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재개된다.
미 상원은 오는 21일(현지시간) 탄핵소추안 하원 통과의 다음 단계인 탄핵 심판에 돌입할 예정이다. 하원이 지난달 18일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의사 방해’ 혐의가 명시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14일 성명을 통해 “미국 국민은 진실을 알 자격이 있으며, 헌법은 재판을 요구한다”면서 “탄핵소추안을 송부하고 탄핵 소추위원들을 지명하기 위한 표결을 15일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탄핵 소추위원은 상원의원 전원이 배심원 역할을, 백악관 법률 고문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나서는 탄핵 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는다. 탄핵이 최종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표결에서 상원의원 중 100명 중 3분의 2(67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날 펠로시 의장은 누가 탄핵 소추위원을 맡을 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과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하원의 탄핵소추안 가결 후, 증인 출석 등 탄핵 심판의 절차적 문제를 놓고 공화당과 마찰을 빚으면서 탄핵소추안의 상원 이관을 미뤄왔다. 하원 표결에 앞서 상원을 주도하고 있는 공화당 측은 추가 증인 출석과 증거 채택없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즉시부결’ 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날 민주당이 탄핵 절차 재개를 선언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탄핵 심판은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공정한 심판’에 대한 거듭된 민주당의 요구에도, 공화당은 탄핵을 무마시킬 수 있는 자신들의 ‘권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공화당 소속의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연초 “하원 민주당 의원들의 차례는 끝났으며, 상원 절차를 놓고 하원과 흥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상원 연설에서도 “기존 사안이 강력하다면 판사와 배심원단이 다시 수사를 재개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맥코넬 원내대표가 탄핵 심판 돌입 예정일로 오는 21일을 거론한 가운데, 본격적인 탄핵 심판이 전까지 재판 형식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양 당 간 힘겨루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만약 증인 채택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로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증인석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밀 유지에 관한 대통령 특권으로 볼턴을 비롯한 전현직 행정부 관리들의 증언을 저지할 수 있다”면서 입막음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탄핵의) 핵심적인 백악관 증인을 불러 새로운 증거로 채택할 지 등 재판의 구조를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당파적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