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과는 무관한 참고사진입니다. 충주 퀸스타운 캠핑장 |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2017년 8월. 무려 7가정이 함께 캠핑을 떠났다. 그 중 필자를 포함, 4가정은 첫 캠핑이다. 물론, 아이들도 함께다.
어린시절 아람단에 국토순례에, 1박2일 캠핑쯤이야. 텐트만 챙겨오면 된다하니 고민도 준비도 없이 주변 지인의 텐트를 빌렸다.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그늘막을 들고 떠난 셈이니. 빌린 이도 빌려준 이도 그 정도였다.
서해 바닷가 옆 캠핑장에 자리 잡고 잠자리를 준비했다. 원터치라니 세상 좋아졌다. 타프에 코펠에 캠핑의자까진 예상 가능했던 수순. 아이스박스를 보곤 깜짝 놀랐다. 롤테이블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초등학교 이후 첫 캠핑이었으니. 모든 게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사달은 그날 밤에 벌어졌다. 폭우가 내리더니 강풍이 몰아쳤다. 바닷가 캠핑에서 가장 무서운 건 강풍이다. 그 땐 알리가 없었다. 소리에 잠을 깨보니, 텐트 입구가 보이질 않는다. 지인의 원터치 그늘막은 원터치로 무너졌다. 텐트는 벙커로 변모했다. 아이와 아내를 옆 텐트로 피신시키고 옆 텐트 아빠와 둘이서 밤새 ‘벙커’를 지켰다.
다음날, 눈도 못뜰 강풍과 폭우 속에 7가정은 대형 타프쉘 안으로 모인다.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 하니까. 코펠 냄비마다 수제비였는지 무엇인가를 먹었다. 타프쉘 안에 그리 모여 있으니, 눈물 겨운 피난 행렬 같다.
무너진 그늘막을 접어보려니 부러진 폴대가 계속 걸린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트렁크에 마구 넣었다. 빌렸던 캠핑의자도 함께 넣었다. 2주 뒤 열어본 트렁크 안엔 텐트도 의자도 곰팡이가 가득했다.
빌렸으니 버릴 수도 없다. 한강에서 하루 종일 말리고 닦으며, 다신 캠핑을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무너진 그늘막을 줄 수 없어 결국 새 텐트를 구매하며 또 다짐을 하였다.
그러나, 묘했다. 폭풍우에 텐트가 무너지고 긴급 대피하며 곰팡이를 닦던 경험들을 몇번 술안주 삼아 얘기하다보니, 이런 대답들이 돌아온다. “더 나쁠 일은 없겠네.” 하긴, 몰라도 너무 몰랐다. 좋다고들 하는데, 뭐가 좋은지 궁금하긴 했다. 그래서 텐트를 한번 사봤다. 그로부터 3년째다.
캠핑은 가족을 주며 자연을 준다. 생각을 주고 대화를 준다. 사실 어디인지도 중요치 않다. 어떤 장비인지도 상관없다. 누구와 함께인가가 중요하다. 말없이 한참을 불만 바라봐도 어색치 않은 벗, 연인, 가족만 있다면 그게 첫캠핑 준비 완료.
당시 함께했던 4가정 중 절반은 캠핑계를 떠났다. 다시 조우할 언젠가를 고대하며.
바닷가 캠핑장은 경치와 풍경에선 그 어떤 캥핑장보다 훌륭하지만, 반드시 강풍에 주의해야 한다. 날씨가 맑더라도, 조석간만에 따라 강풍을 피할 수 없다. 팩다운을 꼭 하고, 타프 등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취침 전 철저히 챙겨야 한다. 업라이트 폴대 등 꼭 필요하지 않은 폴대는 취침 전 제거하고 자는 게 좋다. 혹여나 비닐 등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사전에 잘 정리해놓는 것도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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