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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중립 논란 법조계①] 줄잇는 현직 판·검사 정계진출 ‘논란’
‘영입인재 30%이상이 법조인… 휴지기 없어 비판받는 사례도
‘판사 사직 2년간 정치진출 제한’ 법 발의됐지만 적절성 논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9번째 영입인사인 전주혜 변호사 등 여성법조인 7명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른쪽 부터 황 대표, 오승연, 유정화, 정선미, 전주혜, 김복단, 홍지혜, 박소예 변호사,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법조인 영입이 활발하다. 특히 현직 판사와 검사들이 정치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사직을 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법조계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자유한국당이 21대 총선을 겨냥해 영입한 인재 19명 가운데 7명은 법조인으로, 36%를 차지한다. 더불어민주당도 1차 영입 인사 19명 중 6명(31%)이 법조인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특히 현직 판사들이 정치적 행보를 밝혀 논란이 일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최근 사직한 법관은 이수진(51·31기) 전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장동혁(51·33기) 광주지법 부장판사, 전국법관대표회의 초대의장을 지낸 최기상(51·25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등 3명이다. 또 직행한 사례는 아니지만, 판사 출신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를 촉발시켰던 이탄희(42·34기) 변호사도 지난달 19일 10번째 외부영입 인사로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2월 법복을 벗은 뒤 1년가량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활동해왔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환영행사에 법조인 출신 영입 인재인 소병철 전 대구고검장(뒷줄 왼쪽 두 번째부터), 이탄희 전 판사, 이소영 변호사, 이수진 전 판사(뒷줄 오른쪽 첫번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검사활동을 접자마자 정계에 문을 두드리는 발길도 이어졌다. 베스트셀러 ‘검사내전’ 저자 김웅 전 부장검사는 퇴직 후 새로운보수당에 입당했다. 김 전 검사는 검경수사권 조정을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현 정권을 비판하는 글과 함께 사임할 뜻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 이후 사표를 낸 의사 출신 송한섭(40·39기) 전 서울서부지검 검사도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법조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황정근(59·15기) 법무법인 소백 변호사는 “판사가 사표를 내고 한참 후에 출마하면 몰라도, 최근 사례처럼 퇴직 후 곧바로 출마하면 현직에 있을 때 정당과의 교섭 가능성이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대법원은 정기 인사 때 사직처리하던 관행을 깨고 총선 출마가 가능하도록 이수진 부장판사 등의 사표를 먼저 수리해 비판을 받았다. 황 변호사는 “현직 판사의 정치진출로 사법부는 중립성과 공정성을 의심받게 됐다”며 “대법원의 이례적인 사표 수리도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자신이 양 전 대법원장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밝혔지만, 검찰조서와 재판기록에서 법원행정처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모임인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 사이에서 행정처의 메시지를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장동혁 부장판사의 경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재판을 이끌다 돌연 사직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행보로 그간 진행된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장 전 부장판사는 피고인인 전두환의 재판 불출석을 허가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인 이승한 변호사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을 말릴 수는 없지만, 어제까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위치에 있다가 특정 정당에 소속되면 그동안의 업무에 대한 공정성이나 진정성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나아가 사법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인들의 잇딴 정계진출 논란에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현직 법관의 선거출마를 제한하기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법관으로서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정당의 추천으로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이 골자다. ‘직업을 선택할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지만,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2년간 대형로펌 취업과 청와대 진출을 제한하는 법도 있는데, 정계진출을 일정기간 제한하는 법도 만들어지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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