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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김형진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 한국을 주빈으로 한 벨기에 도시의 축제

영국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탐정소설은 인기가 있다. 에르퀼 푸아로 탐정은 벨기에 사람이다. 왜 벨기에 사람이 주인공일까. 소설에서 푸아로는 1차 대전 때 난민으로 영국으로 이주했다. 독일이 점령한 벨기에 경찰은 일이 없어 탐정으로 일할 법했다. 영국이 독일의 벨기에 침공 때문에 1차 대전에 참전한 만큼 벨기에에 친근감도 있었다. 벨기에는 군사강국이 아니었고 유럽의 심장에 위치해 강대국간 전쟁터가 되었다. 벨기에는 중립을 표방했지만, 독일은 1·2차대전 때 벨기에를 침공했다. 벨기에 사람들에게 아픈 기억이다.

벨기에와 한국은 공통점이 있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지만, 대외협력을 활성화하는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양국간 협력에서 보듯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도 갖고 있다. 벨기에가 6·25 전쟁에 파병하고 1998년 한국 금융위기 당시 유럽국가중 처음으로 투자사절단을 파견한 배경과 무관치 않다.

덩케르크는 2차 세계대전 초기 연합군의 철수작전이 이루어진 프랑스 해변도시이다. 덩케르크 30여㎞ 동쪽으로 동부 덩케르크라 할 벨기에의 도시 오스트두잉케르케가 있다. 콕세이드시를 구성하는 3개 도시중 하나이다. 콕세이드시는 금년 한국을 주빈으로 축제들을 열었다. 콕세이드에는 2013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무형 문화유산이 있다. ‘말 타고 하는 새우잡이’다. 허리정도 깊이의 바다에서 튼튼한 벨기에 말이 그물을 끄는 방식으로 새우를 잡는다. 콕세이드시는 지난 6월 30일 70회 새우잡이 축제때 제주 해녀 등 한국 대표를 주빈으로 초청했다. 2016년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 해녀와의 공통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콕세이드시는 인구 2만2000여명, 면적은 44㎢에 불과하다. 시 전체가 참여하듯 새우잡이 축제 행렬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행진했다. 흥겨운 분위기의 축제에서 주민들은 광장 한 가운데에 태극기가 게양돼 있는 것을 봤을 것이다.

벨기에 사람들은 한국문화에 높은 관심을 갖는다. 2017년 9월 브뤼셀시는 벨기에 최대 민속축제인 포크로리시모에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청했다. 우리 문화 공연단은 빅토르 위고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꼽은 그랑플라스 광장에서 이틀에 걸쳐 판소리, 태권도, 한식, 한복 등 우리 문화를 보여줬다.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연주자는 매년 좋은 성적을 보인다. 벨기에 공영방송국 RTBF는 2012년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바 있는데 내년 방영을 목표로 속편을 제작한다. 벨기에가 매년 개최하는 브뤼셀 판타스틱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는 많은 주목을 받는다.

2013년 개관된 브뤼셀의 한국문화원은 작년에만 6만3000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2014년 인천송도에 개설된 겐트대학교 글로벌 캠퍼스는 벨기에 대학이 외국에 설치한 유일한 캠퍼스다. 2016년 또 다른 벨기에 명문대학 루벤대학교에 한국학 연구소가 설치됐다. 2017년에는 브뤼셀자유대학에 유럽 최초의 한국석좌가 개설됐다. 한국과 벨기에, 한국과 EU간 이해를 넓히는 경로가 다양화된 것이다.

콕세이드시는 10월19~20일 관광·토산물 축제에 다시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청했다. 콕세이드시는 수많은 스타 요리사를 배출한 호텔학교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국 요리에 관심을 보였다. 콕세이드시 축제는 3400명의 관객을 모은 지난 5일 브뤼셀시 K-코뮤니티 행사에 이어 한국문화에 대한 벨기에의 관심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됐다. 양국의 교류는 이같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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