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제공]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공공임대주택에서 기존 세대주가 사망했다면 미성년자인 세대원에게도 임차인 지위가 승계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동국 부장판사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탈북민 A씨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SH공사는 미성년자인 A씨의 아들이 임차인 명의를 승계받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주택을 최초로 공급받을 때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임차인이던 A씨의 어머니가 사망해 임차인 명의변경을 요청한 때에는 미성년자도 자격이 된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공공기관이 체결하는 각종 계약은 사인들 사이의 계약과 달리 오로지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직·간접적으로 공익을 실현하는 것도 목적”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관리 규정에 따르면 탈북민 등 기초수급생활자는 계속 거주를 위해 임차인 명의 변경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A씨는 2000년 임신한 아내와 함께 탈북해 한국에 입국했다. 2001년 SH공사 소유의 아파트 한 채를 임차해 살았다. 2005년 A씨의 어머니도 탈북했고, A씨와 같은 아파트 동 내 다른 호수에 임차계약을 맺었다. 그러던 중, A씨의 어머니는 임대차계약을 1년여 남기고 사망했고, 아내와 이혼한 A씨는 어머니가 살던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그 집을 미성년자인 아들(18) 명의로 바꿔달라고 SH공사에 요청했다.
SH공사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서 성인만이 주택의 공급대상으로 명시된 점을 들어 미성년자는 임대차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며 거절했고, 오히려 A씨에게 아파트를 비우고 나가라고 건물 인도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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