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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냄비는 비었고 돈은 휴지조각이 됐다’…중남미 시위 확산, 통화가치 ‘최악’
콜롬비아 ‘빈 냄비’ 두드리며 힘든 일상 호소
과거 에콰도르, 아르헨티나에서 효과 발휘
반정부 시위 속 중남미 통화 가치 동반 하락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중남미에서 경제난과 불평등, 권력부패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와 공권력의 충돌이 격렬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 시위 도구로 등장한 ‘빈 냄비’는 중남미 국민들이 맞딱뜨린 최악의 생계난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각국의 통화가치는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냄비는 비어가고, 돈은 휴지조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계속되는 시위와 경찰진압으로 거리가 화염과 연기로 가득한 콜롬비아에선 최근 냄비나 프라이팬과 같은 주방기구가 시위에 등장했다. 빈 냄비를 두드리며 먹고 살기 힘든 처지를 알리는 ‘카세롤라소(cacerolazo)’가 시작된 것이다.

콜롬비아의 한 여성이 27일(현지시간) 수도 보고타에서 펼쳐진 반정부 시위에 참가해 프라이팬을 두드리고 있다.[로이터]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선 최근 시위대들이 집에서 사용하는 주방기구를 들고 나와 시위를 펼치고 있다.

나무 숟가락으로 프라이팬을 치면서 소리를 내기도 하고, 압력조리기를 두드리며 높은 실업률과 치솟는 교육비, 잇따른 활동가들의 죽음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 일부 시위대는 주전자나 깡통을 두드리는 경우도 있다.

냄비를 뜻하는 스페인어 카세롤라(cacerola)에서 유래된 카세놀라소는 중남미 전통 시위 방식의 하나다. 1960년대부터 브라질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칠레 등에서도 있었다. 최근 보고타에선 지난 22일 저녁부터 시작됐다.

27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주방기구를 든 시위대들이 행진하고 있다.[로이터]

보고타에서 카세롤라소에 참가하고 있는 루이사 나란조(36) 교사는 “이는 정부가 우리의 입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며 알루미늄으로 된 요리 기구를 두드렸다.

텍사스 대학의 남미 역사학자인 콜린 스나이더 교수는 “주방기구를 통한 시위는 일상의 투쟁을 표현할 수 있는 강력한 상징물”이라며, “대통령들은 이를 위험으로 느껴 애써 무시한다”고 말했다.

카세롤라소 시위는 과거 에콰도르나 아르헨티나에서 정부를 끌어내리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들 반정부 시위가 펼쳐지고 있는 중남미 국가들의 통화 가치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 달 넘게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칠레의 경우 페소 가치가 시위가 발생하기 전에 비해 10% 가량 떨어졌으며, 콜롬비아 페소화도 27일 0.83%나 떨어지는 등 역대 최저점을 기록했다. 아직 시위 물결이 번지지 않은 브라질 헤알화도 연일 최저점을 경신 중이다. 우루과이 페소 연일 하락해 최저점 수준이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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