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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까지 하는 한국 과학수사…더 이상 ‘살인의 추억’은 없다
인도네시아·몽골 법과학 역량강화 잇단 자문 요청
지문감식 기술·심리분석 ‘프로파일링’ 괄목성장
국과수시스템, 말레이시아에 1억원 규모 수출도
뇌파변화로 신빙성 분석 ‘뇌 지문검사’ 신기술

과학수사의 시대다. 지난해 경찰 수사의 최대 성과로 기록된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진범 이춘재 검거는 과학수사가 없었다면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 했던 사건이다. 검경의 과거 어두운 수사 관행도 확인됐지만, 그럼에도 대한민국 과학수사의 수준과 필요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사건이란 점만큼은 분명하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첫 사건(1986년)이 일어난지 꼭 34년이 되는 올해 한국 과학 수사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지문 감식 기술, 학술지 소개될 정도=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경찰 1호 프로파일러)는 헤럴드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과학수사가 다양한 방법에서 괄목할 정도로 크게 발전했다”면서 “지문감식만 해도, 과거에는 종이나 딱딱한 고체에서만 가능했는데 이제는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나무처럼 표면이 거친 곳에서의 지문 추출도 가능해진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현재 경찰은 사망한지 매우 오래 돼 시신의 지문이 심하게 건조됐더라도, 또는 물에 불어서 지문 식별이 힘든 경우에도 지문 추출이 가능하다. 지문 추출 작업에 걸리는 시간은 최장 사흘 정도다. 권 교수는 한국 경찰이 도입한 지문채취 기법은 외국의 학술지에서도 소개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지난해 발생한 장대호 사건은 또다른 과학수사의 쾌거로 칭해진다. 사건 초기 남성의 시신 몸통만 발견돼 시체의 주인 특정이 어려웠지만, 물에 불은 한쪽 팔을 발견하면서 여기서 확보한 지문 덕분에 시체가 누구의 것인지를 특정할 수 있었다. 아울러 경찰은 폐쇄회로(CC)TV분석을 통해 피해자가 묵었던 모텔 등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자신을 향한 수사망이 좁혀져 온 데 두려움을 느낀 장대호는 경찰을 찾아가 자수했다.

이전에는 범죄 현장에서 지문감식을 진행할 때 분말이나 잉크를 발라서, DNA의 채취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지문감식과 DNA 채취가 동시에 가능하다. 권 교수는 “지문감식과 DNA 채취 등에는 다양한 과학수사 방식이 동원되고 있고, 다양한 화학약품의 사용도 이뤄진다”라고 말했다.

범죄현장 복원도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권 교수는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최근에는 수중에서 감식을 진행하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면서 “곤충학 기술도 과학수사에 활용된다. 범죄 현장에서 시신에 곤충이 깐 알을 통해서 사망 추정 시간을 확인하기도 한다”라고 했다.

한국 경찰의 과학 수사 역량은 지난 30여년간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경찰은 인도네시아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 역량강화 사업에 대한 자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몽골 법과학 역량강화 사업에 들어간다. 지난 2004년 서남아 쓰나미 당시, 가장 빠르게 희생자 신원을 파악한 것은 한국 과학수사팀이었다. 뉴질랜드 총리도 2011년 뉴질랜드 크라이스처치 지진 당시 인터뷰를 통해 한국 법과학자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2014년에는 한국 국과수 시스템이 말레이시아에 1억원 규모로 수출됐다.

▶ 프로파일링 기술도 발전= ‘프로파일링’ 수사도 점차 기법이 발전하고 있다. 프로파일링은 크게 범인의 심리 분석을 통해 그가 범행을 한 원인 등을 추려내고, 그에 따라 여죄를 밝혀내거나 또는 본인이 하지 않은 범행 자백의 진위 여부까지 분석하는 기법이다.

최근 프로파일링 수사에는 목격자·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최면수사나 인지인터뷰 기법 등이 사용된다. 이같은 방식은 최면 등의 방법을 활용해, 시간이 오래 지난 사건의 기억을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법최면 방식은 피의자의 얼굴과 당시 목격 상황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데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해 열린 1회 치안산업박람회에서 뇌파 변화를 측정하여 진술 신빙성 여부를 분석하는 ‘뇌 지문검사’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수사대상자가 뇌파탐지기를 쓰고 진술하게 해, 진술의 거짓 여부를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경찰의 프로파일링 수사의 발전 정도를 상징적으로 확인시켜준 사건은 ‘화성 사건’ 수사에서였다. 경찰은 지난해 7월 과거 화성연쇄살인사건 증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 분석을 진행했고, 증거물에서 나온 DNA는 처제 살해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춘재는 기존에 알려진 것 외에도 추가 범행도 자백했다.

권 교수는 “과학수사 발달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사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프로파일링 수사, 과학수사가 발전해서 사실 관계를 더욱 명확하게 규명할 수만 있다면 화성 8차 사건처럼 억울한 피해자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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