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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동네 병의원 멈춰선 대구…‘의료대란’ 초읽기
상급종합병원 2곳만 운영…음압병상 태부족
선별진료소는 불안한 시민 발길 길게 이어져
응급환자들 “어디로 가야 하나” 답답함 토로

대구 지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8일 영남권 최초로 확진자(31번째)가 발생한 뒤 그 수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백화점 등 모든 시설이 멈춰 서며, 일상이 ‘올스톱’됐다.

대구에서 사람이 몰리는 곳은 검사를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선별진료소뿐이다. 늘어나는 확진자에 음압 병상이 부족해지고, 대형 병원 응급실이 잇따라 폐쇄되면서 지역 내 ‘의료대란’ 발생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당분간 야간에는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시민들의 불안과 걱정이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8시, 폐쇄된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응급실 앞은 어둠이 깊이 내려앉은 채 적막감만 맴돌았다. 이곳을 급하게 찾은 한 시민은 “배가 아파서 왔는데 당황스럽다.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낙담했다. 언제 다시 응급실 진료를 재개한다는 기약도 없는 상황이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의료진 상당수가 자가 격리에 들어간 상태”라며 “보건당국 등과 논의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언제 문을 열겠다는 답을 할 수가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대구 지역 응급 의료 체계가 휘청이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 상황판에 따르면 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실이 잇따라 폐쇄됐다. 이들 병원 응급실은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다. 특히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신천지 교인인 간호사가 확진 판정을 받아 응급실과 호흡기 병동 1개 층이 문을 닫게 됐다.

대구가톨릭대 칠곡가톨릭병원은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방문해 지난 20일 낮 12시53분부터 폐쇄 중이다. 구병원·더블유병원·드림병원·삼일병원 응급실도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음압 텐트 모두를 사용 중이라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더 받을 수 없는 상태다. 아직 의심 환자가 다녀가지 않은 대구 파티마병원은 중환자실이 부족해 뇌출혈 등 관련 수술이 불가능하다. 칠곡경북대병원도 흉부외과 의료진이 부족해 대동맥 응급 수술이 불가능하다. 21일 오전 10시 현재 대구 상급종합병원(3차 의료기관) 5곳 중 계명대 동산병원·칠곡경북대병원만 응급실 이용이 가능하다.

지역 내 확진자가 급증했지만, 음압 병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구 지역 상급종합병원에서 운영 가능한 음압 병상 수는 ▷경북대병원 5개 ▷대구가톨릭대병원 6개 ▷동산병원 12개 ▷영남대병원 15개 ▷칠곡경북대병원 4개 등 상급종합병원 42개와 파티마병원 10개를 합쳐 국가 지정 음압 병상을 제회하면 52개에 불과하다.

반면 선별진료소 앞에는 불안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20일 대구 서구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 앞에서는 오후 내내 시민 10여 명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기다리다 지친 시민들이 의료진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안내 직원은 “대기 시간을 장담할 수 없다”며 계속 기다려달라는 말만 했다. 대구의료원 관계자는 “현재 감염내과 의사 1명이 밀려드는 시민을 상대하다보니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에서는 1차 의료기관인 동네 병·의원들도 휴진하는 곳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의 한 동네 의원 관계자는 “사실 직원들 건강도 걱정되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3일 문을 닫기로 했다”며 “주민들의 양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형 병원은 물론 동네 의원까지 속속 문을 닫으면서 대구시민 사이에서는 ‘의료대란’에 대한 공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구=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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