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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南 패싱’ 굳힌 北…軍 겨냥 “사대와 굴종 하수인” 비난 이어가
우리민족끼리 軍ㆍ대북전문가 ‘우물 안 개구리’ 비난
“南 철저한 냉대 표현…대남메시지 추후 나올 수도”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남측을 향해 자중하라며 반감을 드러낸데 이어 13일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남측 군부와 대북전문가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며 ‘남한 패싱’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작년 12월 부인 리설주 등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올해 들어 한반도정세에서 ‘남한 패싱’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비롯해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대화 재개와 한반도 비핵화·평화프로세스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도 난항이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남측을 향해 자중하라며 반감을 드러낸데 이어 13일에도 대남비난공세를 이어갔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사대와 굴종으로 연명해가는 하수인들의 실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문제 삼아 “최근 남조선 군부 것들이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문제를 놓고 횡설수설하고 있다”면서 “사대와 굴종으로 연명하며 민족의 이익을 팔아먹는 자들에게는 앞날이 없다”고 비난했다. 최근 국방부가 한미 연합군사연습 실시 여부에 대해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조정 시행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북한의 태도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입장을 밝힌데 대한 반발인 셈이다. 논평은 또 “상전이 언제 돌변할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는 하수인들의 불쌍한 신세는 보기에도 민망스러울 정도”라면서 “제 땅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가늠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그 무슨 ‘공조’ 타령을 염불처럼 외우고 있으니 누구인들 이를 두고 조소를 자아내지 않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우리민족끼리는 같은 날 ‘우물 안의 개구리식 사고’라는 제목의 개인 명의 글에서는 남측의 ‘대북전문가’들을 겨냥해 “우물 안의 개구리가 천하를 논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맹목적인 추종관계와 굴욕적인 주종관계의 ‘우물’ 속에서 자력부강, 자력번영으로 존엄이 빛나고 위력을 떨치는 위대한 국가, 위대한 인민을 어떻게 볼 수 있고 바로 평가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난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에 대한 남측 대북전문가들의 분석과 평가를 향한 불만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북한 선전매체는 최근 들어 전통적으로 날을 세워온 군과 보수야당뿐 아니라 연구기관과 대북전문가 등 대남 비난 대상 범위도 확대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북한의 ‘남한 패싱’ 의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대체한 당 전원회의 결정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데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제안한 남북협력 증진 구상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김 위원장 생일 축하 메시지와 관련해 북미정상 간 ‘특별한 연락 통로’로 직접 전달받았다며 남측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끼어드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라면서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형석 대진대 교수는 “남측에 대한 철저한 냉대이자 서운함의 표현”이라며 “자중하라는 표현은 지금은 남북이 만나거나 얘기할 때가 아니고 미국과 풀어야할 때인데 괜히 껴들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대남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대남라인인 통일전선부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아닌 국가 대 국가의 관계를 다루는 외무성을 내세웠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김 교수는 “외무성이 나섰다는 것은 남측보다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라며 “남북관계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정제된 대남메시지는 이달말이나 내달초 예상되는 정부·정당·단체 연석회의를 지켜봐야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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