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법무부의 언론 가이드 라인, ‘국민 알 권리’와 정면 충돌

법무부가 제정한 훈령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당장 국민의 알권리와 정면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고 있다. 법무부의 훈령은 사건 관계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검찰의 수사 상황을 전면 비공개하고, 오보 언론에 대한 처벌 수단을 마련하겠다는 게 그 요지다. 구체적으로는 검사와 수사관 등 관계자가 기자와 개별적으로 만날 수 없도록 했다. 또 검찰수사와 관련해 오보를 내면 해당 언론사는 브리핑은 물론 검찰청 출입 자체가 제한된다. 다만 공보 담당자와는 만날 수 있다. 한마디로 기자는 알려주는 내용만 받아쓰라는 것이다. 언론 자유의 침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이 규정을 만든 것은 지나친 피의사실 공개로 피의자 인권이 침해당하는 폐해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다. 실제 그동안 검찰이 피의사실을 흘려 망신을 주고, 사실상 여론재판이 이뤄지는 바람에 공정한 재판을 받을 피의자의 권리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논두렁 시계’ 사건 등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삼성 등 기업 관련 수사는 미확인 내용이 사실처럼 무차별 유포되면서 기업의 국제신인도가 추락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런 폐단을 검찰 개혁 차원에서 없자는 취지는 백번 공감이 간다.

하지만 그 제한이 과도하다는 게 문제다. 당초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기자의 브리핑 참석과 출입 제한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다. 정보 접근이 어렵거나 취재원의 한정과 시간상 제약 등으로 의도치 않은 ‘오보’는 보도는 과정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단지 이를 이유로 출입을 차단하고 받아쓰기만 강요한다면 더 이상 언론은 그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다. 정부가 특정 사건을 은폐 축소하더라도 이를 견제할 방법도 없다. 언론의 감시 기능이 무력화되면 ‘깜깜이 수사’니 ‘봐주기 수사’니 하는 과거 적폐가 되살아 날 수도 있다.

설령 오보를 하더라도 정정보도와 기사 삭제 등 언론중재법에 의한 권리 구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훈령에는 오보를 판단하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오보의 정도가 지나쳐 해당 언론사를 제재할 일이 있더라도 이는 언론 종사사들 간에 자율적으로 정하면 된다. 그런데도 정부가 규정 시행을 밀어붙인다면 비판 언론에 재잘을 물리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국가가 언론을 통제하고 심지어 강제 통폐합을 하는 만행도 저질른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