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담보 없이도 차입 가능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쏘카(차량공유), 패스트파이브(오피스 공유), 더부스(수제맥주).
지금에야 ‘혁신기업’ 대접을 받는 스타트업이지만, 초기엔 사업자금 조달에 애를 먹었다. 매출이 적고 담보물이 부족하단 이유로 은행권 대출은 막혔다. 이들은 P2P(개인 간) 금융플랫폼의 문을 두드렸다. 사업모델과 성장 계획 등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고 투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P2P가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자금 조달 통로로 역할을 하고 있다. 재무적 정보가 부족하더라도, 사업모델의 참신함과 성공 가능성을 보고 투자자를 이어주는 이른바 P2P 버전 ‘관계형금융’이다.
15일 P2P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관계형금융 누적대출액은 1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절대규모는 아직 작지만 P2P 업체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는 사무공간 공유 서비스 업체인 패스트파이브다.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1호점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후 은행에서 사업자금을 확보하려고 했다. 외국계 은행의 국내지점까지 포함해 20곳을 찾았지만 돈을 내주는 곳이 없었다.
김서윤 패스트파이브 이사는 “단 하나의 지점으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가 힘든 데다가 매출 적고 은행 거래내역도 없는터라 대출을 해준다는 곳이 없었다”고 기억했다.
수소문 끝에 P2P업체인 8퍼센트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5억원을 6% 금리로 투자받아 2~3호점을 준비하는데 활용했다.
김 이사는 “스타트업의 사업 성격이 은행에선 이해받긴 어렵지만 일반인들에게 잘 설명하면 ‘나도 투자하고 싶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그런 투자자들을 이끌어 내는 곳이 P2P플랫폼”이라고 말했다.
P2P 관계형금융은 단순 투자를 넘어서서 홍보, 판로 개척 등 경영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통상 P2P 플랫폼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업체들은 투자자들에게 ‘리워드’를 제공한다. 투자 규모에 따라 서비스 이용권, 식사 이용권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투자자들이 곧 기업의 우호고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P2P의 관계형금융은 당국이 주도하는 것과 달리 민간 업체와 개인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내는 자금 선순환 사례”라고 평가했다.
P2P 기업대출이 보다 활성화되려면 신용 평가시스템이 보다 고도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상홍 중소기업중앙회 제조혁신실장은 “P2P의 관계형금융은 비재무 정보를 바탕으로 한 신용대출이니까 기업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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