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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형제 논의 어디까지 ⓵] 생존 사형수 60명…안인득 사건으로 논란 재점화
97년 이후 사형집행 없어…11명 교도서에서 사망
헌재, 2010년 5대4 의견으로 간신히 사형제 합헌 결정
유남석·문형배 재판관은 인사청문회에서 폐지론 의견 밝혀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 5명을 살해한 안인득(42)에게 법원이 지난달 사형을 선고하면서 사형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국제앰네스티가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하루 앞두고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는 생명권과 잔혹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우·처벌을 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사형 찬반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흉악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사형 존치 여론은 여전히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법무부에 따르면 생존 사형수는 군 교도소 사형확정자 4명을 포함해 총 60명이다. 마지막 사형집행은 1997년 12월 30일로, 22년간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1997년 이후 사망한 사형수 11명 중 5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6명은 병으로 숨졌다.

사형제는 찬반 의견대립이 첨예해 입법이 아닌 헌법재판소 판단에 따라 존폐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 폐지소위원회(사폐소위)가 낸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 중이다. 헌재는 과거 두 차례 사형제에 대한 합헌결정을 내렸지만, 시대적 흐름과 재판소 구성원 변화로 선례가 바뀔 가능성도 관측된다.

국회 속기록을 보면, 유남석 헌재소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를 폐지하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문형배 재판관도 사형제에 대해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미선 재판관은 “국회에서 입법에 의해 결정할 문제”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고, 이영진 재판관은 사형제를 존치해도 되지만,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생존 사형수를 혐의별로 분류하면 살인 28건, 강도살인 21건, 강간살인 4건, 존속살인 2건, 약취유인과 방화치사 등 기타 5건이다. 안인득 사건에서도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 중 8명이 사형 의견을 제시했고, 무기징역 의견은 1명에 그쳤다.

헌재가 처음으로 사형제가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1996년 살인과 특수강간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정모 씨 사건에서다. 당시 헌재는 “사형이 최소한 동등한 가치가 있는 다른 생명 또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예외적으로만 적용되는 한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이후 2010년 남녀 4명을 살해한 70대 어부 오모 씨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재는 사형제에 대해 재판관 5대 4로 의견으로 가까스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불법 정도와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서 범죄자가 스스로 선택한 범죄 행위의 결과”라며 “(사형이) 범죄자를 사회 방위라는 공익 추구를 위한 객체로만 취급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와 달리 사형수의 교화가능성을 배제하고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인간존엄을 중시하는 헌법정신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1992년 말 사형수 9명의 사형집행을 지휘한 검사였던 강찬우 변호사는 “범죄를 저지르고 재판을 받기까지 2~3년이 걸리는데, 대다수의 사형수가 사형을 선고받을 때와 집행할 당시의 모습이 상당히 달라져 있다”며 “헌법과 형법을 개정해야 하는 법리적 문제를 떠나 사형선고를 받은 이후 달라진 사형수를 범행 당시 모습과 동일하게 보고 형집행을 하는 게 과연 범죄를 막거나 처벌하는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최진녕 변호사는 “현행 헌법 하에 사형제가 명시돼 있기 때문에 합헌 결정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비록 지난 22년간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회보호와 피해자 보호를 고려할 때 사형선고는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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