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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족에 날아든 ‘20억 아파트 양도각서’…알고 보니 가짜
法 “인감 맞지만 내용 믿기 어려워”
100억대 자산가 유족을 상대로 인감이 찍힌 가짜 각서를 내밀며 20억 원 상당의 강남 아파트를 넘기라고 소송을 낸 여성이 패소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4부(부장 조성필)는 박모 씨가 성형외과 의사 오모 씨의 유족을 상대로 낸 건물인도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던 의사 오 씨는 암투병 중 지난해 1월 사망했다. 오 씨의 부인과 두 자녀는 장례를 치른 뒤 상속을 마쳤지만, 환자였던 어느 여성이 내용증명을 보내오면서 상속받은 송파구 아파트 한 채를 고스란히 넘길 상황에 놓였다. 아파트를 넘기라고 요구한 박모 씨는 실제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이었다. 2012년 아파트를 구입한 오 씨는 2017년 박 씨와 보증금 8억9000만원이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박 씨는 오 씨의 인감이 들어간 각서를 들이밀었다. 오 씨가 살아있을 때 박 씨로부터 3억8000만원을 빌렸고, 상환일인 2017년 12월 15일까지 돈을 갚지 못하면 박 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소유권을 넘기겠다는 내용의 각서였다. 아파트 가격에 변동이 생겨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조건도 붙었다. 아파트는 시가는 20억원대로 올라간 상태였다.

유족들은 오 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복구했다. 오 씨의 전화기에는 박 씨의 전화번호가 김모 씨라는 남성 이름으로 저장이 돼 있었다. 오 씨가 살아있을 때 이 번호로 ‘그리움만 쌓인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이라도 뵙고 싶다’고 보낸 문자메시지도 발견됐다.

법원은 실제 인감이 오 씨의 것인 것은 맞지만, 각서 내용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각서가 작성된 시점에 오 씨는 암투병으로 매일 4~5시간 동안 몰핀을 투여받았고, 방사선 치료를 위해 휠체어를 타고 다녔던 점을 감안하면 따로 박 씨를 만나 각서를 써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오 씨가 박 씨의 이름을 남성으로 저장해놓고, ‘보고싶다’는 문자를 보낸 것을 두고는 “오 씨와 박 씨가 특별한 관계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박 씨가 인감도장을 소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각서에 인감 도장 외에 오 씨의 필적이 전혀 없고, 휴대전화 기록상으로도 박 씨는 건강상태를 묻는 안부문자를 보냈을 뿐, 금전관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오히려 오 씨의 유족들이 임대차 계약 종료를 이유로 박 씨를 상대로 아파트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한 맞소송에서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오 씨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정향의 박건호 변호사는 “사문서에 진짜 인장이 찍혀있으면 내용도 진정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여러 의심스러운 상황에 의해 주장이 깨진 이례적인 사례”라며 “오 씨 측에서는 박 씨를 소송사기로 형사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좌영길 기자/jyg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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