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의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하기 위해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금강산 개별관광’ 카드를 꺼내며 사실상 자체적인 남북경협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유엔 대북제재 이행을 강조해온 미국이 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대북 공조 방안을 두고 한미 간 긴장감이 형성됐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5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협의를 위해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남북협력사업과 관련해 개별관광 추진 문제를 꺼내며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지금은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이해를 구하는 게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측 북핵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이 본부장은 북한 개별관광이 유엔의 제재로 금지돼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다만, 여러 가지 (한미) 공조 측면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자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미국 그간 제재 이행을 강조해온 미국 측의 입장에 대해 “(미국과) 협의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존에 국제사회가 합의한 제재의 틀을 존중하는 내에서 우리가 여지를 찾아보는 그런 식의 노력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지금 대화의 모멘텀이 점점 약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미가 같이 해야 할 과제는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대화 모멘텀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우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북한 개별관광 추진이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이번 발언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개별 관광 같은 것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양자 회담을 진행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남북 간에는 중요한 합의들이 있었고, 이 중에는 제재에 걸리지 않는 부분도 있고 제재 예외를 인정받아 진행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며 사실상 자체적인 남북경협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북미 관계가 호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 대화 우선 방침과 함께 북한 개별 관광 의지를 밝힌 우리 정부에 대해 미국 측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모양새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포함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에 전념하고 있다. 모든 유엔 회원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관련 결의를 준수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미 국무부도 지난 14일(현지시간)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같은 날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 평양 소재 고려남강 무역회사와 중국내 숙박시설인 베이징 숙박소를 제재 대상에 추가하며 대북제재 수위를 더 높였다.

한 외교 소식통은 “우리 정부는 나름의 입장을 미국 측에 설명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 최근 대북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며 “트럼프 행정부 역시 한국의 개별관광 추진이 북미 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