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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경원 이름 빌려 황교안 비꼰 이종걸 “교안 오빠, 단식은 해당행위”
“단식, 胃腸 탄압”이라며 SNS로 고교 동기 黃비난
“羅 속마음일까”라고 했지만 ‘오빠’ 표현 문제 소지
한국당 발끈…“명백한 성희롱, 민주 공식사과해야”
지난달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종걸 검찰개혁특위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교안 오빠, 제가 원내대표를 총선까지 하는 게 중요해요. 도와주실 거죠?”

윗글만 보면 이 내용을 쓴 주인공은 여성, 그것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인 것처럼 보인다. 나 원내대표가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게 보내는 SMS(문자메시지)나 편지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 글은 엄연히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쓰여 있는 문장이다.

이 의원은 나 원내대표의 이름을 빌린 가상 편지 형식의 글을 통해 3일째 단식 중인 황 대표를 비꼬았다. “단식은 해당 행위이자 위장(胃腸) 탄압”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이 의원의 고교(경기고) 동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빠’라는 표현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명백한 성희롱이다. 이 의원을 징계하라”에 민주당에 사과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교안 오빠. 계산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어서 메시지를 드립니다”라면서 “지난번 제가 패트 저지 투쟁에 나선 분들께 공천 가산점을 주자는 제안을 해당 행위라고 비판하셔서 무지 섭섭했습니다”라고 서두를 꺼냈다. 이어 “그렇지만 오빠가 ‘삼고초려’한 인재라는 박모 대장(박찬주 예비역 육군 대장)이 국민 눈높이로는 ‘삼초 고려’만 해도 영 아니라는 계산이 나오는데도 비판을 삼갔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칫 나 원내대표가 직접 쓴 글로 착각할 수 있는 문장들이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2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3일째 단식 투쟁을 벌이다 잠시 주변을 거닐고 있다. [연합]

이 의원은 황 대표의 단식을 “위장 탄압”이라며 비꼬듯 비난했다. 그는 “지금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단식하시면서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 국민이 공감 안 해요”라며 “손가락질받는 해당 행위입니다. 오빠 속만 괴롭히는 ‘위장탄압’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속옷목사(부끄러워서 별명대로는 차마 못부르겠습니다)’와 어울리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저의 패트 가산점 제안 실수와 오빠의 단식 투쟁 실수를 ‘쌤쌤’해요. ‘퉁치자’고요”라고 덧붙였다. 단식 첫날인 지난 20일 황 대표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청와대 앞에서 주최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반드시 문재인(대통령)을 끌어내리자”고 한 전 목사의 발언을 듣고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황 대표의 단식이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꼬집었다. 그는 “오빠도 ‘법잘알(법을 잘 아는 사람)’이시니 관우가 청룡언월도 휘두르듯이 윤석열(검찰총장)이 수사권을 휘두르면 심각해진다는 것을 아시잖아요”라며 “오빠와 전 ‘패트저지호(號)’라는 같은 배를 탔어요. 하지만 단식은 도움이 안 돼요”라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임기 연장을 노리는 나 원내대표도 함께 비꼬았다. 그는 “그보다 제가 원내대표를 총선까지 하는 게 중요해요”라며 “도와주실 거죠? 도와주셔야만 해요. 미국에서 경원이가”라고 적었다. 현재 나 원내대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한 한국 국회의 입장을 미국에 직접 전달하기 위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함께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다., 이 의원은 자신이 쓴 글임을 강조하기 위해 “이것이 (나 원내대표의)속마음일까”라고 끝맺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쓰는 편지 형식을 빌려 황교아 한국당 대표의 단식을 비꼬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종걸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 의원과 황 대표는 1973년 경기고에 함께 입학한 동기(72회)다. 지난해 7월 숨진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도 두 사람과 같은 해 경기고에 입학했다. 이 의원과 황 대표는 노 전 의원 장례식 첫날과 둘째 날에 각각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황 대표의 정치 입문 후 시종 ‘고교 동기’에게 날을 세워 왔다. 황 대표가 지난 2월 한국당 대표로 선출됐을 때 이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건넨 조언에도 가시가 있었다. 그는 당시 “45년 지기 황교안이 한국당 대표가 됐다. 그에게 필요한 ‘메멘토 모리’는 무엇일까”라며 2009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검찰의 겁박을 받으면서 썼던 ‘정치하지 마라’라는 글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적었다.

지난달 20일에도 이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 검찰개혁특위 공동위원장으로서 모두 발언을 통해 이른바 ‘삼성 떡값 리스트 사건’을 거론하며 검찰 출신인 황 대표를 검찰 권력의 상징으로 딱 집어 비판했다.

당시 이 의원은 “공수처법은 (삼성 떡값)리스트에 올랐지만 조사와 처벌을 받지 않은 황교안 (당시)검사와 같은 사람들을 조사하는 법”이라며 “그 리스트의 신빙성이 입증됐지만 그 어떤 조사도 받지 않던 사람들은 리스트에 올랐던 검사들이다. ‘촛불’은 공수처법을 처리하라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이날 바로 “성희롱”이라며 이 의원의 SNS 글을 강하게 비난했다. 한국당은 이만희 원내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당 대표 차원의 사과를 민주당에 요구했다. 한국당은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이 의원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저급한 표현으로 야당 지도부를 모욕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야당 지도부를 향해 오빠 운운하며 조롱하기에 바쁜 이 의원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도 없다”고 강도 높게 꾸짖었다.

이어 “여성을 희화화하는 명백한 성희롱이자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결여된 모습이 오히려 국민을 부끄럽게 할 뿐”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의적인 노이즈 마케팅으로 국민의 정치 혐오를 부추겨 정권 심판론을 비켜갈 의도가 아니라면,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가 공식 사과하고 이 의원을 강력 징계해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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