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조건부 연기 결정 뒤 일본은 아무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라면 실망스럽다면서 “일본 정부의 지도자로서 양심을 가진 발언인지 의심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부산)=강문규·신대원·유오상 기자] 청와대는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결정을 내린데 대해 일본이 아무런 양보를 하지 않았다고 밝힌데 대해 사실이라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 이후 일본 경제산업성이 수출규제 조치와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 제외 조치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데 대해 일본이 외교채널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4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베 총리의 발언은 언론에 보도된 것만 봤다”고 전제한 뒤 “사실이라면 지극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일본 정부의 지도자로서 양심을 가진 발언인지 의심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아사히신문은 이날 아베 총리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 직후 주변 사람들에게 “일본은 아무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이 상당히 강해서 한국이 포기했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지소미아 종료 연기 이후 미국을 상대로 한 물밑작업을 비롯한 일본 외교의 승리라는 식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의 전제는 모두 조건부”라면서 “모두 일본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이번 결정이 어디까지나 ‘조건부 연기’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특히 정 실장은 “영어로 ‘Try me’라고 있다. 상대방을 자극하면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발언”이라면서 “일본에 하고 싶은 말”이라며 고강도 경고메시지를 발신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 실장은 일본이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연기와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골자로 한 양국 간 합의를 오도하고 있다면서 “깊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식의 행동이 반복되면 한일 간 협상 진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의 합의 약속 이전 의도적 언론 유출 의혹, 동시발표 약속 불이행, 그리고 경제산업성의 왜곡 발표 등을 일일이 지적했다. 정 실장은 “(일본은) 우리 측이 사전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중단을 통보해서 협의가 시작됐다고 하는데 아니다”고 일축했다. 또 경제산업성이 지난 22일 반도체 원료 등을 개별적으로 심사해 수출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이것도 한일 간 사전에 조율한 내용과 다르다”면서 “이런 입장을 갖고 일본이 우리와 협상했다면 애당초 협상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일본측으로부터) 경제산업성이 부풀린 내용으로 발표한 데 대해 사과한다, 한일 간 합의한 내용은 변함없다는 것을 재확인받았다”며 일본이 사과의 뜻을 전해왔다는 점도 공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역시 이와 관련해 “사과 받았다”고 확인했다.

정 실장은 아울러 지소미아 종료 연기 이후 일본 언론이 정부당국자를 인용해 일본의 외교승리라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그는 “일본 정부 고위지도자들의 일련의 반응이 매우 유감스러울 뿐 아니라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했다, 일본의 ‘퍼펙트 게임’이라고 하는데 견강부회다.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자기 식으로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소미아에 대한 어려운 결정 다음에 일본이 우리 측에 접근해오면서 (협상을) 시작하고 큰 틀에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외교가 판정승한 것”이라며 “일본은 오리혀 그들이 주장한 원칙을 견지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원칙과 관련해서는 ‘강제징용 배상판결 해결 없이는 아무런 대화도 있을 수 없다’, ‘지소미아와 수출규제는 무관하다’는 내용 등을 거론했다.

한편 앞서 일본 극우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전날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에 대해 “거의 이쪽(일본)의 퍼펙트게임이다”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