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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스토리-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2년후 亞통신·방송과 손잡고 글로벌 OTT 강자로 우뚝”
지난달 해외여행객 서비스 ‘웨이브 고’ 출시·내년 현지교민 서비스·2021년 싱가포르 방송사 등과 제휴…3단계 진출 구상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콘텐츠웨이브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

토종 OTT 대표주자 ‘웨이브(wavve)’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달 시작한 해외 여행객 대상 서비스에 이어 내년에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해외 교민을 위한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어 2021년에는 태국,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현지 통신사, 방송사 등과 제휴를 맺고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OTT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콘텐츠웨이브 본사에서 만난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이 같은 3단계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내놨다.

사실 국내 ICT 기업에게 ‘글로벌’은 크나큰 숙제다. 아무리 한류 콘텐츠가 있다지만, 드넓은 해외시장서 ICT 공룡기업들과 부딪쳐야 하는 것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수년 동안 해외에서 성공한 ICT, 콘텐츠 기업이 드문 것이 그 방증이다.

그렇다고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에 대한 방어 전략에만 올인할 수는 없다. ‘웨이브’의 궁극적인 목표는 글로벌 시장이다. 통합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 달 도 채 되지 않아 이미 첫 발을 내딛은 상태다.

이 대표는 우선 “글로벌은 쉬운 이슈가 아니다”고 전제했다. 당장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진출’을 천명하거나, 섣불리 해외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현지의 시장상황, 경쟁 환경, 성장 가능성 뿐만 아니라 문맹률, 자막 및 성우 비용 등 문화적 차이에 따른 해외진출 비용 등 고려해야 할 일이 첩첩산중이다.

웨이브의 해외 진출 전략의 첫 번째는 해외 여행객 서비스다. 지난달 출시한 ‘웨이브 고(wavve go)’로, 해외여행 중에도 국내 방송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웨이브’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7개 국가에서 지상파, 종편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가장 먼저 시도한 해외여행객 대상 서비스는 ‘웨이브’가 해외에서 충분히 서비스 되는지, 태국 선베드에 누워 끊김없이 국내 드라마를 볼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초기에는 하루 200~300명 수준으로 이용하다가 최근에는 하루 1500명 수준으로 이용자가 늘어나는 등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해외 교민대상 서비스다. 현재 미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지역에서는 불법 셋톱박스, 동글 등의 기기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한국 방송콘텐츠를 보는 경우가 많다. 불법이 아닌 정식으로 한국 방송콘텐츠를 보고 싶어도 저작권, 결제 시스템 등의 이슈로 보지 못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웨이브’의 해외 교민 서비스는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일단 아시아 지역을 시작으로 추후 미국, 유럽 등의 지역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마지막이 직접 진출이다. 현지에 지사를 만들거나 현지 통신사, 방송사, 콘텐츠 제작사 등과 제휴를 맺을 수도 있다. 특히, 현지 통신사 등 기업과 손을 잡을 경우 결제 시스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유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세 번째 단계는 내후년까지 맞춰 진행할 계획”이라며 “우선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GDP가 높은 국가부터 시작해 아시아 OTT 시장에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통합서비스 두 달 만의 해외 시장 진출은 빠르다면 엄청나게 빠른 행보다. 이 대표의 자신감은 결국 ‘웨이브’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

헤럴드경제가 이 대표를 만난 날은 마침 디즈니가 막강한 콘텐츠 파워를 앞세워 내놓은 신규 OTT 디즈니플러스(+)가 론칭한 다음날이었다. 디즈니+는 론칭 첫 날 100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디즈니+는 국내 진출 역시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의 성과로 말문을 열자 “예측할 만한 숫자다”는 당찬 대답이 돌아왔다. 디즈니의 콘텐츠 파워와 출시 프로모션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준이었다는 얘기다. 글로벌 공룡과의 경쟁이 부담스러울 만도 하건만 긴장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대표는 “글로벌 OTT가 규모면에서 두려운 존재지만, 우리 서비스나 콘텐츠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며 “오히려 이들과 건전한 경쟁, 전략적 파트너십 등을 통해 OTT 시장, 나아가 콘텐츠 시장을 키워 나갈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자신감을 뒷받침 하듯 서비스 두 달 간 ‘웨이브’의 성적표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웨이브’의 하루 평균 순증 가입자 수치가 평소보다 최대 4.5배 늘어나는가 하면, 피크타임 트래픽도 최대 30% 이상 늘었다. 최근에는 프리미어12 야구대회 독점 중계로 동시접속자수 36만7000명을 달성하며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3분기 기준 ‘웨이브’ 유료 가입자는 모두 130만명, 현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2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대표는 “여러 데이터 조사회사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유료 OTT 순이용자 1위로 올라서는 등 초기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뜨겁다”며 “기존 방송 월정액 상품에 해외드라마, 영화를 보강하는 등 콘텐츠가 좋아졌기 때문에 이용자가 몰리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웨이브’는 지상파 방송3사와 SK텔레콤이 각자 운영하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합해 내놓은 서비스다.

비즈니스 세계엔 영원한 적과 아군이 없다지만,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올해 초 통합 발표 당시 ‘적과의 동침’, ‘오월동주’ 등의 수식어가 난무했다. 저마다 ‘푹(pooq)’과 ‘옥수수(oksusu)’라는 국내시장에서 소위 ‘나름대로 잘나가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불과 4~5년 전만해도 지상파와 이동통신사는 ‘앙숙’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관계였다. 지상파가 운영하는 ‘푹’과 이통사 모바일 IPTV와의 신경전이 치열했다.

티격태격하던 이들을 ‘죽고 못 사는’ 관계로 만든 것은 시장 변화다. 통신사는 통신사대로, 지상파는 지상파대로 OTT 서비스를 해오던 국내를 비웃듯 글로벌 시장에서는 말 그대로 ‘공룡’이 자라났다. 충분히 덩치를 키운 ‘미디어 공룡’은 정해진 수순처럼 국내에 상륙했다.

그 결과, 이미 국내 미디어 시장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지 오래다. 이용시간, 점유율 등의 측면에서 압도적이다. 더 이상 각개전투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상파와 SK텔레콤이 ‘푹’과 ‘옥수수’를 통합키로 한 이유다.

‘웨이브’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수식어 중 하나가 ‘토종 OTT’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대표적인 서비스라는 의미가 녹아있다. 지난 9월 ‘웨이브’ 출범식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의 두 수장이 한꺼번에 참석한 것도 이러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웨이브’는 이제 막 항해를 시작했다. ‘토종 OTT’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아직까지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 대표는 “결국 성과로 답을 보여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며 “우리나라 시청자가 미드, 중드, 영드를 즐겨보듯 우리 콘텐츠도 해외 시청자에게 주요 시청 카테고리 중 하나로 자리잡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강점을 가진 방송, 영화 콘텐츠에 대한 권리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휴, 협력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방송사, 통신사, 제작사, 스타트업이 혼자 해서는 해외 시장은 커녕 국내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며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고 힘을 모아 시장 파이를 키워가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웨이브’ 인공지능(AI) 기반 머신러닝 기술 적용 등 이용자 인터페이스(UI), 사용자 경험(UX) 업그레이드를 준비 중”이라며 “오리지널 투자 확대와 함께 부족한 장르 콘텐츠를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리=정윤희 기자/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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