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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둥이가 아프면] 이른둥이 출생 비율 매년 느는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른둥이들
복지부, 내년부터 이른둥이 부모 외래진료비 부담률 10%에서 5%로 경감
정부 노력에도 의료비 부담이 여전한 사각 존재해
“치명적인 RS바이러스, 아이 자체 아닌 감염 가능성에 보험 적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35세이상 산모가 늘어나면서 예정보다 일찍 태어나는 ‘이른둥이’에 대한 정부지원과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른둥이’는 출생 시 몸무게가 2.5㎏ 이하이거나 임신기간 37주 미만에 출생한 아기를 통칭하며 ‘미숙아’란 표현을 순화한 한글 이름이다.

18일 대한신생아학회에 따르면 전체 출생아 가운데 이른둥이 출생 비율은 지난 7년 동안 매해 증가 추세다. 지난 2012년 이른둥이 출생 비율은 전체 신생아 가운데 6.3%였으나 이후 매년 늘어 2018년에는 7.7%로 집계됐다. 전체 출산률 감소로 이른둥이 출생 숫자는 매해 줄지만, 출생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오는 2040년이면 신생아 10명 가운데 1명은 이른둥이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90년대 말을 풍미했던 인기 그룹 NRG 출신 노유민(38) 씨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밝힌 사연은 이른둥이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을 드러내는 단편이다. 그는 자신이 딸이 임신 6개월 만에 태어난 ‘이른둥이’였다고 밝혔다. 이어 노 씨는 자신의 이른둥이 딸이 열달 간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지냈고 이른둥이에게 발생하는 각종 질환으로 인해 10여 차례의 큰 수술을 했음도 밝혔다. 노 씨는 딸아이의 “공식적인 병원비가 1억이 넘는다”고 말했다.

노씨처럼 이른둥이의 부모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의료비 부담’이다. 대한신생아학회에 따르면 이른둥이 부모들의 가장 큰 지출로 의료비가 45.4%에 달했다(2018년 6월부터 8월까지 이른둥이 부모 766명 대상 이른둥이 양육 및 치료환경 실태조사). 연평균 의료비가 100만원 이상이란 응답도 51.2%나 나왔다. 한 이른둥이 지원센터의 관계자는 “아동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지속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친구들은 의료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초 조산아와 저체중아에 대한 외래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현행 10%(3세까지)에서 5%(60개월까지)로 경감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복지부는 개정안이 오는 10월 24~25일께 공포될 예정이며, 개정안 효력은 2020년 1월 1일부터 발생된다고 밝혔다.

제도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움은 많다. 이른둥이들은 대부분 면역력이 약하고 장기발달이 완전하지 않아 합병증의 위험이 있다. 김소영 가톨릭대학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른둥이들은 폐질환이 많아 호흡기 감염이 가장 흔하다”며 “발달 과정 중 아이가 일찍 출생하면 폐가 너무 일찍 공기에 노출된다. 만성 폐질환이 합병증으로 올 수 있다”고 했다. 대한신생아학회 조사결과 이른둥이의 41.6%가 재입원을 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입원 횟수는 2.13회로 입원 이유는 호흡기 감염이 48.3%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조산아와 저체중아에 대한 외래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현행 10%(3세까지)에서 5%(60개월까지)로 경감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10월 2일까지 입법예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친 후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오는 24~25일께 공포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개정안은 2020년 1월 1일부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현재 의료비 부담에 놓인 이른둥이 부모들을 위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이른둥이가 병원을 찾는 가장 많은 원인은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는 RS 바이러스(이하 RSV)가 때문(31.2%)으로 나타났다. RSV는 모세기관지염 및 폐렴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른둥이의 RSV 예방접종 경험은 44.2%에 그쳤다. 2명 중 1명이 채 안 되는 수치다. 접종을 하지 않은 이유는 ‘정보를 몰라서(45.6%)’ ‘예방접종 보험 적용이 안돼서(21.5%)’ 순으로 나타났다. ‘예방접종 비용이 부담돼서’란 응답도 16.0%를 기록했다.

호흡기가 약한 이른둥이에게 RSV는 특히 치명적이다. 2세 이하 영유아 95%가 한번 이상 감염되는 RSV는 모든 기관지염의 50~80%, 0~4세 호흡기 질환 입원의 80%를 일으킨다. 면역력이 약하거나 기관지폐이성형증을 겪는 이른둥이들에겐 그 위험성이 더 크다. 김 교수는 “RSV가 오면 이른둥이의 경우는 심각하게 중증도가 높아진다”며 “심각한 호흡곤란이나 호흡기 질환이 올 수 있다”고 했다.

현재 RSV 예방을 위한 시나지스 주사액은 조그만 병(바이알) 하나에 금액이 100만 원 정도 (100㎎에 93만원) 책정되어 있다. 이는 체중이 6~7㎏인 아이가 주사를 한 번 맞는데 100만 원이 소요됨을 의미한다. RSV는 수동 면역으로 약효가 한 달 밖에 가지 않는다. 체중이 6~7㎏인 아이가 바이러스 계절인 10월에서 3월까지 5개월 간 다섯 번을 더 맞으면 500만원이 들게 된다.

하지만 현재 RSV 예방접종 보험 적용이 가능한 이른둥이는 한정돼 있다. 32주 이상으로 태어났거나 외동, 쌍(삼)둥이로 태어난 경우 예방주사비 혜택 500만원 지원을 받을 수 없다. 32주 이상 36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중 위로 형제자매가 없는 경우는 300~500만원을 부담하고 예방주사를 맞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손위 형제 자매가 있는 애들에 비해서 없는 애들이 (감염)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이 규정이 만들어져 있다”며 “손위 형제가 감염돼서 오면 옮을 확률이 높다는 건데 아이 자체로 봐선 외부에서 뭐가 왔을 땐 똑같다. 아기가 아닌 가능성, 환경을 팩터로 두고 보험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른둥이인 건 똑같은데 손위형제자매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지원이 달라진다”며 “지원 대상이 아닌 아이 중에도 꼭 맞아야 할 아이들이 있는데 그 부분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 밖에 이른둥이 자녀의 발달 지연 개선을 위한 재활치료를 받는 경우는 23.6%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신경학적인 문제를 가지고 퇴원한 경우는 신경학적인 문제로 외래를 온다”며 “원인에 따라 발달장애나, 경련, 간질도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가장 흔한 증상은 과거 뇌성마비라고 불렸던 발달장애”라며 “(이른둥이에게 흔한 증상) 1번이 호흡기라면 2번이 발달장애 문제”라고 했다. 재활치료에서 어려운 점으로 ‘비싼 치료비용’이 28.7%를 기록했다. 재활치료가 필요함에도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에 같은 응답을 한 경우도 23.5%로 나타났다.

대한신생아학회 김기수 회장은 “이른둥이 가정은 의료비에 가장 큰 지출을 하고 있는데 호흡기가 미성숙하고 면역이 약한 이른둥이에 필요한 호흡기 바이러스 예방접종은 다태아나 외동 이른둥이들은 보험적용을 받을 수 없다”며 “이른둥이를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키워내기 위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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