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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휜 척추…아픈 감수성도 잡아줍니다”
노경석 VNTC 대표 만나보니…
기존 교정기 학생들 너무 불편
장시간 착용때 부작용 호소도
조끼처럼 입는 연성교정기 개발
다이얼 조정하는 ‘스파이나믹’
연성 척추측만증 교정기인 ‘스파이나믹’을 소개하고 있는 VNTC의 노경석 대표..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가장 활발한 곳은 헬스케어나 미래차, AI(인공지능) 등 신산업 분야다. 혁신 성과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기존 기업 생태계를 좌우하는 대·중견기업이 움직이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디데이를 열어 혁신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찾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 행사에서 우승한 밸류앤드트러스트(VNTC)는 스타트업의 빠른 기동력을 활용해 척추측만증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도전했다. VNTC의 도전에는 기존 척추측만증 교정기를 볼 때마다 ‘이게 과연 최선일까’하는 의구심을 품었던 노경석 대표가 있었다.

노 대표는 글로벌 최대 규모의 의료기기 회사 메드트로닉에서 근무하면서 척추측만증 교정기가 수용자 아닌, 공급자 편의만 고려한 방식이라 느꼈다. 노 대표는 “척추측만증을 개선하려면 교정기를 하루에 18시간씩 착용해야 하는데, 통계를 보면 이를 준수한 환자는 15%에 불과하다. 기존 교정기는 너무 불편해서 도저히 18시간씩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과 금속으로 만든 기존 교정기는 숨을 쉬는 것조차 불편할 정도로 압박이 강해 장시간 착용하면 근육 약화, 갈비뼈 골절 등에 이르는 부작용까지 발생한다. 척추 상태에 따라 3~5개월마다 한 번씩 새로 교정기를 맞춰야 하는데, 의지보조기 기사들이 수작업으로 만들다보니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그는 무엇보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인 성장기 여성 청소년들이 측만증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까지 받는 것이 신경쓰였다고 전했다. 척추측만증 환자 비율은 전체 인구 중 3% 정도인데, 청소년 환자만 보면 여성 비중이 84%로 압도적으로 높다.

노 대표는 “교정기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모형을 떠야하고, 불가피하게 신체적 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 사춘기 아이들이 마음을 다칠 수도 있다”며 “이후 학교 체육에도 참여하기 어렵고, 미관상 좋지 않아 청소년들이 이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VNTC는 조끼처럼 입는 연성교정기 ‘스파이나믹(spinamic)’을 제안했다. 스파이나믹은 밴드처럼 두른 천과, 스키부츠나 운동화에서 사용하는 다이얼로 강도를 조정해 척추를 교정한다. 기존 경성 교정기에서 쓰는 삼점압 구조를 재현하면서 플라스틱 소재가 환자의 성장 과정에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단점 등을 보완했다.

제작을 위해 환자들이 모형을 뜨는 등의 전과정을 겪을 필요 없이, 척추 상태에 맞춰 교정 방향과 교정력을 조정하면 바로 쓸 수 있다. 의사 처방에 받아 교정 방향이나 교정력을 변화시켜가면 주기적으로 교정기를 다시 제작할 필요 없이 계속 쓸 수 있어, 경제적이기도 하다.

노 대표는 “국책 과제 안에서 제품을 개발하면서 대학병원 등과 테스트를 거쳤다”며 “기존 경성 교정기와의 효과를 직접 비교하는 과제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척추측만증 환자용 비대칭 척추 보조기구 등으로 특허 등록도 마쳤다. 그는 무엇보다 교정기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강조했다. “스파이나믹은 철저하게 환자 입장에서 고민해 환자의 편의와 삶의 질, 연령대(사춘기)에서 나오는 특징 등을 고려해 출시했다”는 것이다.

VNTC는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착용 시간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IDEA디자인어워드에서 금상을 받았을 정도로 미관에도 신경을 썼다. 현재까지 국내에는 400여개, 일본과 중국 등 해외에서는 500여개 제품을 공급했다.

노 대표는 앞으로도 척추측만증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줄 수 있는 관련 서비스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척추측만증은 완치가 된다기보다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라며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게 다음 단계”라고 전했다. 측만증을 포함한 척추변형증으로 인한 불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B2C 제품 등도 VNTC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힌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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