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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황교안, 이낙연 방문했던 불교 수행지 간다는데, 왜?
황 대표, 상월선원 방문 ‘불교계 마음잡기’
육포 논란 잠재우고 종교스펙트럼 넓히기
얼마전 이 전 총리가 간 곳이라 시선집중
총선행보…“종로 빅매치 염두뒀나” 해석도
이런 가운데 ‘종교의 정치학’ 새삼 화두로
MB·YS 등 한때 종교편향 논란으로 고생
지난해 5월12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황교안(가운데) 자유한국당 대표.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불교식 예법인 합장을 하지 않아 뒷말을 남겼다. [연합]

정치인들이 정치적인 야망을 드러낼때, 맨 처음 찾는 곳이 국립현충원이다. 당 대표 등 요직을 맡거나 탈당하거나 신당을 창당하거나 또는 정치적인 중대한 결단을 할때 그곳을 방문하곤 한다. 순국선열에 대한 추모와 함께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찾는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으니 잘 보살펴 주십사”하는 일종의 신고식이다. 그 의지를 방명록에 기록하곤 한다. 가끔 방명록에 오자를 내서 뒷말이 일곤 하지만, 이는 결연한 그 뜻을 감안하면 대충 눈감아줄 일일수도 있겠다 싶다.

바른미래당 탈당을 최근 선언한 안철수 전 의원 역시 그랬다. 지난 19일 1년4개월의 이국생활을 마치고 정계복귀한 그는 귀국 다음날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그는 방명록에 “선열들께서 이 나라를 지켜주셨습니다. 선열들의 뜻을 받들어 대한민국을 더욱 굳건이(‘굳건히’의 오자) 지켜내고, 미래세대의 밝은 앞날을 열어나가겠습니다”라고 썼다.

정치인들이 이같은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고 싶을때 찾는 곳이 또 있다. 바로 종교계다. 정치인들 역시 대개 자신의 종교가 있지만, 종교에 관한한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졌다고 은근히 내세우며 다른 종교계 인물들과의 만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불교계 원로를 찾는다. 황 대표는 31일 위례 신도시에 있는 상월선원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월선원은 대한불교조계종 전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 등이 동안거(冬安居)하고 있는 곳이다. 동안거는 승려들이 겨울에 한곳에 모여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일정 자체는 비공개로 했다. 최근 황 대표는 ‘육포 논란’의 정중앙의 위치에 서 있기도 했다.

황 대표는 지난 설 명절때 각계 인사들에게 선물을 보냈는데, 불교 조계종 승려들에게 육포를 배달해 논란을 빚었다. 원래 보내려던 선물은 한과였는데, 배송 실수로 육포가 배달됐다고 한다. 황 대표 본인의 잘못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절에 육포를 보냈으니 뒷말이 생긴 것은 자명한 일이다. 황 대표 측은 놀란가슴을 보였고, 즉시 물품을 회수하고 사과를 했다. 하지만 이 일이 알려지면서 세심하지 않았다는 등의 잡음이 뒤따랐다. 조계층 측에서도 나중엔 없던 일로 하기로 했으나, 이런 일이 있고 보니 황 대표 측으로선 불교계를 찾는 행보가 몹시 조심스러웠던 모양이다. 이날 황 대표의 상월선원 방문 사실을 비공개로 한 것에 대해 측근들은 입을 다물었다. 한 관계자는 “육포건으로 불교계나 언론에서 워낙 얻어맞다보니, 비공개일정으로 조용히 갔다오려고 한다. (공개 일정으로 못한 점을)이해해달라”고만 했다.

황 대표의 이날 불교계 방문은 어쨌든 육포 논란은 끝났지만, 불교계와의 만남을 통해 접점을 늘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황 대표에겐 기독교인 이미지가 강하다. 황 대표는 평소 다른 종교도 존중한다는 입장을 펴왔지만, 종교 편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일은 지난해 5월에 벌어졌다. 지난해 5월 12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황 대표는 경북 영천시 은혜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했다. 그런데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불교식 예법인 합장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황 대표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어긋난 예를 보였다며 비판했고, 불교계 역시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황 대표는 이에 “제가 미숙하고 잘 몰라 (다른 종교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다. 불교계에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황 대표가 종교에 너무 편향적이 아니냐는 시각이 뒤따르기도 했다. 황 대표의 이날 불교계 방문은 그래서 더욱 주목받는 것이다. 물론 행보의 배경은 총선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남지 않은 총선을 위해 불교계의 마음을 잡기 위한 ‘러브콜 행보’인 것이다.

이낙연(왼쪽)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찾아 NCCK 총무 이홍정 목사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

황 대표의 이날 상월선원 방문이 특히 시선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4월 총선 종로 출마와 함께 민주당공동선대위원장을 수락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얼마전에 찾은 곳이 바로 상월선원이다. 일각에선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 돈다.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게 되면 이 전 총리와 ‘빅매치’를 벌이게 되는 셈이다. 이 전 총리가 다녀간 상월선원에 황 대표가 방문한다는 것은 그래서 상징성이 작지 않다는 시각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전 총리 역시 총선을 앞두고 최근 종교계와 스킨십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여 시선을 끈 바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일 진보성향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방문했다. 정세균 총리에게 총리직 바통을 넘겨준 뒤의 첫 외부 행보였다. 이 전 총리는 이를 시발점으로 7대 종단 지도자 예방에 나섰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이 됐든 대선이 됐든 선거를 앞두고 종교계에 얼굴을 내미는 것은 정치지도자의 일종의 관행”이라며 “특정 종교계와 불편한 관계가 되면 정치적 영향력에 막대한 손해가 뒤따른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닌가”라고 했다.

그렇다고 정치인이 모든 종교에 대해 존중과 배려를 표방하는 것은 아니다. 확실한 집토끼를 잡기 위해 다른 종교에게 소홀해 뒷말을 남긴 케이스도 적지 않다. 정치인에게 종교란 ‘양날의 검’일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도 적잖다는 뜻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때인 지난 2004년 5월31일 ‘서울시 하나님 봉헌’ 발언으로 두고두고 다른 종교계로부터 눈총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청년·학생 연합기도회에 참석해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내용의 봉헌사를 낭독했다. 당장 일부 서울시민들은 “서울시가 이 시장 개인의 것이냐”며 비판의 뭇매를 날렸고, 다른 종교계에서는 강력한 반발이 일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에 대통령이 당선되기 직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도 불교계 등 다른 종교계의 마음을 달래는데 전력을 다해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임시 조찬기도회 등에 자주 참석했다.

종교 편향 논란으로 고생을 한 또다른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87년 대선에서 “집권하면 청와대에 목탁 대신 찬송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인지 누가 꾸며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말을 했다는 얘기가 파다해지면서 불교계의 심한 반발을 샀다. 앞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48년 대통령에 취임할때 ‘하나님의 이름으로’라고 선서를 할 정도였다. 그리곤 집권 내내 친기독교 행보를 보였다. 이 모두 그 평가들은 두고두고 양분됐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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