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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세대가 지닌 ‘대단한 비진실’을 낱낱이 파헤친다
나쁜 교육/조너선 하이트, 그레그 루키아노프 지음, 왕수민 옮김/프시케의숲

미 컬럼비아대 학생들이라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일반교양 수업에 ‘서양 문학 및 철학 명저’라는 강의가 있다. 오비디우스, 호메로스, 단테, 아우구스티누스, 몽테뉴, 울프 같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강좌다. 2015년 재학생 넷이 대학신문에 이 강좌에 문제를 제기했다. 강좌의 내용이 감정을 격발시키고 공격적으로 느껴져 강의실 안에서는 학생들이 안전하다고 느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주장이었다.

이 사건은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와 개인의 교육권을 위한 재단의 수장이자 변호사인 그레그 루키아노프의 관심을 끌었다.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거나 초청연사의 학내 진입을 반대하는 일들은 과거에도 많았지만 그 이유가 학생의 안전과 정신건강이 이유가 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둘은 이 미스터리를 푸는 데 의기투합했다. 당시 학생들은 말이나 책, 초청연사에 두려움과 분노로 반응하고, 누군가가 몰지각하게 여겨지는 행동을 하면, 그게 아무리 사소해도 극구 ‘가해자록 지목’, 망신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에 따라 자기검열 문화가 부상했다. 또한 안전공간과 강의의 불편한 대목을 알려주는 트리거 워닝에 대한 요구도 생겨났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 저자들은 특히 i세대를 주목, 면밀히 살펴나간다.1995년 이후 태어난 인터넷 세대, i세대는 90년대 초반인 밀레니얼세대와 갈라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십대에 아이폰의 등장과 소셜미디어의 일상화를 경험한 세대인데, 이들은 안전에 대한 심한 강박을 갖고 있다.

저자는 이들 새로운 세대가 보이는 과도한 행동들이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대단한 비진실’이라 부르는 세가지 잘못된 믿음이다. 즉 고된 일은 우리를 더 약하게 만든다는 ‘유약함의 비진실;, 느낌을 믿으라는 ’감정적 추론의 비진실‘, 삶을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의 투쟁으로 보는 ’우리 대 그들의 비진실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지왜곡이다.

저자들이 캠퍼스에서 찾아낸 인지왜곡 형태는 적지 않다. 감정적 추론, 최악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 과도한 일반화, 이분법적 사고, 다른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가정하는 것, 딱지붙이기 등이다. 저자는 비판적 사고와 추론을 거친 상호이해만이 진리를 향해 한걸음 나아가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비진실이 캠퍼스에서 팽배하게 된 원인의 하나로 꼽은 게 양육방식의 변화, 어른들의 과잉보호다. 실패나 모욕, 고통스러운 경험 등 도전과 스트레스를 통해 인간은 더 강해지게 마련인데 부모들이 아이들을 속상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얼른 치워주려 한다며, 이런 강박이 오늘날 사춘기 청소년들의 우울증과 불안증, 자살 등의 비율을 급격히 늘려놓았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이 외에 정치적 양극화와 정당간 적개심의 심화, 자유놀이의 감소, 캠퍼스 관료주의적 성장, 정의에 대한 고조된 열정 등도 비진실이 판치는데 작용했다고 저자들은 본다.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세대인 90년대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은 이를 i세대로 좁혀 이들의 행동과 사회적 배경을 폭넓게 분석했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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