고 계약도
건설사들도 온라인 소통 강화

#1.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주말 황당한 경험을 했다. 노원구 쪽으로 이사 가기 위해 집을 보러 다니는데, 집주인들이 “코로나 사태 때문에 지금은 안되겠다”며 하루에 3번이나 퇴짜를 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공인중개사의 휴대폰으로 집주인과 화상통화를 연결해 겨우 한 곳을 볼 수 있었고,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결정했다. 하지만 실제 모습과 화면의 차이가 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2. 평소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경기도 부천시의 B씨는 주말마다 임장(현장방문)을 가거나 견본주택을 찾는 게 취미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최근 외부 활동을 중단했다. 대신 유튜브를 통해 부동산 강의를 듣고, 어플에 올라온 온라인 매물을 둘러본다. 여기에 건설사 홈페이지에 있는 사이버 견본주택도 들어가 보고, 최근에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VR카메라로 촬영한 견본주택까지 등장하면서 만족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일상 생활과 연관성이 높은 주택·분양시장도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최근에는 경남 거제시의 한 확진자가 부동산매물로 나온 울산의 아파트를 2곳 이상 보러 다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동행한 공인중개사가 자가격리 조치되기도 했다.

25일 공인중개업계와 분양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고 있다. 확산 초기에는 부동산 거래시 집을 파는 사람과 집을 사는 사람이 서로 마스크를 끼고 둘러보는 것까지는 허용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아예 ‘안 보러가고 안 보여주는’ 추세가 확산하는 상황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인근의 A공인중개사 대표는 “전화 문의는 꾸준히 있는데 사람들이 아예 안 다니려고 한다”면서 “사태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고객이 대부분이지만, 가격대가 맞으면 사진만 보고 계약하겠다는 분들도 일부 있다”고 귀띔했다.

양측의 의견차로 난감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초구 반포동 고속터미널역의 B공인 관계자는 “서로 마스크를 하고 ‘죄송합니다’하면서도 집주인은 세세하게 안 보여주려고 한다”며 “반대로 매수인은 더 보고 싶다는 경우가 많아 서로 의견 조율하기 난감한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세입자가 따로 있는 상태에서 매매를 시도하는 경우에는 집구경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마포구 염리동의 C중개인은 “세입자가 ‘보여주지 않겠다’고 주장하면 집주인도 어쩔 도리가 없다”며 “집도 보지 않고 계약하라고 권유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했다.

오는 4월 분양가상한제 유예 기한 종료를 앞두고 기대감이 높아졌던 분양업계도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기존 견본주택을 아예 닫고 사이버 모델하우스로 대체하는 추세다.

대우건설과 SK건설은 이달 중순 ‘수원 매교역 푸르지오SK’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만들어 견본주택을 대신했다. 중흥건설 역시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통해 ‘위례신도시 중흥S 클래스’ 수요자들을 맞고 있다.

새로운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21일 건설사 가운데 최초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견본주택 내부를 설명하는 자리를 열었다.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VR 카메라로 촬영한 아파트 내부 이미지 등을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 청약 당첨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견본주택을 공개하는 방식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실제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후 상담 전화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고객과의 양방향 소통 전략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대근·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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