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왜군을 토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비밀 무기로 '비격진천뢰'보다 5배 폭발력이 큰 대형폭탄인 '진천뢰'가 있었다는 첫 주장이 나왔다.

채연석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초빙교수는 19일 "임진왜란에서 조선 최초의 시한폭탄인 비격진천뢰와 함께 진천뢰가 쓰였다"며 "진천뢰는 비격진천뢰보다 5배 이상의 살상력을 갖춘 대형폭탄으로 왜군을 격퇴하는 데 핵심적인 구실을 한 첨단 무기였다”라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진천뢰를 비격진천뢰와 같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채 교수는 역사서 속에서 이 두 가지가 개별적으로 존재한 기록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비격진천뢰. 진천뢰는 이보다 5배 더 무거운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현재까지 발견된 진천뢰는 없다. [연합]

진천뢰 설계도 [채연석 교수 제공]

실제로 1635년 발간된 화약무기 전문서인 〈화포식언해〉에는 '진천뢰는 대완구로 발사하고 비격진천뢰는 중완구를 이용했다'고 돼 있다. 채 교수는 "1694년 편찬된 강화도 지리지 〈강도지〉, 영조 때부터 기록한 〈일성록〉 등에도 진천뢰에 대한 기록이 비격진천뢰와 따로 남아 있다"라고 덧붙였다.

역사서에 따르면 진천뢰는 지름이 33㎝로 전체 무게가 72㎏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채 교수는 "기록에는 진천뢰가 비격진천뢰보다 무게는 5.6배 더 무거운데다 화약도 5배 더 많이 넣고 능철도 30개를 넣어 폭발력과 살상력이 5배 이상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격진천뢰는 지름 27㎝로 무게는 약 10~20㎏ 정도 수준이다.

채 교수는 진천뢰를 쏘아 올린 대완구가 세종대왕 때 개발됐던 총통완구와 크기가 같았다는 점을 고려해 대완구 설계안도 제작했다. 그는 "진천뢰가 대완구 속에서 폭발할 경우 피해가 크기에 안전한 곳에 숨어 긴 점화선을 이용해 발사하거나 주화(신기전)을 이용해 점화·발사됐을 것"이라고 했다.

채 교수는 "임진왜란 당시 해상 전투에서 거북선과 판옥선의 대형함포를 이용해 왜선을 파괴·격침시켰다면, 육상 전투에서는 진천뢰와 비격진천뢰 등의 폭탄이 사용돼 왜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라며 "다만 비격진천뢰 유물은 많이 발견됐지만 진천뢰나 진천뢰를 발사한 대완구 유물은 현재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복원한 세종때의 '총통완구'. 진천뢰를 쏜 '대완구'와 크기가 같다. [채연석 교수 제공]

진천뢰가 발사된 방법 [채연석 교수 제공]

채연석 교수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과총 기자실에서 '조선시대 화약무기 고증연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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