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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나 챗봇 만드는 시대, 바로 지금입니다” 고남길 미스테리코 대표
2년여 개발 끝에 챗봇빌더 ‘라떼AI’ 탄생
홈페이지서 주문하면 ‘뚝딱’ 만들어지는 챗봇
“챗봇은 AI시대 대화” 생태계 키워 다양한 사업 구상
투자사 등과 협업해 글로벌 시장도 겨냥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의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챗봇빌더 기업 미스테리코의 고남길 대표. 미스테리코는 챗봇 대중화와 영역 확대애 매진하고 있다.

인터뷰 날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일정 조율 중간에 미스테리코의 워크샵도 있었다. 스타트업의 워크숍이란 어떤 것일까? 미스테리코 고남길(29) 대표에게 물었다.

“직원들이 다 같이 낚시하며 기분전환을 했어요.작년에 저부터 직원들까지 모두 휴가를 하루도 못가고 일만 했거든요.”

총 6명인 미스테리코 직원들은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의 사무실에 입주하기 전까지 투룸 오피스텔에서 먹고 자며 챗봇 빌더 개발에 매달렸다. 그 전년에는 투룸도 아닌 옥탑의 단칸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눈만 뜨면 개발’하는 삶을 살았다. 2018년 창업한 신생 기업의 살 길은 따뜻한 밥도, 편안한 잠도 반납한 ‘개발 외길’ 뿐이었다.

그 덕에 탄생한 것이 ‘라떼AI’다. 챗봇은 기업, 금융사의 고객 상담 업무부터 인공지능(AI) 스피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다. 사용자의 질문이나 요구가 들어오면 AI가 답을 찾아 음성이나 메신저 형태로 알려준다. 고객상담 등의 업무를 챗봇이 대체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줄고 업무효율이 올라간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이 오는 2021년까지 챗봇 시장이 연평균 35%씩 성장, 3조55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 전망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라떼AI는 챗봇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원스톱 패키지’ 형태로 나온 플랫폼이다. 미스테리코 홈페이지의 ‘챗봇만들기’ 코너에 들어가 챗봇 종류, 주문자의 업종, 템플릿 등을 고르면 금새 챗봇이 완성된다. 이후 주문자가 사용하기 쉽도록 미스테리코가 소스코드도 제공한다. 주문자는 이를 홈페이지에 붙이기만 하면 바로 챗봇을 관리할 수 있다. 모바일 등의 환경에서 손쉬운 제어를 바라는 고객 수요에 맞춰 QR코드로 이를 제공하기도 한다.

고남길 미스테리코 대표가 라떼AI를 이용해 간편하게 챗봇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고 대표는 라떼AI를 출시한 배경에 대해 “누구나 손쉽게 챗봇을 만들게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홈페이지에 나온 라떼AI는 베타버전이어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베타기간이 끝나더라도 가격대는 최소 월 3만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 등 누구나 챗봇을 만들고, 부담없이 쓰게 하고 싶었어요.”

‘챗봇 대중화’는 고 대표의 꿈이자 확신이다.

“챗봇은 언젠가는 누구나 다 쓸 것이고, 써야하는 영역이예요. 영화 ‘아이언맨’을 보면 주인공이 음성으로 내린 지시를 ‘자비스’라는 인공지능 비서가 모두 수행합니다. 그런 것도 챗봇의 일환이고, 현재도 초기 단계에서 누구나 쓰고 있는 겁니다.”

챗봇은 소규모 쇼핑몰의 고객 상담부터 보험사의 가입 상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 사주, 팔자 등 역술 서비스를 챗봇으로 만들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다. 이 중 미스테리코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외식업이다. 맥도날드와 고객응대 시나리오를 연구하면서 오는 4월께 챗봇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다른 외식업체들과도 챗봇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불만에 대해 빨리 대처하는 소셜 모니터링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미스테리코가 외식업 분야 사업모델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는 투자사인 씨엔티테크와의 시너지효과가 기대되는 분야이기 때문. 전화주문 형태의 외식업 주문중개 플랫폼 기업인 씨엔티테크는 최근 벤처투자로도 눈을 돌려 지난해 미스테리코에 투자를 진행했다. 다음달 또 한 번의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고 대표는 씨엔티테크의 투자에 대해 “합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신난 표정이 묻어났다.

“씨엔티테크는 주문중개 플랫폼에서 점유율이 98%에 달할 정도의 회사입니다. 여기에서 쌓인 노하우나 데이터에 인공지능이 결합하면 외식업에서 다양한 사업모델을 만들 수 있어요.”

투자사와의 궁합 덕분에 해외 진출도 목전에 두고 있다. 인공지능이 3년간의 데이터를 학습해 매출, 주문 등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기획, 동남아시아의 한 프랜차이즈 업체에 제안한 상태다. 해당 국가의 날씨와 국경일, 행사 등을 바탕으로 매출과 고객들의 주문패턴을 예측하고 이에 맞게 재고 등을 관리하는 서비스다.

미스테리코가 씨엔티테크로 인해 힘을 많이 받는 이면에는 벤처투자사(VC)로부터 외면당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미스테리코는 VC 상대 프리젠테이션에서 최종까지 갔다가 3~4번 정도 고배를 마셨다.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동안 공감했던 투자자들이 막판에는 망설이는 표정으로 돌아선다”는 고 대표의 말에는 “기술보다 수익성이 첫번째”라는 국내 VC의 현주소가 드러났다.

“챗봇은 AI시대의 대화이고 의사소통입니다. 그것만으로 수익을 낸다는건 말 할 때마다 돈을 내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무리한 사업모델이예요. 저희는 서비스는 무료로 공급하고 싶습니다. 대신 더 많은 대화를 유도하고, 생태계가 커지면 데이터가 쌓이면서 다양한 마케팅을 해볼 수 있습니다.”

당장 수익을 내는 것보다 생태계 활성화 이후 사업모델을 잡겠다고 하니, 정해진 기간(보통 5년) 안에 수익을 실현해야 하는 VC 입장에서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 국내 VC생태계가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에서 파생된 펀드를 운용해 수년 안에 엑시트(수익 실현)로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 이는 미스테리코 뿐 아니라 다른 스타트업, VC들에도 공통되는 한계다.

AI가 트렌드가 되고 난 이후 남발되는 ‘유사 AI’들도 ‘진짜 AI’ 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스타트업들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곤 한다. 고 대표는 “빅데이터나 자동화는 AI와 다르다. 자동화 요소가 보이면 마케팅하는 사람들이 AI라며 회사를 과대포장해 판매한다”며 답답해 하기도 했다.

그는 외국보다 국내의 AI 역량이 뒤쳐졌다는 지적에 대해 겸허히 인정하면서도 “대기업과 스타트업간 협업생태계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구글만 해도 스타트업에 무료로 배포하는 기술이 많고 다른 스타트업이 이를 활용해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기도 하는데, 한국은 기업들이 서로 자기 것 지키기에 바쁘죠. 데이터 수집부터 인프라 자체가 다르니 이미 승부가 난 것이나 다름없어요.”

AI 기반의 챗봇은 여러 질문의 숨은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때문에 많은 데이터를 통해 의도 된 추론을 해내는 능력을 학습시켜야 한다. 데이터를 수집해 분절, 가공하면서 AI를 학습시키는 것이다. 축적된 데이터가 기술력의 핵심이지만 이제 창업 3년차인 신생 스타트업에는 데이터 접근성 자체가 낮지 않다.

고 대표는 “국가에서 지원을 받아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다 쓰고, 데이터비용이 있다 보니 살 엄두를 못냈다”며 “정부에서 스타트업들이 활용하도록 데이터를 풀어줄 때마다 ‘한 줄기 빛’ 같은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그나마 작년부터 시행된 데이터바우처 사업이 스타트업에는 큰 힘이 된다. 기업간 데이터를 사고 파는 것을 국가가 중개해주는 사업이다.

기술과 산업의 속도를 정부가 따라오지 못하다보니 가이드라인 미비가 아쉽기도 하다. 그는 “AI가 고객응대, 학습을 하면서 만들어진 데이터는 저작권이 어떻게 될지 등에 대해 법률 상의 가이드가 없다. 데이터산업이 발전하려면 모호한 규제를 논의해보고 명확하게 정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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