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당뇨병의 원인을 췌장에서 생산하는 호르몬에서 찾았습니다.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저항성과 분비 저하 때문에 고혈당이 됐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방의 증가와 근육 감소도 당뇨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활발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만은 당뇨병의 주범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방조직은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에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지방은 염증도 유발합니다. 복부에 과도한 내장지방이 쌓이면 염증을 유발하는 아디포카인이 분비됩니다. 이 아디포카인의 활동으로 염증이 지방에 쌓일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고 혈당이 올라갑니다.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지방을 줄이면 나쁜 아디포카인과 염증도 줄어듭니다. 살을 빼면 인슐린 수용체에 대한 민감성을 증가시키는 좋은 아디포넥틴이라는 물질이 나와 당뇨병과 대사증후군의 발병위험도까지 낮춥니다. 지방의 염증은 단백질 분해를 촉진하고 단백질 합성을 감소시켜 근육이 줄어드는 데도 영향을 미칩니다. 쉽게 말해 복부비만이 늘면 지방의 염증 작용으로 혈당이 높아지는 데다 근육까지 잃는 것입니다.
근육량은 대략 40대부터 70대까지 10년에 8%씩 줄어드는데, 70대 이후로는 25~40%씩 매우 빠르게 잃기 쉽습니다. 더욱이 노년층에서 비만과 근육 감소는 서로 상호작용을 해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건강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또한, 근육을 움직이는 힘인 근력과 근육의 양이 감소하면 신체활동이 줄고, 에너지 소모가 안 돼 복부지방이 축적되고 혈당을 높이는 악순환이 됩니다. 따라서 체중이 정상이더라도 근육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유산소운동과 근육운동을 병행하는 게 좋습니다. 운동은 몸에 흡수된 열량을 소모시켜 혈당을 낮추고 근육량도 늘립니다. 당뇨병의 진행을 막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도움말: 고려대구로병원 내분비내과 최경묵 교수〉
김태열 기자/k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