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때 고건대행 의전·경호 최소화
박근혜때 황교안 광폭행보 존재 부각
우리나라 국무총리의 권한은 외국 총리들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다. 내치를 책임지는 외국 총리와 달리 우리나라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데 방점을 둔다. 이는 대통령제라는 정치적 구조와 총리직이 결합하면서 만들어진 결과다.
총리는 대통령의 제1 보좌기관으로 여겨진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도록 되어 있다. 중앙행정기관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총리가 나서서 중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대통령의 승인을 요구한다. 총리의 권한 행사에 대통령의 명령이나 재가가 있어야 된다는 점을 시사하는 셈이다. 총리는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과 국무위원 해임 건의권 등 고육 권한도 갖고 있지만 이 역시 형식적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총리의 의전 서열은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에 이어 다섯 번째다.
총리가 가장 큰 권한을 행사할 때는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할 때다. 총리는 헌법 제 71조에 따라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1순위로 권한을 대행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느냐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권한대행이 국군통수권, 조약체결 비준권, 예산안 제출권 등 대통령의 핵심 권한을 사용할 수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선 권한대행이 권한을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가장 대조적인 사례가 박근혜 정부 시절 황교안 전 총리(5개월)와 노무현 정부 시절 고건〈사진〉 전 총리(63일)다. 두 사람 모두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의결되면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했는데 이들의 행보는 판이하게 달랐다.
고 전 총리는 경호, 의전을 최소화하고, 회의도 국무회의와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 등만 챙겼다. 당초 예정됐던 대통령의 해외 순방도 수행하지 않았고, 민생 현장 역시 거의 다니지 않으며 ‘로우 키’ 행보를 보였다.
반면 황 전 총리는 안전 관계장관회의, 테러 대책회의 등 회의를 적극적으로 주재했고 민생 현장에도 이틀에 한번 꼴로 다니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대북 강경노선, 사드 배치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황 전 총리는 고 전 총리와 달리 신년기자회견 등 기자간담회도 두 차례 열면서 대선 행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