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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박인규 서울시 마을버스운송사업자조합 이사장] 한국의 공유경제와 붉은 깃발법 망령

150년 전의 영국 도로교통법이 연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1865년 영국에서 제정된 ‘증기트렉터 운행법(Locomotive Act of 1865)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에게는 ’붉은 깃발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화두는 2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열었다. 지난 2018년 8월 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을 방문해 ’붉은 깃발법‘을 반면교사로 들며 인터넷 은행 활성화를 위한 의지를 드러냈던 바 있다. 그 이후 우리 사회에서 ’붉은 깃발법‘은 졸지에 마부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영국의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저해시킨 ’시대착오적인 악법‘으로 전락했다.

또 붉은 깃발법 망령은 교수와 언론인, 정치인들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 금지법‘) 등 많은 규제개혁 관련 논의에 활용하면서 공유경제의 확산과 4차 산업혁명 추진을 발목잡는 ’집단 이기주의의 아이콘‘으로 낙인되고 있다. 단적으로 “공유경제 사회로의 진화는 시대적 요청인데, 이에 대한 반대와 반론은 19세기 영국의 붉은 깃발법처럼 시대착오적이다”라는 코드를 부지불식간에 주입한다.

영국의 붉은 깃발법이 실제 19세기 영국의 자동차산업 발전을 늦춘 원인으로 작용했는지 여부는 명확지 않다. 또 그 법이 당시 영국의 마차운수업조합이나 마부들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제정됐다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기존의 제도와 관행을 존중하며 신·구 조화를 이루며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붉은 깃발법을 들먹이며 ’미래를 향한 개혁에 대한 반론‘으로, 혹은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복고적인 주장‘으로 치부하고 귀담아듣지 않으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자칫 붉은 깃발법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촉매의 코드가 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있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놓고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물론, 플랫폼 택시의 등장은 분명히 교통운송산업에 신선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갖춘 다양한 교통발전 모델에 대한 대중적 기대감도 높다. 그렇지만 제도적 측면에서는 현행 택시법에 의해 면허를 갖춰야 하고, 법으로 차량과 기사, 요금, 운행지역 등에 관해 규제를 받아온 기존 운송사업자들과의 ’경쟁의 형평성‘을 맞추는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갈등의 당사자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여서는 문제를 원만하게 풀지 못한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택시업계에서 일어났던 ’붉은 깃발법의 망령이 어떤 위험한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경험했던 바 있다. “타다 때문에 택시회사가 망해서 직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건 문제가 아니다. 정말 억울한 건 나와 내 동료들이 우리들만의 이익을 위해 공유경제에 역행하고 사회개혁에 저항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비난이 더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어느 택시운전기사의 하소연이다.

개혁과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개혁의 내용과 혁신의 가치 못지 않게 갈등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방식마저도 개혁적이고 혁신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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