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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어떤 ‘역사’가 반복될까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서양 속담·격언 중 하나다. ‘같은 원인에 같은 결과가 반복된다’는 논리를 역사에 적용한 말로, ‘역사가 과거에 보여 준 잘못된 인과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이 시국에’ 왜 이 격언을 들먹여야만 할까. 요즘 유행하는 한 감염병 때문이다. 지난 27일 청와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라고 명칭을 ‘교통정리’해 준 ‘우한(武漢) 폐렴’ 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우한 폐렴 외에도 21세기 들어 몇 해를 주기로 새로운 감염병이 나타나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앞서 2003년과 2009년에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신종 인플루엔자(H1N1·신종플루), 2015·2018년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소극적 대응보다 적극적 대응으로 나섰을 때 ‘결과’가 좋았다. 세계 최초로 전용 백신을 개발했다는 자신감이 오만함으로 이어지며 대응 적기를 놓쳤던 신종플루 때에는 2010년까지 국내에서 무려 75만967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중 270명이 사망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는 확진 환자 186명·사망자 38명이 발생했지만, 정부는 끝까지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로 유지하는 답답함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발생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전부터 보건당국이 중국 전역에 여행 자제를 당부하고 격리치료병원을 지정·운영하기 시작한 사스 창궐 때에는 감염자만 3명 나왔을 뿐, 사망자는 없었다. 2018년 메르스가 다시 국내에 발생했을 때에도 사망자는 없었고, 확진 환자만 1명에 그쳤다. 보건당국의 기민한 대처도 눈에 띄었지만, 지인이었던 환자와 통화를 통해 바로 메르스를 의심한 한 대형 병원 의사의 대응이 빛났다.

그러나 우한 폐렴은 기세가 만만찮다. 메르스와 달리 잠복기에도 증상이 없는 사례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국내 우한 폐렴 확진 환자 네 명 중 두 명은 입국 당시 발열,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없었다. 바로 세 번째 환자와 네 번째 환자다.

증상이 나타나 일찌감치 공항에서 분류돼 격리됐던 첫 번째·두 번째 환자와 달리 이들 환자는 처음에는 별 증상이 없어 버스, 택시 등을 이용하며 경기 고양시(일산)·평택시, 서울 강남구 등의 호텔, 병원, 식당 등을 사실상 활보했다. 지역 사회와 긴밀한 접촉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는 심각하게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2009년 신종플루 창궐,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도 외부가 아닌 국가 내부의 지역 사회 감염이 문제가 됐다. 폐쇄회로(CC)TV 추적 등을 통해 ‘방치’됐던 환자들의 지역 사회 접촉자를 일일이 감시하는 등 지금보다 더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고비를 ‘앞으로 2주’로 보고 있다. 우한 폐렴의 최대 잠복기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에 다녀온 분들은 입국 후 14일 이내에 스스로 사회적 활동을 자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향후 2주가 정말 중요하다. 그 기간 시민의식의 성숙도에 따라 어떤 ‘역사’가 반복될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상윤 사회부 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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