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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많은 원격의료·영리병원 언급 없이…“규제혁파”만 외친 정부
시범사업-법 개정 해놓고도
이해관계 맞물려 매번 좌초
업계선 “정부 혁신성장은 허상”

규제혁파를 외치는 정부가 의료분야 규제개선에 나서고 있으나 의료서비스 혁신에 가장 필요한 원격 의료와 영리병원 개설 등은 이번에도 빠져 있는 등 시급한 분야는 피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바이오헬스 핵심규제 개선방안에는 지난 2000년 시범사업이 실시된 후 의사 반발에 밀려 20년째 헛바퀴만 돌리고 있는 원격의료 관련 부분은 아예 없었다.

섬이나 산간 지역의 당뇨, 고혈압 환자를 의사가 화상통화 등으로 진단·처방하는 원격의료는 한국에선 불법이지만 일본과 중국, 미국 등 주요국에선 전면 허용돼 있다. 병원이 멀리 있는 지역의 만성질환자들도 쉽게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원격의료를 도입하겠다며 2010년과 2016년 의료법 개정 시도를 했지만 ‘대형병원 쏠림이 심해진다’ ‘의료사고가 나면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렵다’며 의사들이 반발하면서 두번 모두 무산됐다.

현 정부 들어 지난해 7월 간호사 입회 아래 간단한 진단·처방을 내리는 정도의 초보적인 원격의료가 강원도에서 도입돼 동네병원 1곳이 시범사업에 참여했으나 해당 의원이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하면서 시범사업마저도 무산됐다. 의료계 반발과 정부의 미온한 규제 개혁 태도가 두루 작용한 결과다.

이같은 국내 규제장벽 때문에 네이버는 국내에서 원격의료를 포기하고 최근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해 일본에서 원격의료사업을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산업이 시시각각 등장하면서 기존 산업과 신산업이 충돌할 때 이를 중재하고 현식산업을 육성해야 할 정부가 상생에 치중해 혁신을 외면하고 기득권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업들이 애로를 겪고, 해외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법으로 허용된 지 17년 된 영리병원도 규제에 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댜. 지난 2002년 12월 김대중 정부가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인 대상 영리병원 설립을 허가한 뒤 17년이 흘렀다. 2004년엔 내국인 진료도 허용됐지만 지자체와 의료계 반발로 1호 영리병원은 나오지 못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사인 녹지그룹이 제주 서귀포시에 녹지국제병원을 건립하기로 하고 지난 2015년 정부의 1차 승인까지 받았지만 내국인 진료를 허용해달라는 녹지그룹 요청을 제주도가 불허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경총은 이 정부 초기인 2018년 기획재정부에 영리병원 설립 허용, 원격의료 허용 등 혁신성장 규제개혁 과제를 건의했다. 의료산업에 대한 규제 개혁이 이루어지면 18만7000~37만4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답은 아직까지 없다.

대학병원 연구성과를 바이오 창업으로 잇기 위해 연구중심병원을 지정제에서 인증제로 바꿔 그 수를 늘리고, 의료기술협력단을 꾸려 창업을 촉진하는 방안도 영리병원 논란에 막혀 무산될 처지다. 선진국에서 연구중심병원은 대학 기술료 수입의 상당액을 차지하고, 병원은 바이오 혁신의 성공을 좌우하는 클러스터이기도 한데 병원의 기술창업 역시 규제에 묶여 있는 셈이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틈만 나면 혁신성장을 얘기하고 있지만 타다와 네이버 사례를 보면 허상일 뿐”이라며 “이런 식의 규제가 반복되면 아무도 신산업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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