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IT과학칼럼-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영화 ‘백두산’과 화산연구

최근 백두산 화산 폭발을 소재로 한 재난 영화 ‘백두산’이 화제다. 관람객이 이미 8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백두산’ 영화는 사실보다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많아 과학자들, 특히 지질학자에게는 전반적인 내용 구성에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백두산 폭발에 따른 대재난의 위험성을 리얼하게 보여주면서 국민들이 화산 재해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좋은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백두산은 홀로세, 즉 1만년 이내에 활동기록이 있는 그리고 천지 호수 직하 심부에 거대한 마그마의 존재가 확인되는 지질학적으로는 명백한 활화산이다. 지난 2002~2005년에는 백두산 천지 근방에서 화산지진이 3천여회 이상 발생했고 가스 분출과 함께 지표가 부풀어 오르는 등 심각한 수준의 화산분화 전조현상이 인지된 바 있어 백두산이 언제 어떤 규모로 분화하게 될 지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및 국가 차원의 기본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백두산이 다시 분화할 경우 2010년 유럽을 온통 화산재로 뒤덮은 아이슬란드 분화의 수백 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지질학자들은 서기 946년 ‘백두산 밀레니엄 대분화’에서 방출된 에너지가 약 840경 줄(Joule)로 보고 있으며, 이는 동일본 대지진의 4배를 넘는 규모다. 그리고 이때 방출된 화산분출물은 남한 전체를 1m 두께로 덮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었다. 즉 백두산이 또 폭발한다면 그 피해는 실로 막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백두산은 재해 측면 외에 ‘백두산’ 영화의 중심 소재가 되었던 지하 심부에 여러 개의 마그마방이 분포하는 화산 플러밍시스템(Volcanic Pluming System) 연구라는 매우 도전적인 연구 기회를 제공한다. 즉 이들 마그마방이 어느 심도에 위치하고 얼마만한 규모로 분포하는지, 어떤 변화와 움직임이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다학제적 연구가 진행되어야 가능하다. 땅 속 깊은 곳에서 특히 마그마가 꿈틀거리는 환경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를 완벽하게 알아낸다는 것은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하다. 미지의 개척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백두산은 이렇게 연구 대상으로 아주 매력적인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기본적인 연구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북한과의 연구교류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중국과의 공동연구도 현재로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올해 ‘백두산화산연구단’이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백두산 분화 징후에 대한 연구를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백두산 남북 공동연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백두산화산연구단’은 국내 학계의 전문가들과 함께 백두산 화산연구에 필요한 기초연구와 탐사기술 개발에 주력하면서 정밀한 화산감시에 필요한 핵심 기술들을 본격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백두산화산마그마연구그룹(MPGG)’ 소속의 전문가들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북한과의 공동연구를 위해 정부를 돕는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그리고 남북 공동연구가 가시화될 경우에는 현재의 연구 규모와는 차원이 다른 대형 국가연구개발(R&D) 사업으로 확대할 준비도 하고 있다.

필자는 몇 년 전 한중 공동연구를 위해 1주일 동안 백두산 지질조사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심도있는 연구를 진행하지 못했다. 앞으로 우리 민족의 영산으로 인식되고 있는 백두산 연구가 본격화돼 보다 백두산 화산에 대한 국민들의 많은 궁금증이 해소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