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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티켓 좀” vs “과민반응”…코로나19 탓 직장 내 ‘마스크 갈등’
사무실에서 마스크 착용했다가 “유난 떤다” 핀잔 들어
실내 마스크 착용 권하는 글에는 “강요말라” 갑론을박
전문가 “기침 등 호흡기 증상 보인다면 즉시 쉬게 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지나는 버스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김빛나 수습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실내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신종 ‘직장 내 갈등’도 커지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오랜 시간을 보내는 만큼 답답하더라도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타인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는 것은 과민반응”이라는 반론이 사무실 곳곳에서 충돌하는 모양새다.

13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최근 ‘마스크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글이 급증하고 있다. “19·24번 확진자처럼 직장 동료와 업무를 진행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사무실 내 위생 관념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블라인드 게시 글의 골자다. 이 같은 목소리는 민간기업과 공기업의 경계를 넘어 한결같이 나오고 있다.

국내 굴지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A 씨는 “사내 게시판에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자’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는데 ‘강요하지 말라’는 핀잔 섞인 댓글이 많이 달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싶은데 괜히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전력 계통 공기업에 근무하는 B 씨 역시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더니 10명 가까운 사람이 한마디씩 지적하더라”며 “‘여기는 안전하다’, ‘답답하지 않냐’, ‘그거 써 봤자 도움도 안된다’고 하는 통에 그냥 마스크를 벗었다”고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올라온 ‘마스크 갈등’ 사례들. [블라인드 게시판 캡처]

사무실 내 공용 비품이나 문 손잡이의 오염, 회의 중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서울 시내 한 고급 호텔에서 근무하는 C 씨는 “부서원 중 한 명이 기침과 재채기를 반복한다”며 “입을 손으로 가린 뒤 그 손으로 이곳저곳의 문고리를 만져 피하게 된다”고 했다. 20번 확진자의 근무지인 GS홈쇼핑 본사 인근에서 근무하는 유모(28) 씨는 “맞은 편 과장님이 기침할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며 “특히 회의 시간에 ‘마스크 안 쓰시느냐’고 슬쩍 물었지만 ‘답답하다’며 웃기만 하더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빨라질수록 실내 마스크 착용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의사 출신인 의학 채널 비온뒤의 홍혜걸 대표(예방의학 전공)는 “야외에서 바깥공기를 통해 (바이러스가)전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사무실이나 엘리베이터, 자동차나 지하철 등 갇힌 공간에서 (마스크를)열심히 써야 한다. 답답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말을 할 땐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직장 내에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때 즉시 휴가 등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 실랑이보다)더 중요한 것은 직장 내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대부분 직장에서 ‘내가 호흡기 증상이 있으니 쉬겠다’고 쉽게 말할 수 없지 않으냐”며 “이런 사람들이 출근하지 않고 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푸념 섞인 우스개도 나온다. 한 중소 콘텐츠 마케팅 업체에서 근무하는 한모(29) 씨는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라 혹시 기침이 조금 나더라도 휴가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뼈도 못 추스를 분위기”라면서 “‘대학교가 줄지어 개강을 연기하고 있다’는 뉴스를 최근 봤지만, 직장인들에게는 그저 남 이야기 아니겠냐”며 안타까워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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