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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문턱에 좌절한 '공정경제' 법안…공정위는 한숨만
'미투' 브랜드 난립·'먹튀' 가맹본부 막는 법안도 좌절
11번가·배달의민족 등 플랫폼서 입는 소비자 피해도 개선 어려워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갑질 문제를 개선하고 공정경제를 바로세우겠다는 사회적 다짐이 여전히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관련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탓이다. 이미 20대 국회는 총선 스케줄로 넘어가고 있어 사실상 입법에 실패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10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과 공정위는 '점주의 경영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영세 점주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과제가 주로 담겼다.

먼저 무분별하게 가맹점을 내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직영점 최소 1곳을 1년 이상 운영해본 경험이 있어야만 가맹등록을 할 수 있게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매장 운영 경험이 전무한 프랜차이즈들이 마구잡이식으로 가맹점주들을 유치하는 행태를 뜯어고치겠단 취지였다.

본사가 점주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광고·판촉 사전동의제'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당한 비용 전가를 없애기 위한 목적이었다.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를 도입하고 이들의 법적 지위도 강화키로 공언했다. 점주 단체가 가맹금 등 거래조건에 대해 협의를 요청하는 경우 가맹본부가 협의에 응하도록 한 내용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약속들이 공염불에 그치면서 '갑질'에서 벗어나 동등한 사업 파트너로 일할 수 있다고 기대했던 점주들은 좌절해야만 했다. 희망조차 없다. 20대 국회가 끝나는 오는 5월 전 통과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아직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고, 의원들도 총선 모드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21대 국회가 출범하더라도 원구성까지 마치려면 하반기는 돼야 한다. 이때 새로 발의를 하고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낡은 전자상거래법을 고쳐 배달의 민족 등 배달앱, 11번가 등 오픈마켓과 같은 중개업자의 책임을 강화시킨다는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공정위와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전자상거래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중개업자에게 시정 조치에 협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피해구제신청 절차를 마련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개업자들이 거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 법안도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해보고 사장될 전망이다. 거대해진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공정위 입장에선 아쉬움이 크다.

공정위가 3년 전부터 공을 들였던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이미 물건너간 상태다. 40년 만에 법을 바꿔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확대하고 전속고발권 일부를 폐지해 담합 사건을 철저하게 감시하겠다는 계획은 야당의 반대에 철저하게 막혀있다.

우회로를 찾고 싶어도 근본적인 개혁을 이끌 수 있는 방안은 모두 입법 사항이다. 시행령, 행정지도 등을 활용하는 카드도 이젠 소진됐다.

규제신설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국회 문턱을 넘하자 공정위는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1+1'제도 등은 여야와 업계까지 공감을 얻었지만 정작 진척이 안되고 있다"며 "20대 국회 막판에라도 꼭 통과될 수 있게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선 법안소위가 언제 열릴지 기약이 없다"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많다보니 야당서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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