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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한빛의 현장에서]예술품을 먹고 파괴하고…예상못할 퍼포먼스를 왜 할까
지난 8일 성료한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에서는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에 이목이 집중됐다. 사진은 아트바젤 마이애미에 출품된 ‘코미디언’을 촬영중인 관객. [연합/EPA]

시가 1억원짜리 음식을 누군가 ‘먹어치워’ 버렸다.

무슨 소리냐 할지 모르나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세계최고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12만달러(약 1억 4000만원)에 팔린 ‘바나나’예술 작품을 한 행위예술가가 배가 고프다며 떼어 먹어버렸다.

해당 작품의 이름은 ‘코미디언’. 이탈리아 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바나나 한 개를 덕 테이프로 붙여 만들었다. 이 ‘코미디언’을 행위예술가인 데이비드 다투나가 떼어 먹음으로써, 한 편의 ‘코미디’가 완성된 셈이다. 이 작품을 1억원이 넘는 가격에 내 놓은 것도, 그것을 산 것도, 그리고 그것을 먹어치우는 퍼포먼스도 모두 지독한 ‘코미디’다. 이를 사진찍고 SNS에 올리고, 기사화 하는 그 모든 행위까지도.

경매에 내놓은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파괴한 예술가도 있다. 예상치 못한 오류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것마저도 계산적 행동이었는지, ‘미수’에 그치긴 했지만 전세계에 그 과정이 생중계 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바로 얼굴없는 작가 뱅크시의 ‘풍선과 소녀’다. 지난해 10월 소더비 경매에서 104만2000파운드(한화 15억원)에 낙찰 되자마자, 작품 안에 내장된 파쇄기가 작동하며 그림을 분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중간쯤 작동을 멈춰, 반은 잘린 그림이 되고 말았다.

뱅크시는 경매 다음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파쇄기 설치 동영상을 올리고 “파괴 욕구는 창조 욕구이기도 하다-피카소”라고 코멘트를 남겼다. 뱅크시의 친절한 설명 덕에 해당작품은 ‘진짜’ 뱅크시 작품임을 인증 받았고, 독특한 스토리까지 획득했다. 낙찰자는 며칠의 고민 끝에 ‘당연히’ 구매를 확정했다.

이쯤 되면 현대미술은 ‘괴짜경쟁’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파괴적 퍼포먼스와 자극적 뉴스가 흩날리는 사이 유명세가 치솟는 시스템 덕분에 더욱 그렇다.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결국 작품값이 터무니 없이 올라가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 구조가 과연 우리가 사는 21세기 동시대 미술의 지향인가 하는 고민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행위예술가는 ‘바나나’를 먹었을 뿐이다. 굳이 복잡한 사유가 필요없이 픽 웃고 지나가면 될 일인지도 모르겠다.

앞서 카텔란은 지난 1999년에 이탈리아 출신 갤러리스트 마시모 데 카를로를 덕 테이프로 자신의 갤러리 벽에 붙여놓기도 했다. 미술평론가 임우근준씨는 “상업 화랑과 아트 페어 등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던, ‘담론적/관계적 제도 비평 미술’의 개척자인 카텔란이 자신의 작업이 20주년 됐음을 기념하는 작업일 뿐”이라며 “스스로 자신을 기념비화 하고 있다”고 평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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