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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수 기자의 불멍톡 2>난로와 고구마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캠핑은 동계를 포함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텐트 종류부터 난방용품, 침낭, 매트, 의류까지.

올해 처음으로 동계캠핑을 떠났다. 모든 캠핑 장비는 공통의 진리가 있다. 가벼울수록 혹은 작을수록 비싸다. 가볍고도 작은 건 비싸고도 비싸다.

동계캠핑을 위해 거금을 들여 터널형 쉘터를 샀다. 밥 먹고 놀 공간이 필요해서다. 가볍고 작은거다. 침낭도 가족 수에 맞게 추가로 더 샀다. 가볍고 작은거다. 매트는 이미 작년 초 동계용까지 가능한 제품으로 사놨다. 가볍고도 작은걸로.

자, 이제 남은 건 난로다. 이게 고민이다. 물론 비싸면 비싼 값을 뭐라도 한다. 그런데 이미 너무 돈을 많이 쓴 탓에, 난로는 안 가볍고 안 작은 걸로 사기로 했다.

물론, 난로가 꼭 있어야 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영하권 늦가을 캠핑을 경험한 뒤론, 떡국이 삽시간에 이가 시려 못 먹을 지경을 경험한 뒤론, 안가면 안갔지 난로 없이 가진 않겠다고 덜떨 떨며 다짐했었다.

캠핑 난로도 종류가 다양하다. 석유난로가 가장 대중적이나 석유난로 내에서도 종류가 많다. 가장 일반적인 건 대류식 난로다. 잠시 학창시절을 떠올려보쟈. 열의 전달방식은 전도, 대류, 복사가 있다. 그 중 대류는 액체나 기체상태의 입자가 이동하면서 열을 전달하는 방식.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그런 식이다.

이에 따라 실전용은 이렇다. 대류식 난로에 불을 붙이면 난로 위쪽 방향으론, 공기가 따뜻하게 못해 뜨겁다. 당연히 가장 위엔 텐트 천장이 있다. 그냥 두면 천이 녹을 듯 싶다. 그런데, 난로 옆으론? 한발만 물러서도 한기가 몰려온다. 무릎 아래 위로는 따뜻한데 무릎 아래는 차갑다.

그래서 서큘레이터나 천장 선풍기를 이용해 난로 수직 상의 따뜻한 공기를 텐트 내로 순환시켜준다. 상단에 있는 따뜻한 공기를 억지로 텐트 하단까지 밀어주는 셈이다.

사전 학습을 마치고, 대류식 난로를 하나 구매했으며, 절대 세지 않는다는 N사 기름통도 하나 구매했으며, 공기 순환용 서큘레이터도 챙겼다. 그리고 떠났다.

서큘레이터의 각도를 이리저리 돌려보니 정말 된다. 텐트 밖을 나가기가 싫더라. 온 몸이 훈훈함으로 데워졌다. 난로 하나가 가져온 평화와 행복. 캠핑을 와서 텐트 밖을 나가기 싫다는 모순된 상황임에도, 난로 앞에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노닥노닥하는 시간이 그리 즐거웠다. 이상하게도.

냄비에 물을 받아 난로 위에 찻물도 만들고, 은박지로 싼 고구마를 난로 위에 구워먹으니, 세상 맛있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껍질을 호호 불며 벗기면, 살짝 갈색 빛깔 도는 외관 안에 노란 고구마 속살. 신이 난 식구들은 경쟁적으로 손에 잡히는대로 난로의 마법에 뛰어들었다. 보이는대로 다 올린다. 오징어, 밤, 홈런볼…. 그냥 다 세상 맛있다.

별거 아닌데, 함께 모여서 무엇이든 난로에 올려 놓기만 하면, 그게 추억이 되고 맛이 된다. 추우니 갈 곳도 없다. 강제적 난로 인근 집합 환경. 말없이 같이 고구마만 구워먹어도, 그게 뭐라고 그냥 그리 맛있고 행복하다.

사랑하는 가족, 모여, 음식을, 겨울, 밖에서, 난로, 따뜻하게, 함께, 먹기, 잡담.

어차피 거금을 투자했으니 동계캠핑도 앞으로 계속 할 예정이다. 난로도 자주 볼 듯 싶다. 폐차 직전의 낡고 좁은 차에 난로를 모시려니, 조수석을 통째로 양보했다. 조수석에 앉히고 안전벨트까지 채워주니 은근 사람 같기도. 겨울 잘 보내보자.

(딴건 몰라도 고구마는 진짜 객관적으로 가장 뛰어난 맛을 자랑했다. 에어프라이기, 화롯대, 뜨거운 물, 그 무엇보다 난로가 진정 최고다)

◆캠핑 팁

난로는 종류가 다양해서 스타일과 수납 여유 등에 따라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그을음이나 냄새 등이 가장 신경쓰일 수 있지만, 관리만 잘하면 요즘 제품은 그을음이나 냄새 등으로 골치아플 일은 없다. 오히려 중요한 건 수납. 안전망 등을 감안할 때 예상보다 부피가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캠핑의 경우 자동차 트렁크 공간이나 평소 가정 내에 수납 공간 등의 크기를 잘 감안해야 한다. 석유 난로를 쓸 때 점화, 소화 시엔 냄새가 날 수 있으니 텐트 외부에서 하는 게 좋다. 대류식은 열이 위로 전달되며 로터리식은 사방으로 열이 전달된다. 난로를 차에 실을 땐 주유뚜껑이 잘 닫혔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 기름이 새고 기름 냄새가 심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환기. 몇번을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위 아래 공기가 통할 수 있게 환기통로를 만들어주며, 아깝다 생각치 말고 주기적으로 텐트 문을 열고 환기해주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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