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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환의 현장에서] 윤종원 행장 출근저지 장기화…노조 불법행위 단호하게…
16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엑스 표시 마스크를 쓴 노조원들이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연합]

IBK기업은행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벌써 3주째 윤종원 신임행장의 출근을 노조가 막고 있다. 합법적 절차에 따라 임명된 인사다. 그간 기업은행에 관료출신의 행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게다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을 정도의 중량급 인사다. 노조의 속뜻은 행장 선임 의사결정 과정에 자신들도 끼워달란 것이다. 법적 근거가 없으니 법이라도 고치라는 뜻이다.

기업은행 뿐 아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새로운 행장이 임명될 때마다 거의 어김 없이 노조로부터 ‘출근 저지’를 겪는다. 현 금융위원장인 은성수 수출입은행장(2017년)도, 이덕훈 전 수은 행장(2014년)도 노조가 막아섰다. 이후 신임 행장과 노조간 은밀한 거래(deal)가 이뤄지며 출근저지가 풀리는 게 보통이다.

이번 기업은행의 경우에는 노조의 정치적 목적이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은는 윤 행장에 대한 출근 저지를 오는 4월 15일 열리는 총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확히는 상급단체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결정인 것으로 보인다. 기은노조는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 파트너로 아닌 당정청을 지목했다. 윤 행장 윗선과 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출근저지 투쟁 현장에서 맨 앞줄에 버티고 선 이들은 허권 금융노조위원장과 박홍배 차기 금융노조위원장 당선자다. 윤 행장을 ‘볼모’로 금융노조가 정치적 거래를 시도한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기은의 일반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성격이 강한 투쟁이 길어지는 건 곤란하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권을 통틀어 역대 최장의 ‘출근 저지’ 기록을 쓰고 있는 기은노조의 행위는 불법 소지가 다분하다. 형법 314조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범죄다. 법에 의해 중소기업 지원의무가 부여된 국책은행장이 임명 후 보름째 정상 출근을 못하고 있다.

실제 기업은행의 정상적인 업무가 불법적인 출근 저지로 방해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매년 한 차례 지점 인원의 3분의 1이 이동하는 인사가 단행된다. 인사권자의 출근 차질로 경영판단이 지연되면서 조직 각 단계에서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애매해졌다.

한 영업점 직원은 “지금 맡고 있는 대출을 진행할지 말아야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현행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되풀이되는 데는 온정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국책은행 노사가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식으로 그간의 불법적인 관행을 유지해왔다. 정부와 정치권은 노조의 표를 의식해 이를 눈감아왔다. 심지어 노조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이제 불법행위의 고리를 끊을 때다. 사측은 정상적인 업무를 넘어 국책은행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불법적인 업무방해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되풀이되는 노사간 ‘뒷거래’를 차단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4월 이후에도 ‘기업은행 사태’는 유효하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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