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중도진영에 속한 정당·시민단체들이 구성하기로 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게 된 박형준 정치플랫폼 ‘자유와공화’ 공동의장이 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

자유한국당 TK(대구·경북)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보수통합을 놓고 압박받고 있다. ‘탄핵정국’ 언급 없이 통합열차에 타길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그간 TK 친박 의원 상당수는 같은 보수진영이라 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 선 세력과는 통합할 수 없다는 뜻을 비쳐왔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보수통합은 TK 친박 의원들이 거리를 둔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의 ‘보수재건 3원칙’이 반영되는 쪽으로 추진되는 분위기다. 이는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부터 이 원칙을 수용하기로 가닥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초선 의원 대부분은 아예 한자리에 모여 “통합은 필수”라며 “이 원칙을 뛰어넘는 더 큰 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내 통합론자들과 중도·보수 진영 등 정당·시민단체들은 사실상 ‘보수재건 3원칙’을 반영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를 꾸리기도 했다. 위원장을 맡은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TK 친박 의원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물음에 대세는 여기에 있다는 듯 “한국당 대표도, 초·재선 의원들도 통합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중진 의원은 “사실상 TK 친박 의원들을 뺀 대부분의 보수 세력이 같은 방향을 보게 된 셈”이라며 “TK 친박의 중진 의원이 결단만 하면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했다.

TK 친박 의원들은 이 기류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할 말은 있는 모습이다. 특히 새보수당에 대한 반감은 여전하며, 신당을 만들자는 데도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들이 먼저 나가 ‘영남 친박 신당’을 차릴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치는 중이다.

TK 친박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춥고 힘들 때 집 떠나지 않은 우리가 왜 지금 자잘한 정당들에 휘둘려야 하느냐”며 “정치 구도를 떠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인사는 “당 재건을 위해 몸 바친 이가 더 손해 보는 잘못된 선례를 만들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원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