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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끝 해남, 유라시아 대륙의 시작…건강,희망 1번지
기암괴석·청정바다 ‘땅끝~달마고도 천년길 트레킹’
선착장 인근 맴섬 두 봉 관통하는 해돋이 감상
‘우리의 기상’ 상징…땅끝탑 뱃머리 모양 전망데크

‘모세의 기적’ 일어나는 죽도서 석양 배경 ‘인생샷’
8000만년 풍화 이겨낸 자연학습장 ‘공룡화석지’
“해남, 트레킹으로 건강에너지 전파하는 1번지”
건강한 땅 해남 땅끝은 유라시아대륙의 출발점, 대한민국 건강과 희망의 기점이다. 한반도 지도를 닮았다. 면역력을 키우는 청정 트레킹에도 마스크를 꼭 끼고, 등산객과의 간격을 좀더 띄우자. [드론촬영=왕보현 코리아 투어프레스 사진가]
자태를 뽐내지 않으려 단청하지 않은 미황사 대웅보전
해남 땅끝마을 맴섬의 일출

‘땅끝’이라 불리는 해남은 유라시아대륙의 시작이다.

유난히도 어수선한 겨울을 딛고 봄이 가장 먼저 상륙하는 희망의 땅이다.

브라키오사우러스 일가족이 풀 뜯고 목 축이던 해남 고천암호에선 2002년 봉준호 감독이 첫 대박 작품의 마지막 촬영을 했다. 오스카 4관왕으로 역사를 바꾼 2020년 2월 하순, 공룡화석지와 멀지 않은 이곳엔 몇 무리 철새가 포근해진 바닷바람을 음미하고 자맥질과 나래짓을 점검하면서 차분히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해남과 목포를 잇는 영암방조제를 넘어 산이·황산에 들어서니 벌써 객토작업을 벌인 붉은 색 해남 토양, 눈(雪) 밑에 엎드려 겨울을 이겨낸 푸른 보리·배추밭이 보색대비를 이룬다. 흰색 매화들은 절정을 향해 아우성이고, 동백이 이에 뒤질 새라 붉은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2020 해남방문의 해’를 맞아 전국의 손님들을 잘 모시려고 참 많은 것을 준비해놨던 ‘방문의 해 TF’ 팀원들은 ‘코로나19’ 예방요원을 자처해 마을 곳곳을 살폈다. 이웃 아주머니, 어르신 몸은 괜찮은지, 어디 다녀오신 데는 없는지 묻고 즉각 응대하는 것이 TF 공무원들의 요즘 24시간이다.

힘겨워하는 식당과 시장 상인들을 살리기 위해 해남군은 지역경제 살리기 상품권을 나누고, 뜻있는 지역민들과 공무원들이 합세해 손님 적은 식당 또는 가게를 찾았다.

국토종단 1번지, 리스본 가는 유라시아 대륙의 기점, 희망의 해남은 그렇게, 아름답게, 국난 극복의 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마스크 꼭 끼고, 산행 간격을 조금 늘려 청정 생태를 음미하는 트레킹은 몸의 면역력을 키운다. 멀리가지 않아도, 해야 할 봄 준비이다.

땅끝~달마고도 천년길 트레킹은 구간별 10~20㎞의 길이다. 산꼭대기 기암괴석, 청정 바다와 동행하며 쇄신, 자신감, 체력, 안구정화, 건강·승리의 역사로부터 얻는 지혜 등 1석 5조이다.

이 트레킹은 해돋이, 해넘이, 달마고도 능선 탐방 등 대표적인 것의 체험 순서, 이동 수단 등 1박2일 플랜에 따라 어디서든 진입할 수 있다.

땅끝마을 선착장 인근 형제바위 옆에서 맴섬 두 봉 사이를 관통하는 해돋이를 감상했다면, 인근 식당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해변 문화생태로를 통해 남서쪽 땅끝탑으로 향한다. 10m 높이 땅끝뾰족탑은 희망찬 비상을, 뱃머리 모양 전망데크는 태평양으로 뻗어가는 우리의 기상을 상징한다.

갈 지(之)자 오르막 1400여 나무계단을 차근차근 딛고 소나무, 팽나무, 후박나무 등을 벗삼아 400m쯤 오르면, 땅끝마을이 주춧돌 된 한반도가 자유와 희망의 상징, 갈매기와 태양을 한꺼번에 이고 있는 귀여운 석조 조형물이 보인다. 바로 뒤엔 해발 122m 사자봉 정상에 40m 높이로 땅끝 전망대가 우뚝 서있다. 조도, 진도, 어룡도, 백일도 흑일도, 소록도, 마을포구 등 속 시원~한 전망을 감상한다. 바다 바로옆 162m 높이에서 세상을 굽어볼 곳은 동해안에도 없다.

해남 청년에게 시집온지 20년 동안 남편 만큼이나 한국을 너무 사랑한다는 한국어-일본어 양수겸장 가이드 후지사쿠에미코씨는 “쾌청한 날엔 한라산까지 보이고, 유라시아 대륙의 기(氣)를 받는 희망봉이며, 타오르는 횃불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해 전망대를 만들었다”면서 “대한민국에 건강에너지를 전파하는 1번지”라는 뜻을 전했다.

전망대에서 북쪽 주차장쪽으로 내려와 직진하는 트레킹길을 택하면 댈기미 잔등-망추봉-땅끝호텔에 이르는데, 좌측 해안으로 가면 북쪽으로 가면, 중리 어촌체험마을이나 유달산 서쪽 해남 화원의 목포 구(舊)등대에서 국내 최고의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중리에서 보이는 죽도는 매일 모세의 기적 처럼 바닷물이 빠지면서 길이 생긴다. 죽도과 중도 사이 붉은노을을 끼워넣는 석양은 인생샷이다.

사실 해남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는 동쪽 미황사 뒷편, 달마고도 기암괴석 능선길 12㎞이다. 달마산 꼭대기에 지은 도솔암이 압권이다. 기암괴석 능선을 병풍처럼 등지고 있는 미황사는 725년 인도에서 돌배(石船)가 불상과 경전을 싣고 땅끝 선착장으로 들어온뒤, 이 성물을 실은 소가 멈춰 아름다운 울음 지었던 곳에 지어진 천년고찰이다. 겸손하게 단청 하지 않은 미황사 대웅보전은 해지기 전 금색으로, 달마고도 기암괴석 병풍은 은색으로 빛난다.

우리는 지금 병풍을 걷는다. 달마산 9부능선까지 거친 포장도로로 올라 달마고도에 첫발을 디딘다. 해발 470~489m의 능선을 오르내리며 걷는 동안, 근처의 수려한 기암괴석, 좌우 발아래 절경이 유혹하니, 디딤발에 신경써야 한다. 동편으로 향하는 동안 왼쪽에는 호수와 어리, 어란의 봄 풍경이, 오른쪽에는 땅끝, 흑일도 주변 배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발 아래 보인다.

미황사에서 보면 하나로 붙은 거대 병풍 처럼 보이지만 금강산 만물상의 축소판 기암괴석 군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겹쳐서 도열해 있다. 달마산은 남쪽 금강산으로 불린다.

차를 세운 곳에서 20분쯤 가면 중국 계림에서 본 듯한 높은 바위 위에 그야말로 동양화 같이 예쁜 암자가 착상한 모습이 나타난다. 바로 도솔암이다. 크기는 우리 청년들의 원룸 만 한데, 천촌만락을 내려다보는 기세가 창대하다. 자연지세를 활용하고, 단단하게 돌담을 쌓아올려 안전을 도모했다. 도솔암 사진은 그 아래 삼성암에서 찍어야 한다. 도솔암을 이고 있는 바위 밑에는 용이 승천한 자리에 생겼다는 용샘이 1년 내내 마르지 않고 금강산 망장천(忘丈泉) 같은 기운을 전한다.

유라시아 해남기점의 서쪽 종점인 이베리아 반도에 온갖 문화가 모이듯, 이곳에도 인도의 배가 땅끝에 오고, 2000년전부터 군곡리에 국제무역항이 있었다. 왜군들도 접근했다가 해남 화원반도와 진도 사이 울돌목에서 충무공 제독에 전멸하다시피 했다. 인간에 앞서 지구촌 주인이던 공룡도 대륙의 종점이자 기점인 이곳에 대거 집결했다.

우항리 공룡화석지는 건강한 자연학습장이다. 진흙 위를 걷던 공룡 발자국이 어떻게 8000만년 풍화를 이겨내고 발견됐는지, 해남에만 있는 3개의 세계적 학명이 뭔지, 왜 날아 다니는 익룡이 네발짐승 처럼 발자국을 냈는지, 꼭 숙제하자. 공룡이 해남으로 간 까닭, 참 건강하고 살기좋은 곳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건강한 사회를 희구하는 봉준호 감독이 첫 히트작 마지막촬영 때 해남으로 간 까닭과 비슷할 듯 싶다.

어수선한 시대, 모두가 대한민국 건강성 회복에 나설 때라, 건강한 해남 트레킹만 보인 채 큰 여백을 남긴다. 건강은 실천하는 것이다. 오는 봄 만 맞으려 말고, 내 손으로 만들자. 함영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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