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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여성의 농한기 도둑’ 삼베짜기, 이제야 국가문화재 지정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농경·어로·채집이 봄~가을 남성과 여성 모두가 참여하는 생활 기반이었다면, 겨울엔 여성은 삼베(길쌈 등 포함)짜기, 남성은 새끼꼬기였다.

김장은 초겨울에 여성과 남성 모두가 준비하는 대한민국 대표 음식문화이자 발효과학의 정수인데, 김장문화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고, 망중한의 문화예술체육활동 농악과 씨름 역시 같은 반열에 올랐다.

불과 30여년전까지만해도 시골 아낙들의 겨울 일과는 ‘기승전-삼베’였다. 여성들의 농한기 휴식을 길쌈과 삼베짜기가 앗아갔다. 말린 베를 적셔 숙성시킨뒤 길쌈하고 다시 잿물에 처리한 다음, 삼베옷감을 짜서 베옷을 만들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갈라놓은 베의 건조,숙성 되풀이 과정

삼베짜기는 한국 여성들의 겨울 경제활동이자, 생활필수품 조달 과정이었다. 제주에선 삼베옷에 풋감즘을 묻혀 갈옷을 만들어 썩지 않도록 하는 의류과학을 창출해내기도 했다.

한국 여인들의 겨울사냥꾼 삼베짜기가 이제야 국가무형문화재롤 등재됐다. 늦은 감은 있다. 앞으로 문화재청은 이 처럼 무심코 가치를 묻어버린 유·무형자산에 대한 관심을 세심하게 기울여야 한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삼베짜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신규 종목으로 지정하고, 보유자를 인정하지 않은 채, 안동포짜기마을보존회(회장 손병선)를 보유단체로 인정했다. 삼베 짜기 경험을 가진 7090세대 수만명이 생존해있기 때문에 보유단체는 나 만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는 자세로 보존에 임해야 할 것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40호로 지정된 ‘삼베짜기’는 대마라는 섬유 원료에서 삼베라는 직물을 짜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삼베짜기

삼베짜기

삼베는 땀을 빨리 흡수하고 건조가 빠르며, 통풍이 잘되고 열전도성이 커서 시원할 뿐만 아니라 마찰에 대한 내구성이 커서 세탁할 때 손상이 적은 장점 때문에 삼한 시대부터 선조들이 손수 길쌈을 통해 입어온 옷감이다.

그 가운데서도 이번에 인정된 보유단체가 속한 경북 안동 지방에서 생산하는 안동포는 조선 시대 궁중 진상품이었으며 지방특산물로 지정되어 널리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은 삼베짜기의 높은 역사성, 예술성, 대표성 등을 고려하여 국가무형문화재 신규 종목으로 지정하고, 유사종목인 ‘곡성의 돌실나이’는 삼베짜기 내 세부 기·예능으로 통합하여 관리한다. 삼베는 예부터 개인이 아닌 마을 사람들의 협업으로 생산되고 후대로 전승된 집단적 기술이기에 특정 보유자는 인정하지 않고, 보유단체(보유자 없는 보유단체)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보유자 없이 보유단체만 인정된 국가무형문화재는 구례잔수농악, 김천금릉빗내농악, 남원농악, 영산쇠머리대기, 영산줄다리기, 석전대제, 면천두견주, 명주짜기, 제주민요, 연등회, 법성포단오제, 삼화사 수륙재, 진관사 수륙재, 아랫녘 수륙재, 불복장작법, 삼베짜기 등이다.

삼베짜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전통 옷감짜기와 관련한 국가무형문화재는 ‘나주의 샛골나이’(국가무형문화재 제28호), ‘한산모시짜기’(국가무형문화재 제14호), ‘명주짜기’(국가무형문화재 제 87호) 등 총 4건이 되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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