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내보내고 사업 추가하는 자영업자 늘어
‘애써보지만 得없다’ 勞而無功, 4자성어 꼽아
외식 프랜차이즈 간판이 늘어선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이미 최악인데, 더 어려워질까 봐 무섭죠. 매출은 줄고 인건비는 오르니 식구라도 건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가 밝았지만 서울 광진구 미가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7) 씨는 희망보다 걱정이 앞선다. “3년 전 (서울)동부지법이 송파구 문정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 차례 큰 위기를 맞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최저임금까지 크게 오르면서 ‘생존이 목표’가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씨 같은 자영업자의 한숨은 구(區)와 동(洞)의 경계를 넘어 서울 전역에서 터져 나왔다. 2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경자년에도 녹록지 않아 보였다. 인건비 부담이 지속해서 커지는 가운데 ▷민간 소비 침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독점 체제 현실화 등 ‘영업 악재’가 줄을 이어 등장하고 있어서다.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3) 씨도 “조직 내부의 잡음과 신경전이 힘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는데, 직장생활을 할 때와 비교하면 월 수입이 100만원 이상 줄어들었다”며 “야간에도 아르바이트생을 써야 하다 보니 인건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가 가구주인 가계의 지난해 평균소득 증가율은 0.2%로 전체 가계 평균소득 증가율(2.1%)을 크게 밑돌았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소득이 줄어든 셈이다. 반대로 빚은 늘었다. 자영업자가 가구주인 가계의 지난해 평균부채는 1억1063만원으로 전년보다 3.8% 늘어 전체 가계 평균부채 증가율(3.2%)을 훌쩍 넘었다. 빚으로 하루, 한 달, 일 년을 버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새해 들어 뉴스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한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 같은 단어나, 배달 앱 배달의민족 매각 소식도 자영업자들의 시름을 깊게 한다.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서모(47) 씨는 “잘은 모르지만, 디플레이션이란 것이 (사람들이)안 쓰고, 못 벌고, 또 안 쓰고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며 “매출을 늘려보려고 디저트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배달 앱이 모두 한 외국 회사에 인수되면서 배달 수수료가 오를 수도 있다고 하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직원을 내보내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었다.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46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8%(19만6000명) 줄었다. 김 씨는 “인건비 부담 탓에 야간 근무자를 한 명 줄이고 다른 아르바이트생과 교대로 직접 밤에 가게를 지키는 상황”이라며 “총선을 의식해서인지 올해 최저임금은 그나마 조금 오르고 말았지만, 내년부터 다시 (최저임금이)1만원을 향해 오르기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지난해를 단적으로 요약하는 사자성어로 ‘노이무공(勞而無功)’을 꼽았다. ‘온갖 애를 썼지만 아무런 보람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취업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성인 남녀 29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이 씨는 “애를 쓴 만큼이라도 성과가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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